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소중한 것들아

by 바람결

겨울은 참 따분한 계절이다. 날이 추워 집에만 머물다 보니 그 적막함은 배가 된다. 친구들과 자주, 또 옛날처럼 많이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언제부터 이렇게 하루가 조용했는지. 괜스레 밀려오는 고독에 마음이 기우는 밤이다.


왠지 가면 갈수록 인생에 빈 곳이 많아지는 것 같다. 분명 예전에는 훨씬 가득 찬, 밀도 있는 하루를 보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쩍 비어있는 시간이 늘어간다. 배움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많은 걸로 가득했던 하루는 세월을 따라 점점 더 앙상해져 간다.


나는 이토록 간사하다. 그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배움의, 친구의, 연인의 소중함을, 가장 메마른 계절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뭘 그리 쉽게도 놓아버렸는지. 또 뭘 그리 예민하게 굴어댔는지. 괜스레 지나간 시절의 흔적을, 조용히 되새겨본다.


이제야 인연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이 넓은 세상에서 겨우 나와 닿은 그 얇은 실들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와 더 얽혔든 아니든, 한 번이라도 스친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귀중한 것을 왜 몰랐을까. 가장 공평한 가치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언젠가 다시 만날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너와 인생을 스친 것만으로도 기뻤다. 너 자체로 고마웠다. 너희 덕분에, 새로이 마주할 인연들을 아끼는 법을 배웠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길 위에 서 있지만, 너희가 남기고 간 온기는 여전히 내 삶의 겨울을 데우고 있다.


잘 지내느냐, 내 지나간 하루의 파편들아. 부디 너희의 계절도 따뜻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