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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7. 적절한 제목, 세심한 팩트..

by 바람꽃 우동준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우린 수많은 촛불로 정권을 바꾸었고, 그렇게 바뀐 정부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있다. 특히 나는 해직 기자들이 돌아오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는 공영방송들을 보며 환영과 기쁜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의 연이은 보도를 보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이후 MBC는 ‘초기 대피 우왕좌왕’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현장에서 걸어 다니는 소방관의 모습을 비추며 부실했던 대처를 지적했지만, 이는 곧바로 매뉴얼상 걸어 다니게 되어 있다는 소방관의 반론을 통해 해당 보도의 부실함을 스스로 드러냈다. 나는 여기서 부실한 팩트 체크와 결론을 유도하는 헤드라인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국제신문의 지난 보도는 어땠을까.

지난 2일 자 25면 기사 제목은 ‘불참 후회하는 NHL 선수들’이었다. 제목만 살펴보면 마치 북미아이스하키리그(이하 NHL)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 불참 선언을 한 후, 이를 후회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NHL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에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지난해 4월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즉 평창동계올림픽의 불참을 선언한 것은 선수들이 아니라 NHL 사무국이고, IOC와 갈등을 빚은 것 또한 NHL 사무국이란 걸 기사를 통해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의 제목만 읽는다면 불참 선언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호해 사실관계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

기사 내용도 아쉬움이 남는다. NHL이 평창올림픽에는 불참해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관심이 있다는 ‘소식’만 전할 뿐 왜 그런 것인지 전혀 이유가 나오지 않았다.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에 있었던 ‘협죽도’와 관련된 보도는 더 아찔하다. ‘청산가리의 6000배에 해당하는 독성분’이란 문구는 공포를 주기 충분했고, 이제 시민들은 위기감을 느껴 거주지 주변의 협죽도를 직접 제보하고 있다. 기사에선 말한다. ‘강한 독성분인 리신이 나무 전체에 분포되어 있다’고. 하지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제공하는 식물도감 자료를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아도 협죽도에 독성물질 ‘리신’이 존재한다는 글은 보이지 않는다. 협죽도에 존재하는 독성물질로는 올레안드린과 네리안틴이 나오고, 이 물질 또한 분명히 위험한 독성물질이긴 하지만 청산가리의 6000배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부산에 이어 울산의 지역신문까지 아파트 단지에 ‘맹독성 협죽도’가 수두룩하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기사는 협죽도의 독성 물질을 ‘라신’이라 밝히고 있다. 같은 나무이지만 그 독성물질의 이름조차 서로 뒤섞이고 있다.

각 언론의 보도는 서로 맞물리며 내용을 더 공고히 만들고, 기사가 또 다른 기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독 나무에 대한 공포를 말하지만, 우리가 이미 다른 독성 식물들과도 가까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나무 열매의 씨앗을 먹은 경우 호흡곤란과 함께 심한 경우 심장마비가 올 수 있는 주목나무도, 동탄 신도시와 김포 호수공원에 이미 조성되어 있다. 공기정화를 위해 각 가정에서 키우는 잉글리시 아이비는 또 어떤가. 아이비 또한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다.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잠재된 위험을 전하는 것만큼, 시민이 공포를 느끼는 지점에 대해 확실한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신문의 기사를 다시 살펴보아도 초등학교 앞 산책로에서 협죽도가 발견되었다는 내용과 ‘청산가리 6000배 독성’에 대한 기사만 있을 뿐, 그 독성물질에 대한 정확한 학명과 같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한 기사는 찾을 수 없다. 만일 협죽도에 독성물질 리신이 존재한다면 이는 국가생물종시스템의 자료와 농림축산부 자료의 부실을 지적하며 전반적인 수정과 식물 데이터에 대한 점검을 지적해야 하는 사항이다. 반대로 만일 협죽도에 리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시급히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 버리며 ‘청산가리 6000배’에 대한 공포가 더 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무술년, 어느 쪽의 오류든 그 사실을 바로잡는 언론이 국제신문이 되길 바란다.

청년활동가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80110.22030002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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