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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Nov 19. 2024

나는 엄마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




원예 강사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딱 하나 꼽자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의 어린이집에 학부모 재능기부 수업을 하러 갔던 날이다.

그날은 바로 어버이날 시즌. 미니 카네이션 가방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다.

수업 준비 내내 아들은 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다.  꽃 개수 세기, 가방에 손잡이 끈 끼우기, 짐 옮기기... 또 반 친구들에게 준비한 사탕을 자기가 양보하겠다며 “다 나눠주고 싶다”라고 했다. 그 말이 왜 이리 뭉클한 거지?

아들 앞에서의 수업이라 떨리는 마음과 설렘 가득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재료를 한 번 더 점검하고, 강의 시나리오도 다시 쓰고, 외우고 또 외웠다.

다행히 수업은 무사히 마쳤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재료 정리도 제대로 못 하고 바로 침대에 눕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어머~ 겸둥이(아들의 애칭) 어머님!!

(어린이집 원장님이셨다.)

준비해 주신 꽃 가방 너무 예뻐요. 어머니~ 너무 감사해요. 재료비도 많이 들었을 텐데,,, 저희가 영수증 처리해 드릴게요."

내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아니에요, 원장님. 오히려 아이와 함께 수업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이런 귀한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재료비는 마음만 받을게요. 그리고 겸둥이가 수업 준비하는 동안 너무 많이 도와주었거든요. 살짝 칭찬 한 마디만 부탁드려요. ^^"



어릴 적, 내 엄마는 늘 바쁘셨다. 늘 일을 하셨고, 그로 인해 집에 계실 시간이 많지 않으셨다.

나는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에 다닐 땐, 스승의 날이 오면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은 선생님 대신 일일 교사 역할을 해주고, 교실 청소를 위해 학교에 오시기도 했었다. 행사 때면 부모님들이 오셔서 아이들을 챙기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 모습이 나에게는 그리움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때 내 마음속 어린 혜진이는 그 빈자리가 아직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돌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어쩌면 그 내 안의 어린 혜진이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리워한 관심과 사랑을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주며, 동시에 그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마음 하나하나가, 나에게도 깊은 위로가 되고, 따뜻한 사랑을 주고 있는 거 같다.


그 날 가정통신문에 활동내용이 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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