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어느 날
- 토닥토닥
오늘은 1주 차 수요일. 이곳에 온 지 6일째다. 생각했던 것보단 재미있는 지뢰 수업이다. 일단 겁을 먹었던 것만큼 어렵고 많이 위험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교육은 교보재로만 진행되어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3일째인 오늘까지 우리는 아군 지뢰를 위주로 실습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군 지뢰는 m14, m16a1, k441, m15 대전차 지뢰, m19 대전차 지뢰 이렇게 다섯 개가 있었다.
이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뢰가 2개, 전차를 대상으로 한 지뢰가 3개다.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뢰는 가볍고, 전차를 대상으로 한 지뢰는 무거웠다. 우린 3일 동안 지뢰 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작동원리가 어떻게 되는지, 제일 중요한 지뢰 별 설치법과 제거법도 배웠다.
“그럼 지금부터 각종 지뢰의 설치 및 매설 법에 대해 교육하겠다. 조교 위치로-”
교관님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아군 지뢰 다섯 개를 종류별로 하나씩 가지고 등 뒤로는 총을, 오른손엔 야삽을 쥐고 정렬했다. 교관님의 옆으로 위치한 구대장은 본격적으로 m14 대인지뢰부터 시작했다.
“먼저 M14 대인지뢰의 매설 방법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야삽을 편 상태로 적당한 깊이로 굴토를 해줍니다.
m14 같은 경우엔 작기 때문에 손가락 마디 2개 정도의 깊이로만 굴토를 합니다. 굴토가 끝난 다음엔 지뢰를 위치시키기 위해...”
구대장은 점점 땅에 가까워지더니 마지막 매설 과정에서 땅에 드러누워 손만 움직였다.
“지뢰의 안전핀을 제거할 땐 이렇게 최대한 지뢰의 작용면으로부터 떨어진 상태로, 팔만 뻗어 조심스럽게 안전장치를 제거해 줍니다.”
흙바닥에 누워 바들바들 안전핀을 제거하는 구대장. 안전핀을 제거하곤 손으로 곱게 모래를 모아 지뢰를 덮었다. 지뢰 매설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채 털어내려는 구대장에게 교관님이 말했다.
“이제 설치법을 했으니까 제거법도 시범을 보이겠다, 조교 제거 시범-!”
재빨리 다시 흙바닥에 드러눕는 구대장.
“제거법도 동일합니다. 안전장치를 제거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지뢰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엎드려 팔만 뻗어...” 흙바닥에 대자로 누워 손만 꼼지락거리는 구대장을 보며 앞으로의 훈련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곧바로 이어진 우리의 차례.
모두 흙먼지가 날리는 훈련장에 누워가며 안전핀을 뽑았다.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기 위해선 땅도 스케치북 넓이로 크게 파야했다. 땡볕 아래서 땅을 파고 뜨거워진 바닥에 드러눕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의 교육이 끝나고 나면 다들 옷의 앞면이 너덜너덜해져 있다. 특히 등 뒤로 총을 메고 계속 엎드렸다 일어나는 일에 잠시 쉬는 시간엔 무릎과 어깨가 찌릿찌릿 아프기도 했다.
그렇게 고된 하루를 마치고도 우린 다시 이 높디높은 언덕을 올라야 했다.
우리들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고 있는데 반대편 언덕 위에서 폭파병들이 내려온다. 폭파 교장은 산 중턱에, 지뢰 교장은 산 아래에 있었다. 폭파병들은 우리를 보더니 씩 웃는다.
젠장.
폭파병들은 총도 안 매고 있다. 전투복도 깨끗하다. 땀도 안 흘리고 있다.
아.
젠장.
공병학교에서 그나마 폭파병, 너희들을 보며 위로했거늘 너희들마저 꿀이었구나.
폭파병들과 함께 공병학교로 내려오는 길. 우월감에 젖은 폭파병과 풀이 죽은 지뢰병이 발을 맞춰 내려오다 공병학교 아래 배관 실습장에서 방금 교육을 마친 배관병들을 만났다.
배관병들은 방탄이 아닌 전투모를 쓰고, 비무장에, 학과백 하나만 매고 너무나 밝은 표정과 보송보송한 얼굴로 로 복귀하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보더니 너희들은 뭐냐며 웃는다.
밥을 먹고 지뢰와 폭파가 어울려 서로를 위로하며 담배를 태웠다.
"폭파는 좀 어때요? 아까 보니 소리 꽝꽝하던데.."
"별거 없어요. 지뢰는 어때요? 총 들고 다니기 힘들 텐데.."
- 시험?
진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이곳에서 3주간 교육을 받는다고 했는데 1주 차에 지뢰에 관한 웬만한 훈련은 끝났다.
