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내 시선을 끄는 몇 가지 사안들이 있었다. 하나씩 나열해보자면 MBC의 보도와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다.
우선 MBC의 보도를 살펴보자. 내 시선을 끌었던 MBC의 보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시 소방관이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며 걸어다녔다고 당당히 말했던 보도와 차마 보도라고 하기도 민망한 인턴기자를 일반 시민인 것처럼 조작한 인터뷰 기사다.
MBC는 제천 스포츠센터 주변의 CCTV를 확인하여 소방관이 현장에서 걸어다니는 모습을 체크했다. 그리고는 '소방관 우왕좌왕'이란 헤드를 내걸며- 소방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곧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방관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며, 취재미흡이자 오보였던 것으로 결론되었다. 현장에선 메뉴얼 상 뛰어다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즉, MBC는 CCTV영상을 보며 소방메뉴얼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혹은 소방관의 대처가 미흡했을 것이란 가정하에 임의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본 것은 근거에 기반한 언론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아마도 그럴 것이란 추측에 의한 보도였다.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공영방송. 그 때문일까. 아직도 미흡한 부분과 이해하기 힘든 보도가 전파를 타는 mbc다.
이와 별개로 인턴기자를 일반 시민으로 속여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던 것은 또 다른 고민을 내게 남긴다. 이는 MBC만이 아닌 뉴스보도의 오래된 악습이자, 내부에서 쉬쉬했던 관습의 연장선 같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의 문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기자가 자신의 지인을 일반 시민으로 섭외(?)하여 뉴스 보도를 내보낸 것이 어디 이번 뿐이겠는가.
심지어 나 또한 지역의 신문과 미디어를 통해 이름을 빌려달라는 청탁아닌 청탁을 많이 받았다. 관련된 내용을 기사로 쓰고 현장의 인물 혹은 관계자 혹은 일반 시민 여론이 이렇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기자의 지인인 나의 이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의 사례와 MBC의 인터뷰 조작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MBC는 인턴기자란 신분을 속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보며 MBC와 같은 나, MBC와 같이 이전에도 다들 그래왔으니까-란 이유로 넘겨 짚어왔고, 또 덮어왔던 우리 사회의 자잘한 악행들에 대해 함께 꺼내보고 싶다.
문화영역, 혹은 지원사업을 받는 다수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늘 '인건비'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의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건 그 개인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제작에 필요한 예산이다. 문화영역의 지원금과 다양한 지원사업의 금액들은 이런 제작비 지원을 위해 마련되었고 또 그렇게 분배된다. 하지만 그렇게 작업에 필요한 기초예산이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작업을 진행하는데에 있어 기초적인 생활비가 부족한 것 또한 현실이다. 지원받은 금액에 대한 결과물과 공모사업의 시기가 있기에 작업을 진행함에 따른 시간도 지체할 수가 없다. 시간노동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 입장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한 노동은 곧 작업 시간의 절감을 의미한다.
이런 딜레마 앞에서 많은 청년들은 지원금의 돌려막기를 택한다. 포스터의 예산을 부풀려 청구하고, 정산과 실제 금액와의 차액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비도덕적인 행위이며, 사실상 횡령과 다름이 없다. 어디 문화영역 뿐이겠는가.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연구비의 돌려막기는 암묵적인 룰과 생존팁으로 전해진다. 나는 MBC의 인터뷰 조작 기사를 비난하고 언론으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꼬집고 싶다. 하지만 이처럼 각자의 생존 혹은 각자의 영달을 위해 묵인되는 정의롭지 못한 관습이 내 주변에 너무 많다. 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고백한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그럼 무슨 이유일까.
얼마 전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광개토대왕비문에 대한 주제로 방송이 진행되었다. 정확한 내용은 나 또한 방송을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핵심은 강연자로 나왔던 김병기 교수의 주장이 역사학계의 정론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이자 억측이라는 것이다. 관련된 내용을 스크랩해서 열심히 살펴보고 있지만, 그 내용까지 정리하기엔 아직 모자라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만 짚어보겠다.
차이나는 클라스에 대한 문제제기가 처음 나오는 과정을 보며 내가 주목했던 건 방송작가의 미흡한 대처와 거짓에 가까운 면피용 말이었다. 페이스북 공유를 타고 타고 넘어와 내게 당도한 안정준 교수님의 글이다.
JTBC <차이나는클라스> 방송작가에게서 전화가 온 게 11월 말이었다.
광개토왕비 관련 방송을 준비중인데 방송자료 구하는 거랑 방송내용 관련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강연자로 누가 나온다는 말도 안 꺼냈다.
