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꽃 우동준 Feb 25. 2016

돼지국밥 6+ (with.사바)

#바람꽃#아버지 #당신과 내가 따뜻했던 순간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여섯 번째 대화. 


오늘의 인터뷰이는 

지인을 통해 연결된 새내기 아버지. 


나도 처음 뵙는 분이었다.

약속 장소는 맥도날드.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으니... 언제였던가 오늘처럼 맥도날드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뭐였더라. 

아 맞다. 소개팅이었지. 


아마 내 나이 스물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날도 난 약속 장소에 꽤 빨리 도착했고,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앉아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날의 소개팅은 무참히 실패했었다. 


오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어떤 분이 오실까 하는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난 오늘의 인터뷰 질문을 정리했다. 







짠! 우린 맥도날드에서 오꾸닭으로 자리를 옮겨 치맥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I:자제분이 어떻게 되시는가요?

H:딸이 하나 있고, 이제 곧 세상에 나올 둘째가 아내 뱃속에 있습니다 (웃음) 

I:와 축하드려요!!

H:감사합니다.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아버지와 돈에 관하여>


I: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시는데, 당신에게 돈을 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H:그냥 우리 가족이, 그냥 기본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남한테 피해 안주고 살기 위한 용도지. 딱 그 정도인 거 같아요. 제가 돈 욕심이 진짜 없어요. 저는 돈 없이도 살 수 있거든요. 옷도 잘 안 사 입고. 진짜 돈 욕심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결혼 전에 돈이 되게 많이 남았었거든요? 


음 그런데 결혼하고 나선 그때보단 월급이 많은데도.. 지금은 와이프 있죠, 애 있죠, 그니까 아- 내가 가족 때문에 돈 벌어야 된단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I:가장으로서... 

H:네. (웃음) 결혼을 하니까.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상황을 참을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또 어떻게 보면 나는 그냥 즐겁게 일하면서 돈 욕심 없이 살고 싶지만. 욕심을 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구요. 왜냐면 아이가 아플 때 병원도 가야 되고. 와이프와 아이들이 조금 쾌적한 공간에서 살 수 있으려면 돈을 좀 모아서 집을 또 좀 더 좋은 곳으로 가야 되고. 그래서 지금도 돈에 대한 욕심이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또 돈이 그렇게 안중요하진 않아요. 




I:아이가 있고, 아내가 있어서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한다고 한다면..  

왠지 '나의 개인적인 자유를 잃는 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H:음... 전 자유를 잃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선생님도 지금 결혼 안 하셨죠? 

I:네 안 했죠. 

H:생각해보면 지금도 하시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무책임하게 그냥 그만두거나, 쉬고 싶다고 그냥 쉬고 그러시진 않으시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가족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회사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I:아. . .

H:그렇죠. 그런 마음이 들 순 있지만, 그게 결혼과 아버지가 됐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I: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교육비도 더 들어가고 할 텐데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H:교육비.. 나중에 아이가 너무 공부를 잘한다면.. 그때는 제가 뭐... 

알바를 하나 더 할 수야 있기야 하겠지만 (심각) 

I:하하하

H:저희는 그냥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제가 버는 돈 안에서 교육을 시키지, 만약 돈이 안되면 못 시키는 거죠. 

물론 아이가 정말 나 공부하고 싶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할 테지만, 부모 욕심에 형편도 안되면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진 않아요.    


   


<당신의 아버지에 관하여>


I:지금 하고 계시는 일은, 부모님이 바라셨던 일인가요?

H:부모님이 욕심이 조금 없으셨던 게, 집이 많이 어려웠거든요. 

단칸방에  막살고, 연탄불에 밥 해 먹고. 화장실도 멀리 신발 신고 나가야 되는 그런 곳에 살았는데..

뭐 교육이나 이런 걸 전혀 시켜줄 수 없었으니까... 부모님은 그냥 제가 착하게 자라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마워하고 계세요. 그래서인지 제가 직장을 가거나 과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도, 단 한 번의 개입도 없으셨고요.      


I:누군가의 아버지인 당신이, 당신의 아버지가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건 언제인가요?

H:요즘은 그냥 딸내미를 데리고 가면 항상 웃으세요. 아버지가 예전엔 되게 엄한 분이셨거든요. 아버지도 숫기가 없고, 저도 숫기가 없는 편인데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길거리에서 이렇게 지나가다가 만나잖아요. 그럼 저도 아빠한테 말 한마디 못 걸고요, 아버지도 어디 가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슥 지나가요. 나중에 집에 들어오면 “아까 어디 가던 길이였노”라고 묻고요. 

I:하하하 길거리에서 두 분이 마주쳐도요? 

H:네. 하하 절대로 서로 아는 척 안 해요. 그 정도로 제가 아버지하고의 친밀감이랄까 이런 게 없던 사이였는데.. 아버지가 이제 연세가 좀 드셔서 그런가, 애 하고 노는데도 활짝 웃으시고... 장난도 치시고... 제가 오면 제가 술을 좋아하니까, 술 한잔하자고 먼저 그러시고...(웃음) 요즘은 부쩍 많이 웃으세요. 결혼 후엔 만날 때마다 아버지 웃는 모습을 봬요.     


I:나의 아버지가 이젠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었네요.

H:네. 참 신기한 게 그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면서 180도 바뀌시더라고요. 

손녀가 가면 막. 저희 어머니보다 더 적극적으로 안아주세요. 안아주고 용돈도 주시고. 

아버지가 그렇게 변하시더라고요.      

