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좋아요 의미 생각해 보기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는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알랭드 보통 <불안>-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낄까? 묘하지만 우리는 잘난 연예인에게는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선망하고 존경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 이웃이거나 내 친구라면 어떨까? 나와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 있던 지인이라면? 0에서 함께 시작한 동료라면? 안타깝게도 질투는 분명 찌질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가급 비교를 꺼리고 경쟁에 둔감한 채로 살기를 원한다. 어렵더라도 오로지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나는 중학교 때 홍콩스타 유덕화를 사랑했던 것 외에 현존하는 인물 중 선망하는 대상이 없다. 각각의 배울 점만 선망하면 될 이유다. 사람을 선망할 이유는 없다.
각설하고, 지금부터 구독자와 좋아요에 관한 내 생각을 말해 보려고 한다. 브런치에서 나는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구독자에 연연할 뿐이다. 무슨 말일까?
다들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글 쓰는 플랫폼이 여럿 있다.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보면 1. 수익형 글쓰기 2. 구독형 글쓰기 3. 자유형 글쓰기로 나눌 수 있겠다. 이 중 수익형 글쓰기는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창출하는 글쓰기로 2019년부터 시작했으니 만 5년이 되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글은 검색유입이 중요하기 때문에 구독자나 좋아요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심지어 구독자 또는 좋아요가 무섭고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검색유입이란 오로지 검색창을 통해서 넘어오는 경우를 말한다.
수익형 글쓰기는 말 그대로 생계형이라서 글쓰기의 즐거움보다는 돈 벌기의 즐거움만 존재한다. 또한 타깃이 다르기 때문에 검색로직에 민감하고 매번 글쓰기 전에 키워드와 트렌드 검색은 필수다. 심지어 다음, 네이버, 구글 검색 엔진이 좋아하는 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각 검색 엔진을 타깃으로 분석하여 제목 길이와 서브 키워드를 몇 개 담을 것인지도 연구해야 한다.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수익형 블로그는 구독자 또는 좋아요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지난 5년간 그러한 패턴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구독자 좋아요가 주는 의미가 조금은 생경하고 두려운 면도 있다.
두 번째 구독형 글쓰기, 내게 구독형 글쓰기는 네프콘(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이다. 사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네프콘 구독자는 유료이기 때문에 구독자가 생기면 성취감도 있으나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책임감을 가지고 매주 발행날짜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네프콘 글쓰기는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고 판매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 글을 쓸 수가 없다. 유료 구독자는 언제든 구독을 취소할 수도 있으니 구독자를 유지하는 건 꽤 중요하다. 나에게 현재 가장 어려운 도전이기도 하며 네프콘 활동에 있어서는 구독자 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브런치는 나에게 자유형 글쓰기이다. 구독자와 좋아요가 많으면 힘이 나겠지만 의미 없는 숫자라면 오히려 힘이 빠질 것 같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만큼은 키워드와 검색로직을 분석하지 않기로 했다. 티스토리 상위노출만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욕구이고 글의 성질이 다른 만큼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만약 상위노출을 노린다면 내가 써야 하는 글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글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적어도 내가 가진 플랫폼 안에서는 세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참고로 나는 내 글이 아직 출판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더더욱 구독자 좋아요가 급하지 않다. 글쓰기 근육이 어느 정도 단련되고 내가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가 되면 -어렵겠지만- 그때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오만하게 들릴진 모르겠으나 나는 책을 내는 일이 대단하지만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의 장르도 다양하고 각자 추구하는 글쓰기도 다를 것이다. 그러니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이쯤에서 나에게 구독자 좋아요가 어떤 의미인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한편 나 역시 구독을 누를 때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도 지나치게 진지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크게 연연하지 않고 두 부류의 구독을 누른다. 첫째 글쓰기를 본받고 싶은 작가, 둘째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작가? 그 외에 의리로 누른 구독도 있고 느낌이 너무 좋은데 일단 지켜보기로 한 작가도 있다. 앞으로 또 다른 경우의 수가 있을 수도? 단, 구독을 취소하는 일은 내게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마치 일방적으로 나 너 좋아했다가 이젠 싫어하는 느낌이 아닌가? 내게는 좀 우스운 처사다. 차마 그럴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에 연연하는 찌질한 나는 맞다. 나는 구독자 수가 아니라 구독자의 진정성에 연연하는 중이다. 구독자의 진정성을 검증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좀 걸리리라. 그렇다고 구독자가 뭐 대단한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내가 쓰는 글을 끝까지 읽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아요를 꾹 줄러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 역시 그런 구독자가 되고 싶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