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평론하는 글이 아니라 딱히 스포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신경쓰인다면 뒤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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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크리스마스는 '신과 함께'를 감상하며 보냈습니다. 옛 중동의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동방박사가 갔던 걸 기억하는 그날, 저는 염라대왕과 저승의 일곱지옥을 건너는 저승사자들과 함께 저녁을 보낸 것이죠.
어쨌든 지극히 서양적인 날, 지극히 동양적인 신화와의 조합이 헬조선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이루어진겁니다.
저는 원작인 파괴왕의 웹툰을 보지 않았던터라 하정우가 1인 2역을 하든, 지옥의 묘사가 부족하든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난 처음 보거든!!) 영화를 예매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그 영화 재미없다더라-' '한국영화 특유의 억지 신파가 너무 많다'- 등등 하도 많은 우려를 표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죠. 그건 바로 이미 전문가의 호평일색이었던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 크게 한 방 먹었기 때문이지. (난 단련되었어. 적어도 이 영화에 로즈와 핀의 키스신은 나오지 않잖아)
그렇게 마주했던 영화는 꽤나 재밌었다. 나름 생각하게 하는 지점도 많았고, 연말을 마무리하기에 아주 적절했던 영화랄까.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정해놓은 장치는 여럿 있었지만 나는 그런 의도적 장치보다, 저승차사가 일곱개의 그 재판을 함께 한다는, 스토리의 아주 기본적인 설정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이승에 살며 다양하게 저지르는 잘못들과 죄악, 혹은 실수들에 대해 누군가가 변호해준다는 것이-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을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기도 한 크나큰 명제-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죄악을 짓는다>가 이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이자, 이 영화를 관통하는 아주 간단한 철학이다. 그리고 <그 죄악은 이곳에서 다시 심판된다> 또한 영화가 던지는 주요한 메시지다.
그럼 이 죄악은 대체 무엇이며 죄악이라 판단하는 기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개인의 양심일수도 있고, 국가의 헌법일수도 있으며, 천륜이라 일컬어지는 사회공동체의 문화적 규범일수도 있다. 그렇게 이곳 이승- 나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이 놓인 상태에서 ,한 개인은 언제나 죄악과 선행의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시에 이곳의 모든 선택은 최종 행위의 결과로서 죄악이냐 아니냐가 판단된다. 가령 불을 끄기 위해 불법주차한 차량을 파손하고 진입했을 시 최종행위의 결과인 차량파손의 죄를 소방관에게 묻는다던지, 집에 침입해 사랑하는 이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는 범죄자를 방어하다 큰 상해를 입혔을 시, 최종행위의 결과인 상해의 죄를 물어 폭행죄를 묻는 다던지,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한건 항로로 인정하지 않아 항로변경의 죄를 묻지 않는다던지, 성적 폭행을 방어하고 이를 고발했을 시 최종행위의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 성범죄로 판단할 수 없다던지와 같은.
신이 함께 하지 않는 이상- 마치 나는 전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한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모두 거세하고 최종행위로만 판단하는 이승의 재판과 달리 이 영화에서 표현된 저승의 재판은 그렇지 않았다.
신이 주인공의 생과 함께 했기에, 그 행동이 나오게 된 그만의 배경, 그의 감정, 그 이후 그의 변화, 회개까지 생의 전체를 하나의 판에 올려두고 그 행위를 심판할 수 있었다. 물론 악인의 경우 그가 제대로 회개했는지- 그 배경에 다른 악의는 없었는지도 함께 파악하며 영원한 얼음에 가두기고 하고 말이다.
영화가 끝난 후 난 이 '신과 함께'란 짧은 조합이 좋아졌다. 신이 나와 함께 한다는 이 상상이 좋아졌다.
삶으로 수식되는 이 모든 선택의 과정에 신이 함께 하고,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변호해 줄 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지금의 선택에 숨겨진 진짜 욕망이 뭔지 함께 하는 신이 알기에- 더 겸손되기도 하고.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내가 하는 모든 선택과 그 고민 과정에 신이 함께 한다는 믿음은- 염라로 통칭되는 동양의 신화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물리적 거리가 상당한 두 지역의 신화가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건-
신이 함께 한다는 믿음이 주는 이 위안이야말로,
믿는 이들이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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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oodongjoon.com/22 [우동준의 어제와 같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