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땀을 흘리고 싶었다. 삶의 방향에 안개가 끼고 내가 나아가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하지 못할 땐 잠시 차를 세우고 두 발로 내가 멈춘 곳을 이리저리 다녀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먹는 건 너무 쉬웠지만 역시나 이를 묵묵히 지키는 건 무척 어렵다. 작년부터 육체노동 중에서도 청소를 해보고 싶었다. 무엇을 만드는 일 말고 무엇을 짓는 일 말고 이미 만들어진 걸 깨끗이 만드는 일이 내겐 조금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곳을 다니다 지금은 목욕탕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체질이라 목욕탕에서의 근무는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신이 나지만 다리는 매일매일 통증이다.
그간 얼마나 말랑말랑한 곳만 밟아왔는지 느낀다. 그간 얼마나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간 얼마나 깨끗이 청소된 곳만 다녔는지를 느낀다. 우리가 머문 자리는 늘 더럽혀지고 우리가 머물 자리는 늘 깨끗해진다. 인간이 머문 자리는 더러워지지만 인간이 머물 자리만이 이내 곧 깨끗해진다. 슬픈 아이러니다.
묵묵히 청소를 하며 기도를 한다. 묵상이다. 기도가 힘들었던 내가 이리 쉽게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건 그동안 몸이 편안한 곳을 찾았을 때에야 기도를 청했기 때문이었을까. 마음의 창문을 매일 닦고 또 닦는다.
회장님이 오고 사장님이 오고 지점장님이 탕에 들어왔다는 카톡이 온다. 모두 90도의 인사를 받고 여유롭게 옷을 벗는다. 라커룸의 문을 닫는 순간 한 인간이 된다. 한 명의 인간이 된다. 모두 별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 된다. 작지만 평등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