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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Apr 05. 2021

코로나19가 던진 질문, 문화예술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부산복지 이슈공감> 2021년 3월호, 문화분야

* 아래 원고는 부산복지개발원 <부산복지 이슈공감> 2021년 3월호, 문화분야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코로나가 강화한 차별 - 코로나19가 던진 질문, 문화예술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규제 


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환자 발생 이후 4개월간 「코로나19」사태로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전국적으로 2,500여 건으로 피해 금액은 523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규제는 모두 ‘공공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조치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단계별 기준에 따라 상이한 방역 조치가 이행되며, 문화예술 영역은 1.5단계(지역적 유행 단계)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위험도 높은 활동은 전면 금지되고, 축제 등 일부 행사는 100인을 기준으로 진행을 허용한다. 하지만 마을 단위로 진행되는 소규모 축제라 할지라도 운영 스태프와 실무진 등 필수 인력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100인이라는 숫자는 '기존의 논리로 진행'되는 문화예술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와 다름없음을 알 수 있다.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에서 배제된 문화 


그동안 예술을 통해 사람과 마주하고,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새로움 • 가능성 • 설렘이었지만 이젠 ‘확인되지 않은 위험함’으로 인식되고, 문화공간 역시 ‘사회의 다양성을 증대시키는 공공성’보다 ‘통제되고 확인되지 않은 불안전함’이 앞선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필수 시설’인 음식점, 상점, 의료기관을 제외하고 진행되는데 이는 사실상 문화예술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아님을, 나아가 문화예술이 공공의 안전을 위해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유도하는 영역임을 간접적으로 규정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동안 문화예술이 가진 경제적 효과와 가치에 대한 물음이 가해졌다면, 코로나19의 확산 이후엔 문화예술의 필요와 공공적 의미를 묻는 거친 물음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문화예술계는 존재 이유에 대한 거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한다.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꾸준히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 축제와 예술 기관에서는 대규모 예산을 활용한 비대면-온라인 축제를 장려하고, 이런 흐름 속에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받아 스타가 된 소수의 사례도 발생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온라인 기반의 문화실험이 코로나 시대의 대안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누구도 이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더 거칠어질 계층 분화


온라인일수록 퀄리티는 냉정하게 평가받는다. 사운드의 품질을 유지하고, 다채롭게 무대를 구성하고, 향유자의 시선을 대신해줄 좋은 카메라와 빈틈없는 송출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이렇듯 안전하고 유의미한 예술 콘텐츠를 확산하기 위해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콘텐츠 제작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이어진다. 


인프라의 차이가 퀄리티의 차이로 이어지고, 장벽이 된 플랫폼 앞에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예술인들의 무대는 비대면-온라인 상황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그렇게 공정한 듯 보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싸움이, 기존의 격차와 체급의 차이를 강화시키는 구조가 랜선의 뒤에서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계층에 따른 격차를 강화한다. 소극장과 대형 콘서트홀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잣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가능함이다. 소극장은 장르 불문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된 반면, 대형 콘서트홀은 좌석 간 거리를 유지하며 문화 향유가 이어진다. 문화적 실험의 지속은 인디 문화의 존재와 문화적 토양의 다양성을 지켜내는 중요한 논의의 시작이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된 영역에서만 이어지는 문화 향유는 계층에 따라 구분된 문화를 강화하고, 이런 상황은 문화예술 영역의 게토화를 가속한다. 이어지지 못한 문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부주의 맹시


당장 예술가가 점유할 수 있는 예술공간과 문화소비자가 사라지자 문화예술인의 일상을 더욱 거칠게 변해갔다. 2018년에 진행한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중 프리랜서의 비율은 72.5%, 예술 활동으로 인한 월평균 수입은 약 107만 원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예술인의 ‘생계에 대한 지원’과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이다. 그리고 두 지원사업 모두 사업에 적합한 문화예술인을 찾기 위해 거칠고 무딘 잣대를 내밀었다. 바로 예술활동증명서,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로 대표되는 공적 인식표의 유무이다. 생계유지와 활동비 마련을 위해 짧은 아르바이트만 해도 4대 보험 직장가입자가 되지만, 지원 사업은 삶의 다양한 변수를 품어낼 만큼 그렇게 엄밀하게 기획되지 않았다.


 ‘부주의 맹시’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가지 조건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관은 지원금의 적확한 사용을 위해 예술인의 ‘순수성’을 요구했지만, 다양한 예술인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미줄처럼 수많은 일에 중첩되어 있는 현실은 바라보지 못했다. 이는 예술인의 실제 삶을 보지 못하는 부주의 맹시를 보여주었다. ‘공정한 지원’을 위해 설정한 최저 기준은 문화예술인의 범위를 축소시켰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어려움은 포착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집행된 생계 지원금과 활동 지원비에서 발생한 문제는 ‘한발 늦게 제공된 공적 지원금의 시차’와 ‘현실성 부족한 적용 기준’이며 이는 코로나19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재된 문제가 급격히 가속’된 것임을 알려준다.     


코로나19의 유산 구체적인 도전과 비전


기존 체계의 지원 방법과 호흡으로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여러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재빨리 구체적인 도전과 새로운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비대면으로 강화된 웹콘텐츠의 특징을 살려 점진적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는 긴 호흡의 성과 측정 방식이 필요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는 시기에 인터뷰와 영상 아카이빙 등 소멸된 지난 활동에 집중하고 의미를 재해석하는 웹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무엇보다 앞서 극복해야 하는 건 ‘코로나 블루’로 대표되는 우울함과 지역, 인종, 종교로 이어지는 ‘제노포비아’다. 문화예술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엔 문화적 편견을 깨는 독창성과 예술이 가진 직관에 서로를 향한 혐오의 시선을 거둘 힘이 있다는 걸 우리는 말해야 한다. 


이제 지난 활동을 복기하고 새로운 실행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다. 우리가 관계성과 연대성, 낙관주의를 회복해 낸다면 분명 문화예술의 존재 이유와 공적 의미에 대한 사회의 물음에 대응하는 마땅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우동준 

커뮤니티를 매개로 지역의 다양한 사람과 관계 맺고 있으며, 타인의 삶을 꺼내 듣는 인터뷰어로 활동 중이다. 최근엔 단행본 ‘커뮤니티 매니저 성장기’-『오늘도 만나는 중입니다』를 펴냈다. 



<참고자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2020, 『「코로나19」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0, 『코로나19가 문화예술분야에 미친 영향 및 정책대응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코로나19가 문화예술분야에 미친 영향과 향후 과제』

⦁문화체육관광부, 2018, 『2018 예술인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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