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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Aug 18. 2021

아버지 인터뷰가 책이 되었습니다

단행본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


[문장을 통한 치유, 그리고 자기 긍정의 시간] 


홍보글을 올리기 전에 인터뷰에 참여해주셨던 아버지들에게 먼저 연락드린다고 소식이 조금 늦었습니다. 


아마 기억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2016년부터 소소하게 '아버지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아버지와 마주 보며 먹은 마지막 음식이 돼지국밥이라, 돼지국밥에 소주 한잔하며 인터뷰하는 컨셉이었는데요. 목표는 서른이 되기 전에 내 안에 담긴 아버지(부성)와 마주하고 나름의 치유와 회복, 혹은 용기를 얻는 것이었는데 결국 서른 둘, 2021년까지 끌고야 말았습니다. 192페이지의 가벼운 책이 나와서 소개해 드릴까 해요. 


편모가정이라고 하죠.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란 단어가 유난히 어렵고 더 무겁게 다가왔어요. 상실, 혹은 결핍의 마음이 너무 컸던 탓인지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어깨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갔었죠.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란 마음이 아버지와 너무 닮은 나에 대한 자기 부정으로 이어졌고, '아버지는 이래야 해'란 요구가 더 나은 나에 대한 채찍과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이 왜곡된 지도 모른 채 홀로 힘들어하다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얼굴에서 아버지를 봤어요. 흐릿한 기억이지만 어릴 때 봤던 30대의 아버지 얼굴이 거기 있었죠. 그날부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당장 아버지와 마주할 용기가 없어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한 주변의 어른들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이후 아버지에게 질문을 건네고 싶은 친구들의 물음을 모아 직접 인터뷰를 시작했죠. 


이 책은 주변에서 만난 서른 명의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다시 엮은 책입니다. 일터에서 만난 동료의 아버지부터 시작해, 금색 결혼반지를 끼셨던 86번 버스 기사님, 양정동 한 빌딩 주차장의 관리 아저씨와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 지금은 사라진 작은 영화관의 주인 아저씨도 있고, 중학생 때부터 함께 지내다 어느 순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동네 형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책의 끝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의 질문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땐 총 180개의 질문이었는데요. 그중 추리고 또 추려 70개의 문장을 담았습니다. 제 책에 담긴 이야기가 끝나면 이 질문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아버지 혹은 자녀와의 어색한 대화가 시작되길 희망했어요.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한 편의 책을 마치며 도달한 결론은 간단합니다. 세상에 ‘아버지’란 단일한 모습은 없다는 것과 ‘아버지’란 이유로 당연히 부여되는 권위나 마땅한 책임 역시 없다는 것이었죠. 제가 만난 분들 중 ‘아버지다운 삶’에 맞춰 살아가는 이는 한 명도 없었고, 모두가 각자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해받거나 혹은 오해받으며 살아가는 삶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나로만 표현하지요. 찌푸리고, 인상 쓴, 얼핏 보면 화난 것 같이 과묵한 중년 남성의 얼굴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얼굴이 다양한 사회를, 모두가 자신의 얼굴로 아버지가 되길 꿈꿉니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아버지다운’ 태도와 삶이 얼마나 허약한지 서른 명의 아버지를 통해 하나씩 해체해가는 과정이 여기에 담겨 있으니까요.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형화된 아버지 얼굴에서 벗어나 내가 바라본 아버지의 진짜 눈과 코, 그리고 손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 책의 표지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진 아버지의 삶을, 내 아버지 얼굴 속에 담긴 존재의 다양함을 마주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상실과 감정을 겪는 분들에게도 작은 공감의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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