오늘은 금요일. 어제저녁부터 시작해 적 지뢰에 대해 배우고 있다. 적 지뢰는 아군 지뢰에 비해 약간 투박한 느낌이다. 재래식 무기의 느낌이 더 강하달까. 전쟁영화에서 보던 모양과 비슷했고 실제로 2차 대전 때 개발된 지뢰를 그대로 쓴다고 했다.
설치방법도 아군 지뢰에 비해 훨씬 단순했는데 대신 오래되어 설치 중에 터질 수도 있단다. 북한군들도 이거 설치하다가 많이 죽었다고 했다. 특히 발목지뢰에 해당하는 북한군 목함지뢰에 대해서는 어찌나 겁을 주던지. 여기서 아군 지뢰를 배우는 건 이해가 갔지만 왜 내가 북한군 지뢰까지 설치하고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이 땡볕 아래!
흙 밭에 누워서 말이다!
북한군 지뢰는 단순하긴 한데 또 어찌나 귀찮은지 곳곳에 말뚝을 박고 철선으로 묶기도 해야 한다. 이젠 실내 수업은 전혀 없고 오직 그늘 한 점 없는 흛바닥에 누웠다 일어나길 반복하며 지뢰 설치와 제거 과정을 숙달했다.
눈이며 코며 입이며 온통 먼지로 뻑뻑하다. 우리들은 어느새 서로 친해져 서로의 안전핀을 몰래 숨기기도 하며 장난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금요일 오전 훈련이 마치고 교보재를 정리하는데 교관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로서 기본적인 아군 지뢰와 적 지뢰에 대한 교육을 마쳤고, 다음 주 월요일엔 '각 지뢰 별 설치 및 제거 절차'에 관한 시험이 있겠다. 오전엔 교육장에서 각 지뢰 별 제원에 관한 쪽지시험이 있을 것이고, 오후엔 실습장에서 실습 시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 땐 훈련과 다르게 실제 설치 제한 시간을 적용할 거니까 시간 안에 설치 못해도 탈락이다. 주말 간 개인 시간을 잘 활용해서 준비할 수 있도록.”
으아. 시험 이러니. 그것도 지뢰에 관한 시험이라니.
왜 우리를 시험으로 줄 세우려 하시나요. 성적은 행복 순이 아니잖습니까. 이런 시험이란 부담감. 군대까지 와서 다시 맛보게 될 줄이야.
시험에 대비해 오후 교육 땐 모든 지뢰를 다 꺼내 훈련하였다. 이전과 다르게 다들 진지하게 설치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문제점은 시간이었다. 일주일 내내 반복했으니 절차를 틀리는 인원은 없었는데 이놈의 시간이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또 그 시간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땅이다. 지뢰는 땅 속에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땅을 파야만 하는데 요놈의 땅이 돌 천지다. 처음부터 한 자리로 지정된다면 팠던 곳을 또 파는 거니 괜찮을 텐데 매번 정렬하는 기준이 다르니 늘 새로운 땅으로 배정받는다.
보통의 땅이라면 팠었던 곳의 흙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 눈치를 챌 수 있는데 여긴 온통 적토라 땅을 판데도 붉은색, 안 판데도 붉은색, 내가 서있는 곳도 붉은색이다. 그러니 늘 새로운 땅이고 쉴 새 없이 돌만 나온다.
아 아홉 개의 지뢰를 언제 다한단 말인가. 크기도, 흙을 파는 깊이도 다 제각각인 이 지뢰들을 어찌하란 말인가. 다시 한번 지뢰병의 불운과 가엾은 신세를 한탄하며 엎드려서 안전핀을 제거하고 있는데 갑자기 언덕 위, 산의 정상 가까운 곳에서 굉음이 들렸다.
다들 놀라 가만히 서있으니 구대장이 느긋하게 엎드려 있는 우리 사이를 지나다니며 말했다.
“폭파 애들 폭파 하나보다. 너희는 저런 거 안 해서 얼마나 다행이냐. 너흰 적어도 실제로 터지진 않잖냐?"
폭파 소리가 익숙한지 우릴 놀리는 구대장.
<아군 지뢰>
<북한군 지뢰>
이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목함지뢰
요게 말뚝 박아서 하는 철제 반보병 지뢰 -
우리는 이거
철제 반땅끄 지뢰라고 불렀어요 ㅋ
목함반땅끄지뢰 ㅋ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olykyh&logNo=110003921216
- 완벽하게 망했어
주말이다. 금요일 교육이 마치면서 교관님이 다음 주에 시험이 있을 거라고 했고 그 덕에 다들 주말에 불편한 맘으로 공부 중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다른 곳도 아닌 군대에서 시험기간이 주어지다니.
