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겐 저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타인이 보기에 납득할 만한, 내 시간,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명분이. "그건 왜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위해, 혹은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쌓기 위해.
'그냥, 좋아서' 같은 대답은 용납되지 않는다. 나중에 어떻게 먹고살게. 네 친구들은 벌써 저만큼 갔더라. 정신 차려. 사람들은 돈벌이가 좋은, 생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결과물만을 정답이라 부른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라면 오답일 뿐이다.
도대체가 낭만(浪漫)이 없다. 왜 항상 우리는 '나'를 후순위로 밀어두며 사는가. 공무원, 대기업같은 허울 좋은 이름들이 도대체 뭐길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그건 나중에 취미로 즐길 수 있어'라며 미뤄버리는가. 철없는 소리 마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안정적인 걸 해라. 잔인하게도 우리의 삶엔 흩어져 사라질 물결조차 일지 않는다.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할까. 내가 좋아서, 내게는 그 자체로 좋은 것들이, 꼭 사람들이 알아줘야 하는, 이해받아야 하는 것들일까.
나는 더이상 구차한 이유를 대지 않겠다. 남들이 보기에 똑똑한, 제 앞가림 잘하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처럼 살지 않겠다. 조금 멍청하고, 엉뚱하고, 비합리적인, 꿈에 취한 몽상가, 이상을 좇는 낭만주의자가 되겠다.
그러니 바람아, 불어라. 남들은 보지 못할 찰나의 파란(波瀾)일지라도, 내가 볼 수 있도록 수면에 너의 결을 새겨라. 내가 너를 봐주마. 내가 너의 결을 읽어, 그것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증언해주마.
그러니 바람아, 멈추지 말고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