매력적인 직원경험, 인재 유치의 핵심이 되다
지난 글에 이어지는 Z세대, 나아가 MZ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지난 글에서 다뤘던 이야기 외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한 가지만 더 언급하고, 기업이 Z세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홀로 자란 아이들, 부모도 부양의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 MZ세대는 이미 부모를 부양해야한다는 인식이 사라진 세대입니다. 부모 세대가 본인들보다 더 부유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어버이날이 휴일과 겹쳤을 때, 고양에서 서울로 자유로를 타고 차를 몬 적이 있습니다. 서울을 향하는 길은 명절 고속도로를 넘어설만한 통행량으로 완전히 막혀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 차선은 아주 탄탄대로였습니다. 부모 세대는 서울에 살고 있고, MZ인 자식 세대들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입니다.
부모가 더 부유한 것도 이유이지만, 과거에는 자녀가 많았으니 부양의 부담을 조금씩 나눠 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MZ들은 상당수가 외동으로 자랐고, 두 명의 형제, 자매면 식구가 많은 편입니다. 부모를 온전히 부양할 여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모들은 하나, 둘밖에 안 되는 자녀들을 곱게 키웠으며, 대부분이 대학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았습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역사상 가장 지식과 스킬면에서 고도화된 세대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불합리함에 침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법도 SNS 등을 통해 충분히 학습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것에는 반문할 수 있고, 조직의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관례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이전 세대에게는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것들조차 이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어렵기만 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보다 경제력 있는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도, 더 나이 들 때까지 기댈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 또한 자녀가 그렇게 나온다면 답답하긴 해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게다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이전 세대에 비해 확실히 동등에 가까워졌고, 적어도 Z세대의 인식에서 나이가 곧 권력과 권한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Z세대는 가르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할 대상
한 기업 임원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부에서 사회 초년생들에게 2년간 얼마씩 저축하면 그만큼 돈을 얹어주는 제도를 시행했더니 그 기간만 딱 채우고 나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더라. 그 중에는 그 돈으로 몇 달 해외여행 다녀오고 쉴 거라는 애들도 있더라.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들은 기성세대가 필수로 여겼던 가치들을 선택의 관점으로 볼 수 있고 그 덕분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선택지는 무척이나 다양해졌습니다. 당장의 행복을 찾는 것 또한 그 중 하나겠죠. 내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할, 책임질 사람이 없는 혼자의 삶도 그들에게는 이상한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직장을 떠난 Z세대들이 만약 자신이 몸 담았던 그곳이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고 느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상당수는 그곳에 남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이전까지의 신세대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원리에 수긍하고, 기성세대들에게 교육받으며 조직에 맞는 사람으로 사회화됐습니다. 하지만 Z세대는 그렇게 가르쳐서 기존의 원리로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수평적 기업문화가 중요하다는 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왔지만, 제가 보기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은 10여년 정도에 불과해 보입니다. 여전히 상명하복, 연공서열을 당연히 여기는 곳들도 있고,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을 가르치는 것보다 조직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Z세대와의 공존을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 문제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출생률은 줄어들고, 그만큼 앞으로 노동인구의 감소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새로 유입되는 세대들은 자신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이 아니면 굳이 참고 다니지 않습니다. 이른바 (어머어마한 인재라고 생각되지 않는) 인재 모시기가 현실화되기 직전입니다.
결국 기업은 생존을 위해 Z세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책임함과 이기적인 부분까지 받아들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것은 사내 규정과 제도로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신 그들에게 자신이 잘못하면 벌을 받는 엄격한 사회라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 일해야 한다는 인식을 주는 매력적인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스스로 일하고 싶은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다. 이들은 가르치고 시켜서 되는 세대가 아닙니다. 높은 연봉과 복지, 자율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좋은 기업문화,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회사만의 정체성과 가치관 등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매력적인 직장을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매력적인 공간 또한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간은 복지와 문화, 일의 가치 등 다양한 측면과 연계해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꼭 MZ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까지 경영진의 생각이나 회사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도입해도 회사를 유지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면, Z세대를 맞이하는 현 시점, 그리고 앞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이제 Z세대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논하고 이제 회사에 막 들어온 그들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평가할 시기는 지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들을 평가하고 계몽시키는 시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 그렇게 다시 한 번 인재를 고용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을 고민해야할 시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