지뢰 교재를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있는데 이제 보니 여러 가지 협약 같은 것이 있다. 대충 기억하기론 세계는 점점 지뢰의 숫자를 줄여 나간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던 부분은 m14 지뢰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서 지뢰 밑면에 작은 쇠를 부착해 쉽게 지뢰탐지기에 걸리게 한다는 뭐 그런 협약도 있었다.
지뢰탐지기에 안 걸리면 결국 아군에게도 불리해진다는 뭐 그런 건가? 그리고 책을 한 장씩 넘길수록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용어들 투성이다. 몇 장 더 넘기다 처음으로 보게 된 지뢰탐지기.
무섭다.
설마 내가 이거 들고 막 숲 속을 헤매야 되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나도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지뢰는 밟았다 때면 터지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첫 수업 시간에 교관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지뢰는 밟는 그 즉시 터진다."
갑자기 수업 첫날의 그 말이 떠오르면서 지뢰탐지기를 들고 있는 내 모습과 내 양 옆으로 땅에서 올라오는 지뢰 화염 불기둥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무섭다. 지뢰병이 위험한 이유는 지뢰를 설치해서가 아니라 지뢰를 제거해야 해서 위험한 거였지.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니 보이는 두 개의 물건. '지뢰지대 개척'이란 소제목과 함께 하나는 등에 매고 다니는 물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트레일러로 끌고 가는 로켓이었다.
응? 로켓?
잠.. 잠깐만... 로켓에 폭약을 매달아 날린다는 건..
결국 폭파잖아??
이러면 결국 우리도
폭파 훈련한다는 거잖아. 그럼 우리가 폭파 병보다 나을 게 뭐야.
결국 우리가 똥이었다. 지뢰병이 제일 똥이었다.
- 시험이다
다시 시작된 공병학교에서의 한 주. 아침 점호와 함께 연병장을 뛰었고, 아침을 먹었고, 총을 꺼내고, 지뢰 교장을 향해 다시 고개를 올랐다. 유난히 발이 무겁다. 그리고 조금 더 여름에 가까워졌다.
점점 봄이 가고 여름이 가까워온다. 날짜도 5월 말. 다음 주면 6월이다. 내가 군대에 와서 처음으로 계절이 변하고 있다. 군대에 와서 변화하는 계절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기분이다.
“지금부터 쪽지시험을 실시하겠다. 시험지는 세 장이고 시험시간은 30분이다. 다 푼 사람은 그냥 엎드려 자고. 커닝하면 빵점 처리 그런 것 없어. 그냥 영창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험지 뒤로 넘겨!”
교관님이 시험지를 나누어주셨고 앞열에서부터 착착 시험지가 뒤로 전달되었다. 시험지는 3장. 쪽지시험이라고 해놓고선 왜 3장이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얼른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1번 문제
'm14대인지뢰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폭풍형 2-파편형 3-낙뢰형 4-도약형
이게 뭘까. 이런 것도 책에 있었나?
일단 넘어가자.
2번 문제
'다음 중 m16 a 1 대인지뢰의 휴즈로 알맞은 것은?'
1-km500 2-km555 3-km600 4-km605
깔끔하게 망했다. 학교에서도 망했는데 군대에서도 망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엔 정말 쪽팔린다. 내가 무슨 토익을 치는 것도 아니고 수학도 아니고 겨우 지뢰에서 이렇게 망하다니.
교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빨리 책상에 엎드려 하얀 시험지를 보는데, 갑자기 오기가 생긴 나는 스스로와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지뢰만큼은 확실히 알고 전역하리라-’
스스로에게 하는 맹세다.
- 부비트랩
2주 차 월요일은 최악이었다. 시험을 쳤고 깔끔하게 망했다. 너무 만만히 봤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들은 사실은 3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1등의 성적을 받는 인원은 상장과 함께 포상휴가가 붙는다고 한다. 조금 미리 말해주면 덧나나. 하긴 알았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도 않지만..
대충 눈치를 보니 같이 담배를 피우는 고려대 친구가 잘 본 것 같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은 망했다고 하는데 내 그간의 학창 시절 경험을 되짚어보면 꼭 저런 애들이 나중에 반 1등 했다.
에휴. 난 몇 등이나 하려나. 내가 군대까지 와서 등수 걱정을 하다니. 여기 와서 주말에도 자습을 하고, 자기 전에도 자습을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야자 수준이다. 오늘 교관님이 시험 결과는 3주 차에 알려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시험 말고도 2번의 시험이 더 있으니 열심히 준비하란다.
첫 시험의 수치를 다신 반복하지 않으리란 마음으로 다음 시험은 준비를 단단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1등은 이미 날아갔지만 꼴등은 할 수 없다.
