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매니저-낯선 이와 커뮤니티를 시작할 당신에게

by 바람꽃 우동준

커뮤니티는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집단이지만 어떻게 시작해, 무엇으로 마무리할지 설계의 단계부터 많은 것이 모호한 영역이기도 하다. 다양한 커뮤니티를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 많은 것이 부족하고 미진한 경험만 남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냔 기대로 글을 남긴다. 만약 커뮤니티를 시작하고 싶다면. 지금 당신만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면, 이 짧은 방법론으로 서로에게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만들 커뮤니티가 더욱더 단단한 커뮤니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① 나의 욕구에서 시작하기


커뮤니티는 한 번에 종료되는 이벤트가 아니다. 나의 욕구를 참가자에게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해, 욕구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집하고, 긴 호흡으로 모두의 욕구를 새롭게 꺼내는 마라톤에 가까운 작업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보다는 관계를 놓지 않는 강인한 지구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커뮤니티는 다른 프로젝트처럼 손에 잡히는 뚜렷한 결과마저 없다. 그래서 커뮤니티 운영자의 ‘내적 동기’가 중요하다. 우리가 왜 모이고 있고, 이 연결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커뮤니티 운영자가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내지 못한다면 ‘커뮤니티로서의 매력’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갑자기 이거 해 보고 싶어’와 같이 조금은 영글지 않은 욕망에서도 충분히 커뮤니티가 시작될 수 있다. ‘완벽한 동기’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시작된 ‘나만의 충동’이다. 세상의 이유가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시작된 커뮤니티라면 시작의 형태가 조금 모호하다 하더라도 끈질기게 완벽을 향해 나아갈 힘이 있다.


기억하자. 형태와 내용은 다음 문제다. 가장 중요한 건 다듬어지지 않은 커뮤니티의 시작을 돌파할 수 있는 내면의 욕구.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나만의 열망을 찾아내는 것이다.



② 주변의 필요에서 시작하기



나와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내면에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철학 반찬>의 기획자 아토, 자작곡 워크숍 <Make My Music>의 기획자 눈썹의 시작처럼 말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에게서 꺼낸 커뮤니티의 장점은 ‘흔들리지 않는 진정성’에 있다. 나는 아토가 철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고, 눈썹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음악을 바라는지 알았다. 두 프로그램이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자생할 수 있었던 건, 최초의 바람을 품은 커뮤니티 기획자의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언어를 잘 들어본다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한 힌트가 있을 것이다. 주변의 필요를 귀담아듣고, 그들을 커뮤니티의 세계로 이끌어보자. 일상에서 확장되는 그들의 바람이,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나아갈 것이다.



③ 지역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내가 머무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훨씬 넓은 의미의 커뮤니티를 기획할 수 있다. 우선 지역이 가진 강점과 독특한 자원을 활용해 커뮤니티를 기획할 수 있는데, 나 역시 광안리에서 지내는 만큼 해변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많이 고민했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제대로 시도하진 못했지만 우리는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광안리 바다를 활용한 힐링 커뮤니티를 계획했었다. 바쁜 일상으로 지쳐있는 청년들이, 붉은 노을이 지는 하루의 끝자락에 모여 광안리 바다의 바람과 짠내음을 맡으며 숨과 몸을 가다듬는 워크숍 프로그램이었다.


반대로 지역의 한계에 주목한 커뮤니티도 있다.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북 커뮤니티 사과’에선 수도권의 작가를 초청해 지역 독자들과 교류하고 관계 맺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선 유명 작가와의 만남을 쉽게 갖기 힘들다는 ‘결핍’에 주목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다.


이처럼 커뮤니티 기획의 시작은 일상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바라본다면 수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해볼 수 있다. 나다움을 향한 욕구에서 시작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나씩 변형되어 가며, 세상에 없던 독특한 나만의 커뮤니티가 다듬어지는 것이다. 내가 머무는 지역과 주변과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자. 면밀히 관찰한다면 나의 욕구가 반영된 새로운 커뮤니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부산 광안리 해변 곁에 있는 인문공간 '생각하는 바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지내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담긴 이야기와 작은 고민을 엮어 한 권을 책을 펴냈습니다.


http://aladin.kr/p/1y6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