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지혜롭다는 말은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밥을 먹고 잠을 청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형편없는 삶을 살더라도
언제든 삶을 리셋할 수 있는
탄력을 갖추는 일이며
지혜롭다는 말은
번개 후 천둥 같은 불행도
때때로 나를 피해 갈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태초부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며
내게 주어진 재능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것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애써 본질을 쪼개지 않고
사람과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며
지혜롭다는 말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도
무엇이든 내게 맞춰주는 사람도 아닌
불행해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아는 것이고
시기와 허영심 같은 속임수 따위로
자신을 옭아 메지 않는 일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올라도
잔잔한 호수 위 나뭇잎 떨어지듯
뜨겁게 달궈진 찻잔이 식기를
그저 기다릴 줄 아는
어느 순간 그 어떤 날에도
근사하거나 초라한 나와는 별개로
흔들림 없이 담대하게 가던 길을
그저 터벅터벅 걸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