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그램의 적정 가격

편집자 미안해 마이크 못줘서 미안해

by 바람꽃 우동준

재밌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관련 후기를 매거진에 올렸더니 편집자가 냉정히 말한다. ‘행사 후기는 정식 콘텐츠가 아닙니다’(엄청 단호했음) 그래서 부리나케 쓰는 글. 마감일이 지났으니 (조금 많이) 서둘러 적어본다. 지난번 게시글의 마지막 주제는 ‘가격’이었다.


프로그램의 적정 가격은 얼마여야 할까. 근래 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여전히 실험하며 답을 쫓는 주제 중 하나.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시장에서 얼마를 받아야 할지는 창작자라면 당연히 겪게 될 고민이다. 보통의 적정 가격은 경제적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지 않는 정의로운 가격대 그 어딘가를 뜻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참가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납득할만한 가격’은 얼마일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보겠다. (편집자님 보고 계시죠?)






vitaly-taranov-OCrPJce6GPk-unsplash.jpg Photo by Vitaly Taranov on Unsplash



어떤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와 같다. 가격을 결정하는 두 주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자가 정한 하한선(이만큼은 받아야죠)과 상한선(이 이상은 못줍니다)을 기준으로 상대를 세게 당긴다. 너무 당기기만 하면 아예 줄을 놓아버릴 수 있으니 적당히 밀고 당기며 '가격'은 점차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된다.


여기서 생산자가 고려하는 지점과 소비자가 고려하는 지점이 나뉘는데 우선 생산자는 서비스 각 요소에 대한 <투입 비용>을 고려한다. 프로그램으로 예를 들면 항목을 ① 공간 대관료 ② 다과비 ③ 진행자+스텝 인건비 ④ 부대 물품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관료와 다과비, 물품비는 시장 가격에 따르지만 대체로 고정적이다. 문제는 진행자와 스텝의 인건비다.


투입비용은 곧 프로그램의 손익분기점이 된다. 흑자를 위해선 참가비를 많이 받아 수익을 남기거나, 준비 비용을 다운시켜 모자란 수입을 보완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가장 많이 만져지는 게 진행자의 인건비다. 손익분기점을 하향 조정하기 가장 쉬운 항목이니까.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많은 자영업자 분들의 회계엔 옵션이 된 자신의 인건비가 담겨있다.


사업이 진행되며 여의치 않은 환경에 유연히 대처하는 것과, 설계 때부터 인건비를 배제해 참가비를 다운시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최초 기획 단계에선 진행자의 인건비를 포함해 설계를 마쳐야 한다.


얼마가 남으면 인건비로 가져가겠다는 결정은 소비자의 효용을 위해 생산자의 효용을 감소시키는, 한쪽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한쪽을 희생시키기에 온전한 형태의 서비스라고 보기 힘들다. 참가자의 만족도만큼 생산자의 인건비도 중요한 평가지표 중 하나기 때문이다. (기업의 CSR, 지원사업의 진행이라면 다르겠지만)


소비자는 무엇을 고려할까. 구매 경험이 내게 남길 자극, 기회, 배움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의 단순한 높낮음이 아닌 해당 서비스가 내게 줄 자극과 신선한 경험을 설정된 가격과 비교한다.


즉,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닌 차별화된 경험이다. 돈이 더 비싸도 된다. 확실한 재미, 성장하는 기쁨, 지루한 일상에 다시 흥미를 갖게 할 몇 가지 요소만 담을 수 있다면 얼마든 비싸도 된다. 동시에 유명강사의 강연과 대중가수 공연 티켓에 비싸도 신용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건, 그만큼 구매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자가 선택을 주저한다고 생각하지만, 가격보단 상품에 대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정보와 불안함이 더 크게 작용한다.


소비자는 확실한 상품엔 많은 돈을 쓸 수 있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엔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써지지 않는다. 전략은 여기에 있다. 생산자는 가격 설정에 있어 본인과 스텝의 인건비를 양보하지 않고 최우선으로 설정해야 한다.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프로그램의 퀄리티, 소비자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는 다양한 현장 사진과 영상, 참가자 후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구매자는 언제나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고 결정한다. 그렇다면 노력해야 할 부분은 프로그램의 퀄리티 향상, 참가 경험의 향상이 될 것이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는 잘 알지만.. 언제나 만만치 않은 나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금 바다의 모든 프로그램은 참가비 1만 원을 최소 금액으로 책정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비 1만 원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기획한 프로그램이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공간이라 참여자에게 모든 프로그램이 최초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참여자 후기라던가, 현장 사진, 영상이 없이 오직 포스터와 모집글로만 설득을 해야 한다.


공간이 시작된 지 8개월, 지원사업을 통해 돌아가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이젠 참가비만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려 한다. 물론 참여자와 스텝의 인건비를 고려해 참가비를 책정하고, 준비 비용을 조절한다. 자연스레 프로그램의 내용도 과한 설정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소규모 커뮤니티로 설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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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이후로는 5회 차 이상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참가비는 7만 원에서 8만 원 정도로 논의 중인데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나의 이야기로 작사를 하고, 함께 멜로디를 더듬어가며 나만의 노래를 만드는 시간이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광안리에서 버스킹을 해보려 한다. 1만 원 이상을 받는, 하루로 끝나지 않는 커뮤니티에 대한 도전이라 기대가 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생산자의 준비 비용 < 프로그램의 적정 가격 = 소비자의 구매 의지


한 프로그램의 적정 가격은 인건비가 포함된 준비 비용보단 커야 하고, 소비자에게 확실한 경험을 심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구매 전 확실한 사전 정보가 제공되어 불안정성이 해소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뒤로 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생각하는 바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차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더 좋고 의미있는 콘텐츠로 적정한 금액을 책정해 무사히 운영되는 공간을 위해 아주아주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다음엔 조금 더 공간에 대한 얘기로 들어와 <생각하는 바다>가 가진 장점과 한계를 중심으로 글을 써봐야겠다.







편집자.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

이번 주가 일이 많았어.

첫 주라서.

다음부턴 안 늦을게.

화내지 마렴.


그럼 일요일에 업로드 했으니까.

늦지말고 이번 주까지 올려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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