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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Feb 16. 2016

돼지국밥 5+ (with.이태백)

#아버지 #당신과 내가 따뜻했던 순간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부산 양정엔 청년들의 공간 '비밀기지'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 있는 작은 청년. 


비밀기지는 지하에 있고, 회의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날이면

우린 늘 주차장을 통해 나오곤 한다. 


오늘의 인터뷰는 그 주차장 한편에 앉아계시는, 관리인 아저씨. 

늘 짧은 목례 인사만 드리며 지나갔던 아저씨께

오른손엔 따뜻한 녹차를, 왼손엔 달콤한 초콜릿을 들고

방긋 웃으며 다가갔다. 


간단히 인터뷰에 대해 설명과 동의를 구했고, 

아저씨는 '아버지'란 말에 미소를 지으시더니,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하셨다.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I:자제분이 어떻게 되셔요?

H:아들 둘이죠. 

큰 놈이 39, 37입니다. 나는 올해가 육십 여섯이 됐고요.       

I:청년시절의 별명은 무엇이었나요?

H:내가 국민학교 때 별명이 이태백이었어. 이태백. 왜 이태백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애들이 날 이태백이라고 불렀어. 아마 성이 이가라서 그랬나 봐.      

I:청년시절에 아저씨는 어땠나요?

H:가난한 부모 밑에서 컸지요. 농촌에 있다 왔어요. 내가 국민학교 때까지 시골에 살았는데.. 14살에 부산에 왔으니까.. 지금으로 치면.. 그러니까.. 아주 그 서민들이지. 몬사는 서민이었죠. 난. 

I:꿈 많은 청년이었나요?

H:꿈은 컸는데 그게 참 내 마음대로 안됩디다. 인간의 운명이 아무리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19살에 군에 갔는데, 

그 군대 3년 마치고. 제대를 해서 그 지금의 그 시립도서관. 그게 또 참 오래되따고요~

(하시며 아저씨는 갑자기 부산의 옛 서면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하셨다) 


옛 서면 로터리 


거기서 내가 공부해서 3개를 합격했다고요.

지금의 그 시청 공무원! 또 경찰공무원! 또.. 그 그 해양청 공무원!      

I:우와..     

(난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H:내가 그렇게 합격을 했는데 경찰공무원이 가장 빨리 배치가 되더라고. 그래서 내가 부평에서 6개월 교육받고 순경을 달았다고. 그렇게 순경 10년 넘게 하다가  그만두고.

그때 내가 무슨 사업한다고.. 이것저것 한다고 했는데.. 사업도 참... 잘 안됩디다. 


경찰에 가만히 있었으면 총경까지 내가 달았을 건데. 내 동기들은 전부 다 총경으로 다 나왔다고. (웃음)

그래도 전역하고 그땐 진짜 열심히 했어.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별로 몬했는데. 내가 하는 걸로 하니까 죽기 살기로 하니까 또 되드라고.      

그렇게 하다 이제 이 직장이 마지막이지. 이젠 나이가 육십여섯인데 여 말고 받아줄 데가 있겠습니까 하하.      


I:당신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와 영역은 무엇인가요? 

H:내가 군대에서 철학책을 참 많이 봤어요. 

(철학? 벤야민? 막스?)     

사람의 얼굴을 보잖아요. 이 관상. 관상이 제에에일 중요합니다. 

사주팔자는 이십 프로밖에 안됩니다. 

저 사람 그릇이 어떻다. 잘 살겠다. 못 살겠다. 그런 게 이 얼굴에 다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손금. 성명학. 풍수지리학. 다 공부했어요.     


I:아 늘 궁금했어요!


내 오른손은 손금이 한 줄이다.

H:막쥔손~ 아 괜찮아요.

막쥔손은 그.. 삶의 쫌 굴곡이 많은데, 잘될때는 굉장히 높은데 까지 올라가는데,

떨어질 땐 저 끝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ㄱ... 그럼 안 괜찮은 손금인 거 같아요 아저씨/...) 


그래서 그 평행. 평행을 지켜야 합니다. 

인간의 운명도 물처럼 평행을 잘 지켜야 합니다. 





I:당신은 자식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H:아버지죠. 전 늘 청렴하게 살려고 했습니다. 자식들에게 '청렴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청렴한 사람


사람이 청렴하게 살지 않으면 직위를 잃게 됩니다. 음.. 사람은 모두 직위가 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직위. 부모로서의 직위. 부부로서의 직위. 그 모든 것엔 직위가 있고, 청렴하게 안 하면 그 직위를 잃습니다.    


I:아버지로서 청렴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H:그건 아주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은 특히 지금 현대사회에선 살 수가 없습니다... 살아갈 수가 없지요. 우린 근면하고 성실해야 하고 자중하고.. 또 인내해야 합니다.    

  

I: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H:우리 아버지? 어.. 우리 아버지는 그 시골 농부이시고.. 오래 몬살았어요. 옛날이 그렇죠 뭐. 우리 아버지는 오십에 돌아가셨는데. 왜 그 오십에 돌아가셨냐 하면은 젊었을 때부터 술 담배를 해가(해서)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내가 술 담배를 안하요! 

