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 속에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고, 그로써 자신의 생각을 다시 성찰하고 그 깊이와 폭을 넓혀, 한 주관성이 다른 주관성과 만날 수 있는 전망을 내다보고》-
.
.
오늘의 글귀는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문장의 길이가 긴 것도 이유일테지만 더 큰 이유는 글귀의 내용 그대로, 내 의견이 저자의 의견 속에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어 이번엔 글귀의 중간만 가져와보았다.-
.
난 특히 위로와 안부야말로 분명한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묻되 그 이야기가 내 의견 속에 들어올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 이것이 위로와 안부에 있어 분명히 필요한 거리감이다.-
.
위로는 초대. 내 안에 너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으니 여기로 와 잠시 쉬라는 것이 그가 갖추어야 할 태도다. 너의 오류 너의 실수에 나도 기꺼이 동참하겠으니 나와 함께 있자는 제안이며 용기일테다.-
.
안부는 넘겨짚음. 어찌 지내냐 따지며 묻는 것이 아니라 차마 꺼내지지 않는 말과 숨의 행간을 넘겨짚어 침묵과 끄덕거림으로 고요히 응답하는 것이 안부일테다. 너의 고민, 그 과정을 내 결코 다 알지 못한다는 겸손한 태도를 갖춘 자만이 묵묵한 들음으로써 개워낸 그 삶의 고민에 바르게 화답할 수 있다.-
.
두 존재의 주관성과 주관성이 서로 마주 보고 부딪히는 것이 대화라면 위로와 안부는 상대의 주관성 그 바로 옆에 함께 서는 것일테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주관성을 내려놓지 못하기에. 틀린 걸 바로 잡아야하기에.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하기에. 네 생각이 이거라지만 그래도 내 생각은 이것이기 때문에. 위로는 말이 아니라 함께 서는 행동이고 안부는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 우리는 위로와 안부로 포장된 가르침과 분리를 너무도 많이 경험하고 있다.-
.
글의 시작에 말했던 것 처럼 나의 문장을 완성하지 않은 채 연필을 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의견이 내 의견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함께 마무리 된 문장이 우리에게 일치 위로 그 무엇이 될 것이다.-
.
.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논술고사 답안지를 넘겨보며>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