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1과 29

블루 아워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by 바람꽃 우동준

29 연대 3 교육대대 9중대 4소대 2분대 186번 훈련병.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타인을 위한 계획을 세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의 난 21개월의 군생활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보고 싶었다. 강원도 산골의 어디로 가서 내가 뭘 했다는 남자들의 허세 가득한 이야기가 아니라 겁이 나면 겁이 난대로, 아팠으면 아팠던 데로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21개월을 기록하고 전해주고 싶었다.


형과 아버지가 없는 나에게 군대란 곳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다. 남자라면 으레 가야 되는 곳이라 여겼으니까 그 당시의 내 감정은 남자답지 못한 감정, 날 유별난 존재로 만드는 감정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필요로 했던 건 '이야기'였다. 대체 가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담백하게 알려주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전역을 하면 그 이야기를 내가 쓰리라,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내가 직접 알려줘야겠다 생각했었다.


전역을 한건 2013년 1월 3일이다. 하지만 난 이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 당시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고, 지금처럼 노트북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작업이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지쳤던 것이 컸을 테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한 게 이 작업을 아직까지 마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라 정리한다.


그러다 얼마 전 운영을 하지 않던 지난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 잘 보고 있는데 왜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며칠 고민하다 답글을 달았다.


'다시 시작해볼게요'


22살에 들어간 군대 이야기를 29살이 되어 다시 꺼낸다. 두려움에 떨던 20대 초반의 소년에서 다음 주 월요일, 당일치기 훈련이 잡혀있는 예비군 5년 차 아저씨가 되었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나의 옛 바람을 위해 먼지가 쌓인 옛 노트들과 일기들을 꺼낸다.


그리고 군대를 앞둔 동생이 있다면 나의 지난 기록들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이 이야기의 전체 제목은 '블루 아워'로 정했다. 난 피아의 구분이 힘든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개념이 좋다. 이 문장이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을 담고 있다 생각한다.


군대란 곳은 특히 그렇다.


이 곳은 누가 개인지, 누가 늑대인지 구분하기 힘든 곳이다. 왜냐면 이 안에 적응을 해가고 있는 나조차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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