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 이상의 단어가 없어 다소 무리스럽게.. 제목을 지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참가자'와 '고객'이란 단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나와 삶이 엮이는 타인의 단어를 여럿 살펴봤습니다. 대강 이렇게 분류되더군요. '청년활동가' 혹은 '사회활동가', '문화기획자' 혹은 '커뮤니티 매니저'. 각자 다른 주제와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상이한 네 가지 분류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통점 :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의 대상을 '참가자'로 정의한다는 것
여기에서 몇 가지 함의를 찾을 수 있는데 먼저 스스로를 '활동가'의 범주에서 해석하는 이들에게 '참가자'란 '의식의 변화 대상' 이거나 '궁극적인 삶의 변화를 기대하는 계층', 즉 활동의 대상이자 목적이 됩니다.
스스로를 '기획자'의 범주에서 해석하는 이들에게 '참가자'란 '설계된 판 위에서 자유의지로 움직이는 행위자'이자 '내 기획의 객관적 지표'. 즉 기획의 성공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평가 주체가 됩니다. 활동가와 기획자를 교차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겐 참가자가 기획의 목적이며 활동의 지표가 되기도 하고요.
이처럼 '돈을 내는 고객'이 아닌 '대상으로서의 참가자'를 향하면 많은 우선순위가 달라지게 됩니다. 고객의 니즈를 쫒는 것이 아닌 사회적 당위를 설득하게 되고, 고객의 만족이 아닌 기획자로서의 컬러가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이죠.
이런 정의는 곧 프로그램의 참가 경험을 화폐와 교환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의미 있게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개인에게 돌아오는 보상도 물질적 화폐가 아닌 심리적 만족, 사회의 진보이거나 개인의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대체되고요. 그렇다면 이 과정이 그르냐. 그건... 솔직히 답을 하기 힘드네요. 가치 중심의 평가와 삶의 방식 또한 다른 기준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서요. 다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매니저'란 정체성에서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판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공하는 것이 아닌 판매해야 한다
얼마 전 기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자정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후반부 주제는 '돈에 대한 감각'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여러 문장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날 돌아보게 했던 문장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없으니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해 계속 내어놓기만 한다'였습니다.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과 눈치를 살피는 것은 분명 다를 겁니다. 공간에서 진행했던 저의 지난 프로그램들을 살펴봅니다. 처음이란 이유로, 아직 실험의 단계라는 이유로 약속된 것 그 이상의 것을 꺼내놓고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다르게 보완할 수 있는 나름의 대책을 강구했던 것이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확신의 결여는 결국 판매되는 프로그램에 추가적인 장치를 만들게 되고, 이 장치는 최초의 참가비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모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은 프로그램과는 별개의 미션이 되어버린 꼴이지요.
나름의 홍보효과와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건 지속할 수 없는 단발성 이벤트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1만 원으로 설정한 고객의 참가 경험 안엔 제가 제공한 의외의 서비스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이죠. 이후에 제공하지 않으면 추가 서비스가 빠졌다기 보단 기본 서비스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 테니 여러모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향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실수를 통해서만 배우는 모지랭이입니다)
아무도 날 지목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 부끄럽고 뜨끔했던 건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말 앞에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과 낮은 자세로 눈치를 살피는 것은 다를 테니까요. 본격적인 글의 시작을 알리며 오늘 첫 챕터의 주제로 내 프로그램의 대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내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립을 잡아보았습니다. 이는 현재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제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진단기도 했습니다.
아, 술자리에선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적용한 예시도 나왔는데요. 이는 프로그램의 준비 비용과 노동, 가치에 대해 한 번 설정한 가격은 웬만하면 그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선 이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프로그램마다 내용과 준비 비용이 다른데 이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보아요. 과연 커뮤니티 프로그램에서의 '적정 가격'은 얼마가 되어야 할지를 두고 다음 글을 써보겠습니다.
*ps)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 이 매거진의 글은 실험과 고민의 과정을 그대로 담은 '성장 일기'에 가깝습니다. 내용상의 오류와 부족한 논리에 대해선 댓글로 의견을 보태주셔요. 곱씹으며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