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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y 12. 2024

지혜롭다는 말


지혜롭다는 말


바람꽃



지혜롭다는 말은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밥을 먹고 잠을 청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형편없는 삶을 살더라도

언제든 삶을 리셋할 수 있는

탄력을 갖추는 일이며


지혜롭다는 말은

번개 후 천둥 같은 불행도

때때로 나를 피해 갈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태초부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며

내게 주어진 재능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것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애써 본질을 쪼개지 않고

사람과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것이며


지혜롭다는 말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도

무엇이든 내게 맞춰주는 사람도 아닌

불행해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아는 것이고

시기와 허영심 같은 속임수 따위로
자신을 옭아 메지 않는 일이다.  


지혜롭다는 말은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올라도

잔잔한 호수 위 나뭇잎 떨어지듯

뜨겁게 달궈진 찻잔이 식기를

그저 기다릴 줄 아는


어느 순간 그 어떤 날에도

근사하거나 초라한 나와는 별개로

흔들림 없이 담대하게 가던 길을

그저 터벅터벅 걸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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