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걸린 혁신의 시대: 지켜만 보면 그만큼 뒤쳐진다
요즘 갈수록 산업계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됨을 느낍니다. 지금은 대기업도 위기고,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오히려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더 힘든 시기를 겪어야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벌어지는 이런 위기 상황에 앞서, 자국 내에서의 산업구조는 임금격차를 뛰어 넘는 더 큰 양극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재절벽입니다. 흔히 채용시장과 관련해 고용절벽, 채용절벽이라는 용어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족을 많이 언급하지만, 중소기업으로 가면 오히려 공석인 인력을 채우기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연봉, 복지 등의 차이가 크고 조직문화적 측면이나 브랜드적으로도 우위에 있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진 탓이죠.
이런 가운데 AI의 확산은 산업계 양극화에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활용 수준의 양극화와 산업계의 변화
최근 AI 관련 세미나 등을 다녀보면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 AI 기술이나 외부 AI 전문 기업들의 서비스를 활용해 AI 시스템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는 과정에 들어섰습니다. 보안 이슈가 높은 영역에서마저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업무 자동화가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툴을 활용해본 사람들은 그 효율성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며칠 걸일 일을 몇 시간만에 끝내고, 이미지 편집은 물론 생성까지 전문가의 영역에 있던 일도 누구나 간단한 수준은 직접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심지어 점점 영상 생성 기능도 현실적으로 고도화되고, 얼마 전에는 AI 툴을 활용해 초등학교 저학년도 안 될 것 같은 소녀가 챗봇을 만드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러나 이렇게 본격적으로 AI 업무 기반을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회사 차원에서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주로 중소기업들일 텐데요. 일부 인원들이 개인적으로 AI 툴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며 스킬은 물론 인식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업무 전반에서 어떤 영역에 적용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 어떤 툴을 사용해야하는지 등 전체적인 분석과 기획, 실행을 담당할 전문 인력, 부서도 없고, 직원들은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AI 도입 및 활용 수준, 속도의 차이는 결국 업무 효율의 어마어마한 격차로 이어집니다. 과거 스마트오피스, 조직문화 개선 등 요인들이 업무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을 통해 필요성이 제기됐다면, AI는 직접 생산성의 변화를 이끌고 실질적인 수치로 증명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만큼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마련이죠.
산업화 전반에서는 아웃소싱 영역의 축소라는 또 다른 이슈로도 이어집니다. 디자인, 마케팅 등 많은 기업이 외주를 맡겼던 물량의 상당부분이 자체 소화가 가능해졌습니다. 한 AI 관련 세미나에서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과거 외주 업체를 써서 1주일 뒤 결과를 받아봤지만, 지금은 AI로 두 시간만에 끝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다른 분야라고 생기지 않을 리 없겠죠.
반면 1인, 또는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게 AI는 부족한 일손을 획기적으로 보완해주는 엄청난 기회가 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1인, 소규모 기업 창업은 늘어나고, 애매한 규모의 중소기업들은 점점 더 도태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마저 제기됩니다.
의사결정 구조와 업무 체계의 변화
변화는 기업 내부에서도 일어납니다. AI는 업무 방식 전반, 심지어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리서치 시간이나 계산 과정을 단축시켜주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AI는 보조적 수단이며 인간이 일을 한다는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보조적 수단이라는 의미가 상당히 큰 무게를 갖습니다.
일단 리더십 측면에서 과거 결과물에 대한 목표 설정 및 가설을 정해두고 그에 따른 업무 과정, 방식까지 경험칙으로 산출해 팀원들이 일을 '실행'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은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방법론과 결과물의 모범적인 설정값까지 초기에 AI의 도움을 받아 세팅하게 되고, 이는 리더의 권한이 팀원들에게도 이양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리더는 일을 세부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앞으로 필요한 일들을 구상하고 비전을 제시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션이 정해지는 과정도 기존의 톱다운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버텀업 방식의 비중이 높아질 것입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 또한 오랜 경험치가 있어야만 가능한 시대가 아닙니다. 소수의 리더가 미션을 제시하는 것보다 다수의 구성원이 업무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고도화해 제안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됩니다.
몇 사람이 분담해서 해야 하는 일을 이론적으로는 이제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교차 검증, 업무 질의 향상 및 보장을 위해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적어도 기존보다 적은 단위의 인원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조직을 구성해 더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직원들의 결과물을 평가해 의사결정을 전담하던 방식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도 AI의 검증 절차가 추가되거나, 리더가 아니라도 각 팀원이 AI가 제시한 결과물에 대한 평가, 판단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갖게 됩니다. 오히려 리더가 결과물을 최종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타 팀원의 결과물을 구성원이 함께 AI를 활용해 검증하는 형태의 의사결정 과정이 주가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처럼 AI는 이미 우리 산업계와 일하는 방식 자체에 실질적이며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단계에서는 이러한 업무 환경, 방식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조차 무의미할지 모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AI는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쉽게 다루는 툴에서도 그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런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무환경의 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이르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칫 변화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뒤에야 더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들이고 겪어야 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