나름 JTBC에 호감을 갖고 있던 터라. 일단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자료 구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한테 협조를 구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다들 강연자를 궁금해 하길래, ‘아차’ 싶어서 작가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서예가 김병기 교수’라는 답이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병기 교수의 광개토왕비 관련 논문을 몇 차례 읽어본 적이 있다. 당장 전화해서 안하겠다고 했더니, 붙잡고 매달리며 하는 얘기가
“저희도 비전문가인 김교수가 역사 관련 강연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고, 그래서 일부러 역사 전공자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는 거다.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리면 안 되니 학계 연구현황을 알려주시면 최대한 균형 있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심지어 “비전공자 발언이 가감 없이 방송 그대로 타고 나가서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이 가면 그게 누구 책임이냐” 고 묻는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그건 당연히 처음에 김병기 교수를 섭외한 사람 책임이지요”라고 했더니, 잠시동안 별말이 없다 ㅋ
“그냥 김병기 교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세요!” 그랬더니,
방송작가가 하는 얘기가, 사실 이분은 한자와 서예 얘기를 하려는 거고, 광개토왕비 얘기는 중간에 부수적으로 하는 거라 비중이 적을 거라고 했다.
도대체 누가 김병기 교수를 섭외했냐고 물었더니 말해줄 수 없단다.
그때 관뒀어야 했는데...
여하간 학계 의견을 균형 있게 소개할거고 편집 과정에도 참여하게 해드리겠다는 말에 속아넘어가서, 광개토왕비와 최신 일본서기 사진 자료들을 구해주고,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글을 주제별로 A4 15매 이상을 써줬다.
그것도 기경량, 신가영샘이랑 같이 작성한 거였고...
방송작가는 전화로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강연자한테 우리가 쓴 글을 보여줬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제대로 못하게 한다면서 불평을 했고, 서로 약간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 연락을 하고 난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지난 1월 3일날 방송을 봤는데, 이건 무슨...
광개토왕비 얘기가 완전 메인이다.
게다가 우리가 적어준 학계 의견은 하나도 제시된 게 없고.
‘자기가 붓으로 비문을 베껴 쓰다가 두 번이나 손이 멈춘 부분이 바로 비문이 조작된 그곳이네’ 하는 수준의 방송...
패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박수를 치고 좋아한다.
소름이 돋는다나.. 그래,, 나도 방송을 보다 소름이 돋았다. 이놈들아.
돌아가신 이진희 선생님이 석회도포론에 대한 자기 주장이 저렇게 제멋대로 활용되는 걸 아셨다면 지하에서 땅을 치고 우셨을 게다..
행여 시청자들이 잘못된 지식을 진짜로 믿을까 염려해서,
바쁜 시간 쪼개 열심히 글을 써준 전공자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우리한테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는 방송작가(아직까지 문자도 안 받는다)
그리고 애초에 비전공자를 섭외해서 시청자들에게 엉터리 역사지식을 전하게 한 <차이나는클라스> PD놈.
어떤 놈인지 내가 나중에 꼭 이름이라도 알아내겠다.
손석희가 쌓아올린 방송사 신뢰도에 먹칠을 하고
엉터리 역사지식으로 시청자들까지 우롱한 철면피들.
다른 전공자분들은 저처럼 어리석게 속아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시길.
저도 주변 분들한테 괜한 수고를 끼친데 대해 반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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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비문에 대한 내용은 처음 접한 내용이라 차차 정리해가고 있으나, 이 프로그램 작가의 태도는 내가 겪었던 다른 일들과 매우 흡사하다.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연락을 취하다- 스스로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자 내가 전해준 다양한 소스들과 아이디어들을 제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내며 결국엔 나와의 연락마저 닿지 않는 것.
이는 전문가라 칭하며, 현장의 활동가라 칭하며 결국 개개인들을 도구로 대하는 것이다. 자기의 프로그램과 자기의 사업을 위해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 그가 느낄 당혹감과 불편함은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MBC와 JTBC. 거대한 공영방송과 핫한 종편의 이야기를 꺼냈고, 익숙하게 우리가 함께 행해온 그 삶- 악의 연장선을 꺼냈다.
비판할 것이 맞고 또 비판해야 하는 지점들이며 나는 더 잘 비판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비판하는 것에서 너무 익숙한 경험들을 보고, 또 내 지난 고민들을 마주한다. 목표를 새로 세워본다. 앞으론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에서 동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 한 끗 차이를 잘 판별해 내는 것.
글쓴이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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