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리빙스톤 라니드
어머니의 마음에 이어
오늘은 아버지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낭송해 봤습니다.
아래 <아버지는 잊어버린다>라는 글은
데일 카네기 책 <인간관계론>에 실린 이야기인데요.
저는 아버지도 아닌데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
제 아버지와 남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보여줬던 글이네요.
남편은 굉장히 엄한 아버지 아래서 성장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와의 관계에서
무척 서툴렀고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니
결국 아버지가 '을'이 되더군요.
속으로 ‘초라한 갑'이 아닌 것에 감사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아래 글은 아버지이자 아들이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잊어버린다.
W. 리빙스톤 라니드
아들아! 내 말을 들어보렴.
축축한 곱슬머리를 이마에 늘어트리고
작은 손을 베개 삼아 잠들어있는
네 모습은 정말 천사 같구나.
이렇게 네 방에 몰래 들어와
잠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니
몇 분 전에 서재에서의 일이 생각나
몹시 후회스럽구나.
아들아, 나는 너한테 너무 까다로운 아버지였다.
네가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른다고 해서
학교에 가려고 옷 입고 있는 너를 꾸짖곤 했지.
신발을 깨끗이 닦지 않는다고 너를 비난했고,
물건을 함부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어.
아침식사 때도 나는 또 네 결점을 들춰냈다.
음식을 흘린다거나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버린다거나,
또 식탁에 팔꿈치를 올리고
버터를 빵에 많이 바른다는 등,
그런데 너는 학교에 들어갈 때
출근하는 나를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며 말했지.
“잘 다녀오세요, 아빠.”
나는 그때도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
“어깨를 펴고 걸어라!”
기억하고 있니?
조금 전 내가 서재에서 책을 보고 있을 때
네가 겁먹은 얼굴로 머뭇거리며 들어왔잖아.
일을 방해받는 것에 짜증이 난 나는
퉁명스럽게 물었지.
"무슨 일이야?"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쪼르르 나에게로 달려와
두 팔로 내 목을 껴안고 뽀뽀해 주었단다.
너의 조그만 팔은 하나님이 꽃피운
애정을 담아 나를 꼭 껴안았다.
그것은 어떤 냉담함에도 시들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 차있었단다.
그리고서 너는 문 밖으로 나가
계단을 쿵쾅거리며 네 방으로 뛰어올라갔지.
순간 나는 서류를 마룻바닥에 떨어트렸고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단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잘못만 찾아내 꾸짖는 버릇을.
그것은 너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다 생긴 버릇이란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린 너한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한 데서 생긴 잘못이란다.
나는 나의 잣대로 너를 재고 있었던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착하고, 따뜻하고,
진솔한 성격을 갖고 있다.
너의 조그만 마음은 넓은 언덕 위를 비추는
새벽빛처럼 한없이 넓단다.
그것은 순간적인 생각으로 내게 달려와
뽀뽀를 해주던 네 행동에도 잘 나타나 있어.
오늘밤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아들아, 나는 네 어두운 네 침실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단다.
물론 이것은 작은 속죄에 지나지 않아.
네가 깨어 있을 때 이야기를 해도
네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일 나는 참다운 아버지가 되겠다.
나는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네가 고통을 당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네가 웃을 때 나도 웃겠다.
너를 꾸짖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혀를 깨물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식적으로 되뇌어야지.
“우리 애는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라고.
너를 어른처럼 대해 온 것에 대해
나는 부끄럽게 생각한단다.
지금 네가 침대에 쭈그리고 자는 것을 보니
아직 너는 갓난애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겠구나.
어제까지 너는 어머니 품에 안겨 있었지.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너한테 요구해 왔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