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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y 22. 2024

돈 되는 글 VS 마음 가는 글

선택과 집중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이 글은 어쩌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 가장 속물스런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글 이후 대략 어떤 글을 어떤 플랫폼에 쓸지는 정했지만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할애해야 할지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하루가 48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보다 더 길어도 좋고.


하루 루틴 check


오랜만에 하루 루틴을 돌아보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 오래된 루틴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먼저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한 지난 4월 이전까지의 나의 루틴을 정리해 봤다. 루틴이란 그야말로 매일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들이며 그 외 요일별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다. 우선 나는 하루 평균 약 6시간의 가사노동(식사 1시간 반 포함), 7시간 수면, 2시간 운동과 산책을 하는데 이 시간은 줄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모두 9시간, 지금부터 나의 메타인지를 최대한 가동해 본다. 나의 기호와 역량에 따라서 선택(버릴 것)과 집중할 것들을 나누고 마지막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다.


오전 루틴


아침 기상 후 공복에 꿀 한 스푼+온수 (V)

코끼리 명상 10분 (나는 명상가 환희지님 팬이다) (V)

성경 낭독 녹음 공유하기 (*)

부모님과 통화하며 반려견과 산책 (V)

가족들 아침 식사 만들기 (V)

뉴스시청+일기(아이디어, 감사, 칭찬, 마음 쓰기) (V)

영소설+미드 낭독 녹음 공유하기 (*)

랜선으로 장보기+집안청소+화분 가꾸기 (V)

점심식사+설거지+청소 정리 등 (V)


오후 루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오후차 마시며 독서 (V)

티스토리 블로그 (*)

브런치 (V)

밴드 키보드 연습 (*)

수영 가기 (*)

홈트 (V)


저녁 루틴


저녁식사 준비+식사+설거지 등 (V)

남편이랑 반려견 산책 (V)

낮에 못한 글쓰기 업무 채우기 (V)

네프콘 체크하기 (V)

브런치 마무리 (V)

구글 애드센스 체크하기 (*)

코끼리 명상 10분 (*)

취침(V)


참고로 별표(*)가 되어있는 항목은 최근 한 달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 주 1회 밴드모임, 주 1회 '혼자만의 시간(카페에서 책 보기 2시간)', 매달 평균 2~3번 친구 만나기, 주말 중 하루 가족과 등산 또는 공원 가기.... 는 브런치를 시작하고 자꾸 미뤄진다. 심지어 남편이 나더러 얼굴 보기 힘들다고 투덜거린다. 실제 나는 안방 베란다에 만들어놓은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용무가 없으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과 딸에게 밥시간 아니면 가급적이면 나를 부르지도 말라고 부탁해 놨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은 방해요소가 너무 많지만 말이다.


여기서 어떻게 더 시간을 짜 낼 수 있을까? 누가 봐도 밥하고 집안일하는 시간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다만 이건 양보가 어렵다. 가족들 식사는 가능하면 직접 챙겨주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단순 노동은 내게 일상의 환기이자 여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운동과 잠도 마찬가지로 뺄 수 없는 시간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 아쉬운 건 브런치와 밴드연습을 새로 시작한 이후부터 수영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답이 안 나온다. 다시 한번 촘촘히 나의 루틴을 체크해 봤다. 모든 낭독은 연습없이 낭독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30분이면 족하다. 뉴스도 뉴스 브리핑 정도만 들을 때가 많으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집안일은 요일별로 세분화하기로 결정, 점심식사 때 양을 좀 많이 만들어서 저녁까지 먹기. 다행히 남편과 나는 저녁에 과일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니 아이만 챙겨주면 된다. 참고로 우리 집은 남편과 아이가 집에서 점심을 먹을 때가 많다.


결국 밴드는 상반기 공연까지 하는 걸로 마음먹었다. 베짱이처럼 밴드에서 노는 건 나에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애초부터 키보드 연습시간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에 내려놓음이 맞다. 왜 좋아하는 밴드일을 그만두냐는 딸아이의 물음에 나는 글쓰기가 더 좋을 뿐이라고 말해줬다. 자, 그럼 이제 글쓰기 시간 배분이 남았다. 가장 어려운 부분. 문득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고 계신지도 궁금하다. 육아와 가사노동,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모자랄 것 같다.


