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왔구나
오랜만이야.
어서 앉아
차 한 잔 하자꾸나.
후후. 후
서두르지 말고
뜨거우니 천천히
한 모금 적셔보게.
서툴면 어떤가
실수하면 어떤가
어색해 말고
어려워 말고
언제든 다시 와서
차 한 잔 하고 가게.
다음번 올 때는
친구들과 함께 오게
차는
여유롭게
마저 다 마시고
가도 좋으니.
우리는 누구든
자기 안의 찌질이를 만납니다.
찌질이가 너무 찌질해보이니
피하고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수록 찌질이는 더 못난 모습으로
봐달라고 애원하며 달라붙어 끈적이죠.
그럴 땐 그냥 찌질이에게 문을 열어줍시다.
손님처럼 공손하고 다정하게 대접하고
함부로 내쫓지 않으며
여유롭게 차를 다 즐기고 가달라고
다음 번엔 친구와 함께
와 달라고 청해보기도 합니다.
불편한 마음은 틀린 마음이 아닙니다.
억누르면 억누를 수록
비대해져서 튕겨나올 수 있습니다.
그저 찬찬히 들여다보며 머물게 허용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편해질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