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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Mar 04. 2021

[청년의소리]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이번 연휴 코로나 걱정 없이 대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플랫폼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뜨거웠다. 실시간으로 타인과 연결되는 음성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고, 이들의 등장은 곧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버금갈 새로운 글로벌 서비스의 등장을 예고했다. 나도 1년 남짓한 사이 기업가치 1조 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는 소식에 놀라 허겁지겁 참여해보았다.      


클럽하우스에 진입하려면 우선 몇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오직 아이폰 유저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고,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도 초대장이 있어야 비로소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 언제나 유형의 변화가 유행이 된다. 빠른 인터넷 보급망이 영상 콘텐츠 시장을 넓혔던 것처럼 무선 이어폰의 보급이 오디오 기반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차별화된 기능의 에어팟은 이제 향유하는 콘텐츠의 질적 차이를 의미한다. 본격적으로 기기의 격차가 콘텐츠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 ‘클럽하우스’ 역시 또 다른 박탈감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들려온다. 매력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두고 ‘연결에 대한 희망’과 ‘정당한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부딪히는 중이다. 모든 의견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나는 조심스럽게 클럽하우스가 만들어낼 새로운 연결에 조금 더 희망을 두려 한다. 그건 어느 늦은 밤, 나와 대화를 나눈 한 이용자의 한 마디 때문이다. 그는 ‘클럽하우스’가 많은 사람이 모인 왁자지껄한 술집 같다고 했다.      


누구는 거나하게 술에 취해 철학을 논하고, 누구는 전문 분야의 뒷이야기를 은밀히 꺼내놓는 곳. 사회적인 계급, 옷차림, 외모를 떠나 어떤 테이블이든 자유롭게 진입해 나의 의견을 꺼내고 또 숨길 수 있는 ‘닫힌 사회 속 또 하나의 열린 사회’.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지 않는 시스템은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더욱 몰입하게 했고, 지금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상대의 모든 의견을 중요하게 만들었다. ‘클럽하우스’엔 사람과의 연결과 대화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가 모여 있었다. 우리는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We Are Not Alone. 여기서 난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또 하나의 ‘클럽하우스’를 떠올려본다. 1994년 미국 뉴욕에 모인 10명의 정신장애인이 형성한 작은 자조 모임이 전 세계 30개국 300여 개 공간으로 퍼져 ‘클럽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화의 공간이 되었다. 부산에도 송국클럽하우스와 참살이클럽하우스를 비롯해 8곳의 기관이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정신재활시설 클럽하우스는 정신장애인을 환자가 아닌 회원이자 동료로 관계하며 실제적인 일을 분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이는 것을 떠나, 또 효율적인 대화의 방식을 떠나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함께 함’으로 생생히 증명하고 있는 곳이다.   

   

클럽하우스라는 공통된 이름을 가진 두 플랫폼을 바라보며 내가 내뱉었던 지난 대화를 되돌아본다. 수많은 문장을 음성으로 전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게 일이지만, 나는 상대가 입고 있는 옷, 차고 있는 시계, 머릿결과 분위기를 종합해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재단해왔다. 그동안 대화의 장을 더 넓게 여는 것에만 집중했지 상대의 존재와 대화에 몰입했던 순간은 적었다. 클럽하우스는 보이는 것 이면에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타인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갖춰야 할 새로운 관계의 태도를 알려 주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이자 가능성이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나는 조금 더 음성에 집중한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다. 이제 내 손에도 세 장의 초대장이 주어졌다. 누구를 ‘먼저’ 초대해낼지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나와 마주한 이가 그의 모습에 알맞게 존재할 수 있도록 또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순간에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화를 연습하려 한다. We Are Not Alone.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10224.22021007113&kid=0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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