돈 되는 글 VS 마음 가는 글


브런치를 시작하고 내 주 수입원인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덜 조급한 건 다행히 지난 한 달 수익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증가했다. 때론 복불복이다. 종종 어떤 키워드가 폭주하면 몇 년 전에 써놓은 글들이 효자글이 되어준다. 이런 맛에 애드센스를 시작했고 나는 여전히 구글 애드센스를 사랑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내 맘대로 내가 쓰고 싶은 만큼만 쓴다. 실제로 많이 쓰면 많이 벌 테지만 지금의 나는 평균 일주일에 두세 편 정도의 글만 발행하고 있다. 게다가 한 편의 정보성 글은 30분에서 1시간이면 족하다. 심지어 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수익관련 글을 쓴다는 것도 알고있다. 나 역시 5년의 애드센스 경력으로 충분히 도전할 만한 분야였다. 그런데 뭐가 고민이냐고? 유일하게 내 손목을 가로막는 건 바로 정보성 글이 내가 궁극에 쓰고싶은 글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그래서 시작한 글쓰기가 바로 네프콘(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로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네프콘에서 창작글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 보인다. 네프콘은 자기 계발 또는 전문지식을 요구하며 내가 선택한 분야는 심리학이었다. 심리학을 주제로 한 글은 창작이든 자기 계발이든 모두 나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심리상담사 또는 정신과의사의 어렵고 난해한 글보다 글재주가 있는 사람의 심리학 관련 글이 인기가 더 많다는 점이었다. 심리학 지식은 종이책에서 얻고자하는 나만 봐도 알 수 있다. 네프콘은 순수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다. 트렌드와 마케팅을 파악한 타기팅이 중요한 콘텐츠 구매 플랫폼이었다.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한 네프콘을 시작한 지는 역시 한 달 남짓, 평균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쓰고 모두 7편의 글을 썼다. 유료 구독자는 이제 겨우 세 명, 그 밖에 엊그제 작성한 개별상품이 스무 개 정도 팔렸다. 이제 아주 조금 감이 온다. 그런데 기쁜 마음보다는 부담감이 크다. 네프콘은 실명이며 유료구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티스토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글처럼 부자회사의 광고로 돈을 벌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이유로 네프콘에 작성하는 글은 많은 노력과 정성이 깃든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정리하며


정리해 보자. 나는 티스토리와 네프콘에서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런데 현재 브런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며 브런치에 빼앗긴 마음이 가장 깊다. 내 문제는 브런치 글이 너무 쓰고 싶다는 점이다. 서랍장에 담아놓은 초고들이 나 좀 어떻게 해달라며 매일같이 나를 유혹한다. 돈도 마찬가지 글도 마찬가지, 많이 벌지도 잘 쓰지도 못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은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남편의 수입과는 별개로 나는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브런치에서 글 쓰는 시간을 조금 하향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의 결론일 뿐이다.      


덧붙여서


사실 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쓰지 않겠노라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하고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굳이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는 이유는 뭘까?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작가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이다. 게다가 내가 본 글들 중 상당수는 이곳에서 이렇게 무료로 읽히면 안 될 것 같았다. 브런치는 혼혈을 쏟아부은 글들이 잠들어있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글이 뭐 대단히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아직 아니니 오해말기를, 내게는 이를 재단할 능력도 마음도 없다.


다만 글 쓰는 열정만으로도 이미 잠재력은 충분하고 기왕 쓰는 글로 돈도 벌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 것뿐이다. 오로지 순수문학을 추구하거나 집에 돈이 넘쳐난다면야 관계없겠다. 그런데 글쓰기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어쩌면 글을 쓴다는 마인드보다는 콘텐츠를 생산해 낸다는 마인드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브런치엔 그런 글들이 너무 많기도 하다. 창작보다는 콘텐츠 상품에 가까운 글들 말이다. 주제를 고민하고 조금 다듬어서 네프콘으로 옮겨보는 건 어떨까? 물론 브런치를 버릴 필요는 없다. 브런치는 브런치 나름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는 계속해서 산문과 시를 쓰고 글쓰기의 기초를 닦으면 된다. 이 역시 내가 브런치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니까 말이다. 어느 날 브런치 수익구조가 월등히 개선된다면 또 모를 일이다. 만약 오로지 글밖에 모르는 글쓰기의 고수라면 글쓰기 테크닉 콘텐츠를 네프콘에 올려보는건 어떨까?


맞다. 나는 과거 오지랖퍼였다. 삶의 열정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충만한 사람들을 만나면 지나치지 못하는 좀 그런 부류였다. 지금은 몸을 사려서 오히려 속세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오랜만에 오지랖퍼의 DNA가 발동한 것 같다. 오지랖퍼가 사랑스럽지 않을 때도 많음을 나도 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 만약 이 글이 불편했다면 그냥 투머치 토커쯤으로 넘겨주길 바라본다. 나는 단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생각을 공유할 뿐이지 그것이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들어 글 쓰는 이의 열정이 부쩍 경이롭게 느껴진다. 나 자신을 포함해, 브론치 작가들이 아무쪼록 오래오래 아무 걱정 없이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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