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바람꽃
괜찮냐고 물을 때
귀찮다고 했지만
다가와 준 당신 덕에
외롭지가 않았어.
화났냐고 물으니
오만 인상 썼지만
물어봐 준 당신 덕에
웃음소리 새어 나왔지.
흐느끼는 어깨 위
무심하게 덮은 손
시나브로 온기가
내 온 우주를 녹이면
나는 비로소
속으로도 못 우는
당신이 보여
미안해 눈치 보게 해서.
저희 남편은 참으로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20년이 다 되도록
덤벙대는 습관이 바뀌질 않는데요.
역시 20년이 다 되도록
한결같이 제 편이 되어줍니다.
종종 짜증이 날 때나 바빠서 남편이 귀찮을 때
속상한 일에 울고 싶을 때에도
한결같이 흔들리는 동공을 감추지 못하고
제 눈치를 보며 다가서기를 망설이지 않는
그런. 따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애틋하고 그런 마음에.
후다닥 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