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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Dec 18. 2024

틈만나면, 너는?

<틈만나면> 그림책







“어디라도 틈만 있다면 나는 활짝 피어날 수 있어.”

작은 들풀의 힘찬 생명력을 통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갈라진 시멘트 사이로 초록 잎사귀가 살랑 흔들립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시에서 다름 아닌 잡초로 여겨지는 들풀들입니다. 딱딱하고 거친 아스팔트, 잿빛 하수구, 담벼락 틈, 지붕 위, 맨홀 덮개의 작은 틈까지... 그 어디라도 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런 데서 꽃을 피우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이들은 바람결에 날아와 앉은 곳에서 양분을 끌어모아 잎을 내고 줄기를 뻗고 활짝 꽃을 피웁니다. 벤치의 나무살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몸을 올려 자리를 꿰찬 저 당당한 모습을 보세요. 담쟁이덩굴은 계속 위로 향하다 하늘 높이 잎을 뻗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해바라기는 바위를 밀어낼 힘을 숨기고 있고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라도 자기답게 자라게 하는 생명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연이어 찬사를 받고 있는 이순옥 작가는 《틈만 나면》을 통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들풀의 생명력에 주목하고, 들풀처럼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한 위로와 안부를 건넵니다.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지만 스스로의 삶에서는 당당한 주인공인 존재들. ‘멋진 곳이 아니어도’,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성장하고 자라는 존재들의 이야기. 중요한 것은 나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 출처 : 예스24




처음 <틈만나면>이라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는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틈만 나면 핸드폰이니? 딸아이에게 잔소리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틈'이라는 공간이 우리 삶 속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벽돌 사이의 틈, 보도블록 사이로 피어난 잡초, 계단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 우리 주변의 작은 틈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보며 문득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무기력하고 지친 마음을 안고 있던 때에 만난 이 책은, 그저 그런 일상의 틈새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흔히 왜 사느냐고 인생의 의미를 묻습니다
그러나 삶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인생은 의미를 갖고 사는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입니다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그러면 또 하나의 굴레가 됩니다
우리 인생은 길가에 피어있는 한 포기 들꽃입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한포기 들꽃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나는 특별하여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의 하루 삶에 만족 못하고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후회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알면 특별한 존재가 되고
특별한 존재라고 잘못 알고 있으면 어리석은 중생이 됩니다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인생은 그런대로 자유롭습니다
내가 남보다 잘 나고 싶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생이 피곤한 겁니다
진정으로 자유를 원하고 행복을 바란다면 마음을 가볍게 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들에 핀 한 송이 들꽃과도 같다 .

화려한 정원의 장미가 아니어도, 특별한 자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 각자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면 되니까.

이 책은 심플한 그림과 여백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자유로움을 선물해주었다.

우리는 종종 삶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남들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한다.

하지만 그림책 속 작은 틈새들처럼, 우리의 삶도 어쩌면 그저 '있는 그대로'여도 충분한 것은 아닐까?


특별할 것 없는 이 순간들이 내 삶의 전부다.

'워킹맘'도 아니고 '전업주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때로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는데,

특별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의 내가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길가의 들꽃처럼 소박하게 피어있는 이 순간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어쩌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 거 같다.


나에게도 틈이 생긴다면,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거창한 작가가 아니어도 좋다. 일상의 작은 틈새에서 글을 써내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보도블록 사이로 피어난 민들레처럼, 나의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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