--- 2주 차 수요일
계속해서 수업이 이어졌다. 해는 점점 뜨거워지고 비는 올 생각을 안 한다. 덕분에 우리의 전투복은 늘 흙먼지가 가득하다. 이젠 다들 털지도 않는다. 어차피 오후에도 또 흙 위에 누울 테고, 내일도 또 누울 테고, 다음 날도 또 누워야 될 텐데. 처음엔 다들 A급 훈련복이라며 아끼고 아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오늘은 지뢰의 활용에 대해 배웠고 그중에서도 지뢰에 설치하는 부비트랩을 배우고 있다.
“오늘은 지뢰의 설치법 중 하나인 부비트랩에 대해 시법을 보이겠습니다. 먼저 부비트랩은 따로 이렇게 지뢰가 아닌 부비트랩용 신관이 있습니다. 이 신관을 지뢰의 결합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이 신관에는 총 네 가지의 작동원리가 있는데, 압력식, 압력 해제식, 인력식, 장력 해체식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먼저 압력식이란.....”
우리는 무릎 앉아의 자세로 동그랗게 구대장을 둘러싸 설명을 들었다. 확실히 다들 시험을 한번 치고 나더니 눈이 똘똘하여졌다. 이 중에 반은 포상휴가를 노리는 것이고, 이 중에 반은 꼴찌를 피하려는 것일 테다. 나도 질 수 없다.
2주 차에 배운 부비트랩은 확실히 지뢰보단 재미있었다. 하지만 재미와 함께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것이 흠이었다. 부비트랩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인계철선이라고 하는 가느다란 철선을 사용해 함정을 만드는 식인데
내가 워낙 저주받은 손재주라 이게 아무리 해도 안된다.
내가 만졌다 하면 잘 풀려있던 인계철선도 털 뭉치처럼 꼬여 버린다. 내가 지나온 부비트랩들도 모두 줄줄이 꼬여있다.
- 찢어진 전투복
시간 정말 빠르다. 입소한 지 벌써 15일이 지나간다. 점점 시간이 빨리 가는 듯하다. 첫날엔 여기에서의 하루가 너무 길더니 이젠 뭐 이것저것 하다 정신 차려 보면 저녁뉴스를 보고 있다.
평생 동안 이렇게 뉴스에 집중해 본 적이 없다. 뉴스의 글귀 하나하나 신기하고 흥미로우며 뉴스에서 비치는
세상의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다. 이제 달력은 5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으며, 슬금슬금 여름의 시작인 그리고 학생들에겐 1학기의 마지막인 6월이 다가오고 있다.
6월.
6월이면 1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는 것처럼 나도 6월이면 공병학교를 퇴소한다. 이제 한 주만 지나면 내게 새로운 일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자대 배치도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지뢰병의 정점인 실물지뢰 설치 훈련도 가까워지고 있다.
----------------------2주 차 금요일
시험이었다.
시험은 오전에 간단히 끝났다. 지뢰는 다들 마스터했고 부비트랩도 손쉽게 만들어낸다. 실물지뢰 실습이 가까워지니 누구 하나 실수 없이 제시간에 마치고 나온다.
평가 채점표를 하나씩 지급받았다. 채점표엔 우리가 방금 시험 쳤던 각종 지뢰와 부비트랩의 설치 제거법에 대한 세부 점수가 적혀있었다. 나는 적 지뢰 부분에서 몇 개 감점을 당했다. 철제 반보병 지뢰에서 인계철선의 강도가 헐렁하다는 것이 감점의 이유였다. 생각 외로 까다로웠다.
오전 시험이 끝나고 오후엔 '지뢰지대 설치'에 대해 교육받았다. 지뢰지대는 지뢰가 설치되어 있는 특정 지역을 말했다. 이 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하나의 팀을 형성해 각자의 역할을 나눠야 했다. 우리가 설치한 지뢰를 우리가 밟으면 안 되기에 안전통로를 만드는 팀도 있었고, 직접 지뢰를 설치하는 팀과 운반하는 팀도 있었다.
나는 그중 표지반이 되었다. 표지반은 지뢰지대임을 표시하는 역할이 전부인데 반해
철조망을 두르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우선 땅이 너무 딱딱해 철조망을 걸기 위한 철골이 박히지 않는 게 문제였다. 특히 이 철골은 '철항'이라고 불렀는데 이 철항을 박기 위해선 '항타기'라는 물건을 써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철항과 항타기를 들고 애를 쓰는 동안 다른 동기들은 후다닥 뛰어다니며 지뢰지대를 만들어갔다. 어떤 애는 종이랑 샤프를 들고 가서 무언갈 기록하고, 어떤 애는 나침반과 각도기를 들고 가고, 어떤 애는 지뢰를 들고 가는데 나는 항타기만 내려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