늘 몸이 건강해야 해요 아버지는.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푸고. 좌우간 건강해야 해요.     

 

I:자식에게 크게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나요?

H:자식에게 크게 상처받은 건 없었어... 우리 아들은 뭐 둘 다 직장을 잡아가지고, 월급재이들 하고 있으니께. 월급 받아가 밥 먹고살고, 뭐 평범하게 살지.  이젠 집에 나하고 영감할매 이래 둘 밖에 없습니다.      

I:만약 자식이 당신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무엇 때문일까요?

H:나는.... 없던 것 같아...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주지 못해서 아쉬운 건 있었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애들의 앞길을 도와주지 못한 거. 쫘악 뻗어나가게 도와주지 못한 게 아쉽지.



I:자식분들이 하고 싶어 하던 것이 있었나요?

H:그 둘째가 야구를 했었어요. 그 그  이대호하고. 그 그 미국 가가(가) 있는 그 아(애) 이름 뭐고(뭐니)     

I:추신수! 추신수! 

H:그래 그 추신수! 그 아랑(아이랑) 우리 아랑(아이랑) 같은 학년이었다고.      

우리 애가 고등학교 때 너무 빨리 스카우트가 들어왔는지... 그 쪼깨이 뛰다가.. 잘 안됐어... 

그래서 지금은 야구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I:오오 

H:그래도 우리 아 도 야구를 참 잘했는데.. 운을 잘 못 탔어..   


       




I: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H:나는 죽는기 하나도 안 두려워. 왜냐면 죽는기 모든 고통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편안히 가는 거니까. 난 죽는 게 두렵진 않습디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기 지옥이거든. 


죽으면 천당 간다 지옥 간다 하는기 다 거짓말이야. 눈으로 보면 다 보이잖아. 저 사람이 천당에서 살아가는지 지옥에서 살아가는지.... 죽으면 다 천당이지.... 죽으면 다 천당이야....           

  

-그때 관리실 문을 연 손님 

H:어디로 오셨습니까?

손님:오 층

H:아 오 층 차입니까? (웃음) 오천 원만 주이소.      


     

나는 그.. 결혼을 너무 철없이.. 모르고 했어.      

결혼을 해보니까 너무나.. 살아가는 게 힘들고 고통스럽고, 그렇드라꼬. (웃음)   

   

우리 며늘아기한테도 그랬어요.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만 낳아라. 자식을 많이 놓으면 부모가 고생한다...       


나는 인생사는 거 자체가 '괴로움'이고 '고되고', '힘들고'. 

김영삼이가 뭐라 했냐면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통과 번뇌의 시간은 길었다."


그 말은 딱 맞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행복한 시간은 너무나 짧고, 불행한 시간은 참 깁니다. 이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가 인자 크는 손녀 보면 참 걱정스럽지... 앞으로 어떻게 그래.. 긴 힘든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것저것 고통을 다 살아겠는가... 괴롭고 슬프고...      

우리야 인제 다 살았고 살아 보이 얼마나 더 살아가겠냐만은, 손녀딸은 이제 시작아이요... 허허...   

              

인터뷰 중 보게 된 신발은, 떨어진 밑창과 신발 사이  


I:그렇게 힘들 때에 당신에게 힘이 되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H:그때는 뭐 내 가족이지 뭐.. 가족이 최고지... 가족이 최고예요. 아무리 친구가 많고 많다 해도, 내가 아프고 누워있을 때는 내 가족. 결국 내 가족밖에 없어요.      

친구, 선후배도 다 그 사람의 삶이 있고, 그 사람들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남을 극진하게 살피고 그런 건 힘들어요. 남을 도와줄 수가.. 없지. 

그러니까 사람 사는 게 참 힘들다는 거지 (웃음)   






OFF THE RECORD


        

I:조금은 웃긴 질문일수도 있는데요.. (웃음) 아버지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H:아버지는 진짜 참... "아버지는 남자보다 강하다." 

아버지하고 남자하고 틀려! 다 같은 종류는 남자라도, 아버지하고 남자는 틀려! 

아버지는. 남자보다. 강하다.      

아버지가 되어보고 엄마가 되어본 사람이라야 인생이 뭔지, 삶이 뭔지.. 운명이 뭔지.. 숙명이 뭔지를 알지.. 

부모만이 알수 있어.      


아버지와 남자는 틀리고, 

아버지는 남자보다 강하다.         

  

혼자 사는게 달콤할 순 있어.

하지만

인생의 짠맛, 쓴맛, 신맛은 모두 부모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거야.



이번에도 다른 아들/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받았다.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말고, 항상 만족한 인생을 살아라"






사진출처 - 서면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kukdream7&folder=84&list_id=10289646

사진출처 - 물 : http://jootix.com/wallpaper/6321

사진출처 - 길 : https://www.mystorybook.com/books/6950

사진출처 - 응답 칠봉이 : http://nononono.co.kr/?c=2&uid=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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