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를 외주하지 마라

by 바람결

'세상에 절대적 진리란 없다.' 요즘 우리 곁을 부유하는 가장 흔한 문장이다. 바야흐로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정교한 거짓들이 우리의 눈을 가린다.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인지 고찰하지 않는다. 그저 당장 내 입맛에 맞고, 자극적인 '그럴듯함'에만 열광할 뿐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모든 것이 개인의 주관에 달려 있다.' 언제부터 이 명제가 이토록 오염되었는가? '절대'라는 권위를 의심하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려 했던 고르기아스의 엄중한 단언이, 어쩌다가 혐오와 왜곡, 광신(狂信)의 깃발이 되어 휘날렸는가.


진정으로 주관을 긍정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 자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달콤한 왜곡에 취해 진실과 의심을 멀리한 대가는 참혹하다.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리기 위해, 무너지지 않으려는 광기 어린 집념만이 남게 된다.


그러니 사유를 외주하지 마라. 고찰과 검증의 책임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 비판적 사유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성찰 없는 자아들의 비명뿐이다. 모든 가공된 정보는 제작자의 의도가 숨어있음을 명심해라. 진정한 진실은 결코 단순한 모습을 띄지 않는다.


선악을 말하는 자들을 멀리해라. 세상은 선악의 이중주가 아니다. 비난과 혐오를 만드는 자들을 경계해라. 그 감정이 곧 그들의 의도다. 진리가 사라진 시대, 우리가 붙잡아야 할 유일한 이정표는 타인이 휘두르는 깃발이 아닌 내 안의 정직한 회의(懷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