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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6.가상현실과 신문의 역할 /우동준

국제신문 칼럼

by 바람꽃 우동준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VR(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대로 이미지가 자유자재로 바뀌니 가상의 세계지만 당장 시각적 공포가 실감 나 다리가 제멋대로 떨리기도 했다. 그곳에선 VR로 우주 탐험과 해저 탐험을 하는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너무나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니 내 어릴 적의 장난감 ‘뷰마스터’가 떠올랐다. ‘뷰마스터’는 필름을 꼽은 채 셔터를 누르면 입체화면을 보여주던 세계 최초의 3D 장난감이었다.

그렇게 혼자 옛 장난감과 추억에 빠진 채 신문을 보다 보니 문득 딱딱해 보였던 활자들 속에서 재미있는 흐름을 찾게 되었고, 신문도 또 다른 형태의 ‘뷰마스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간의 소식과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신문의 목적이다 보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양면적인 모순도 하나의 기계에서 필름 바꾸듯 신문 지면에 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령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과 ‘가격안정을 향한 부동산’의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그러했다. ‘팍팍한 부산경제’가 헤드라인의 첫 구절이었던 11월 2일 자 데스크 시각에선 ‘10·24 부동산대책은 그나마 부산 경제를 떠받쳐오던 주택 등 건설 경기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10월 18일 자 12면에선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부산의 부동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보도의 헤드라인은 ‘부산 부동산 소비심리지수 뚝… 뚝… 뚝’이었다.

동시에 청년의 20.1%가 주택마련, 학자금 등을 위해 대출받은 적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한 11월 7일 사설은 씁쓸한 현실 그 자체였다. ‘사정이 이러니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7가지를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더 얼마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주택보급률이 111%를 넘어섰지만, 누군가는 내 집의 가격을 유지해야 하고, 누군가는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 사회. 주거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과 땅값 상승률에 대한 경제적 기대가 공존하는 사회이니 어쩌면 상반된 신문의 보도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아주 정확히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역금융권의 성장과 지역 청년의 부채에 대한 보도도 같은 맥락이었다. 11월 2일 자 12면에선 BNK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과 늘어난 이자 이익에 대한 보도를 볼 수 있었다. 이 보도의 부제는 ‘경제 대동맥 역할·사회공헌 강화’였다. 4일 뒤 11월 6일 2면에선 ‘청년 대출자들은 은행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캐피털, 카드사 등 고금리 금융기관을 이용한 이들도 13%나 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뚜렷한 직장이나 담보가 없는 청년들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들고, 주된 대출의 이유도 청년의 79%가 생활비라 말할 정도이니 소액대출로 유혹하는 고금리 금융기관의 유혹이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부채문제와 금융권의 이자 이익을 동시에 다룰 수밖에 없는 딜레마. 이렇듯 알쏭달쏭하고 묘한 요지경 세상을 비추다 보니 지역의 신문 또한 조그만 구멍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돌리며 보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뷰마스터’와 같다는 나의 재미있는 상상도 크게 무리 있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신문에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기대는 무엇일까. 청년들의 현실이 단편적인 수치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낼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그 어려움과 막막함에 주목해, 마치 VR로 보는 것처럼 청년의 삶이 생생히 전달되길 바란다. 그렇게 수치가 아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전달돼야만 문제해결을 위한 첫 번째 이야기의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씩 필름을 돌리던 뷰마스터에서 상하좌우 빠짐없는 시각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VR까지 대략 30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신문을 통해 전달될 생생한 보도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택청약을 위해 밤새 줄을 섰던 기자의 보도, 고독한 죽음을 막기 위해 마을을 삶터로 삼았던 국제신문의 지난 보도가 그 시작을 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신문도 머지않았다.

청년활동가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1115.220300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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