  

나의 딸이 생기면서  




I: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H:참 무뚝뚝하신 아버지였어요. 제가 아버지에 대해서 가장 어릴 때 나는 기억이, 80년대는 연탄가스 마시고 병원 가고 하는 애들이 되게 많았어요. 





저도  그중 하나였는데, 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가 딱 깨어났을 때. 그때 아빠가 병원을 데려가려고 허둥대며 날 안고 있을 때. 그때가 제일 어릴 때의 아빠 기억인 거 같아요. 


아빠하고 같이 어디 뭐 놀러 가고 하는 건 형편상 그럴 수도 없었고요. 아빠가 나에게 장난감을 사줬다거나 옷을 사줬다거나 그런 기억은 없어요. 이제 막 나가려고 아빠가 신발을 신으려고 하는 바로 그때. 그때 안겼던 기억. 그거 말고는 아버지하고의 다른 추억은 전혀 없어요.     


 


I: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는걸 혹시 보신 적 있으세요? 

H:한 번도 못 봤어요.      

I:아버지도 세상을 살며 슬픈 일이 있으셨겠죠?

H:당연히 있으셨겠죠.           

I:그럼 아버지에게 했던 말 중, 아직도 후회하는 말이 있으신가요?

H:아버지 하고 대화를 거의 안 해서... 하하 

음.. 

후회하는 말이 있다기보단..  음..


말을 못해서 후회하는 거죠..     


아버지한테 따뜻하게 먼저 말 못했던거. 

내가 먼저 다가갔어야 되는 건데.. 

사실은 그죠? 그런 아버지였으면, 제가 먼저 다가갔어야 되는 건데 그죠? (웃음)   


I:그럼 당신이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말은 있으신가요?

H:진짜 이렇게 이야기하니 돌아보게 되는데... 전 정말 아버지하고의 대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들이 보면 한 번씩은 명언을 남기긴 하거든요. (웃음) 아들들이 가슴에 평생 새겨둘 그런 명언들. 

그런데 저는 그런 오글거리는 말 조차 없어요.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안타깝습니다..      



<이해>


I:그러면.. 우린 아버지가 되어야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걸까요?

H:상황이 되면.. 아버지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지.. 아버지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아버지를 이해했다기 보단. 

오히려 성인이 돼서 돈을 벌기 시작하니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도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키워서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고 그런 것 아니에요. 오히려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면서 그때 느낀 거죠.           

I:오히려 내가 내 힘으로 돈을 벌었을 때가 더 아버지를.. 

H:네. 그 무렵에 제가 조금 더 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돈을 벌어서 부모님 전자제품 바꿔드릴 때 그 기분이 정말 좋거든요. 자식한테 하나 받으면 어머니가 온 주변에 자랑을 하고 다니는 그 기쁨을 쳐다보고 있는 게 참 좋더라고요. 

I:그런 거 같아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뭐하나 사주면 "이거 우리 엄마가 사줬다!" 하는 것처럼

H:그렇죠. 지금은 부모님이 (웃음) "우리 작은 아들이 이거 사줬다~!" 

I:네. 어머니들이 은연중에 얘기하는 자랑 같은 거 (웃음) 

H:은근슬쩍 대화에 끼어있는 깨알 자랑 (웃음)    





<자식에 관하여>


       

I:당신과 딸은 많이 닮았나요?

H:똑같아요. 생긴 거부터 시작해서 하는 것도. 잘 때 습관 있죠? 제가 잘 때 배를 까고 자요. 그런데 딸도 배를 까고 자더라고요. 그걸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 (아빠미소) 


I:그러면 당신은 당신 아버지와 많이 닮았나요?

H:아니요. 안 닮았어요. 저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어요. 아버지는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고요. 

성격도 정반대고요. 




I:아버지는 주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노력으로 획득하는 걸까요?

H:질문이 조금 어렵네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있는 존재인데 그죠? 


(고민)


가만히 있는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아버지의 경우엔 제가 더 노력어야 됐을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다가가고, 아버지한테 더 많이 말을 걸었으면 아버지가 좋아하셨겠죠?


원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싫어할까 봐 먼저 다가오지 않거든요. 

근데 자녀가 먼저 

아버지 오늘 같이 밥 먹어요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버지 오늘 같이 밥 먹어요


나중에 우리 딸이 "아빠 같이 밥 먹어요" 이렇게 안 할까 봐 전 너무 겁나거든요.. 


딸이 친구들하고 노는데     내가 가서 계산해주고 싶은데    "아빠 안 와도 돼"라고 할까 봐.. 


제가 딸을 빨리 낳고 싶었는데, 그게 애 하고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친구처럼 못 지낼까 봐 그랬어요. 제가 아버지하고 그렇게 못 지냈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었거든요.      




<느낌>


I:아이를 처음 봤을 때 무슨 감정이 들었나요?

H:그건 말로  못하죠.... 제가 말을 잘하거든요. 제가 말을 재밌게 하고 웬만한 건 다 표현해내는데요, 애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그 느낌은...


제가 처음으로 안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목욕을 시켰어요 그 병실안에서. 


이건 "감동" 이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고요.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게 낳아보니까 느껴져요. 그냥 애는 전부예요. 모든 것의, 전부예요.  



         

I:이건 갑자기 드는 질문인데, 딸이 아빠라고 처음 불렀을 땐 느낌이 어떠셨나요?

H:우리 딸이 세상에서 한 단어 할 줄 알 때. 그 단어가 아빠였거든요. 아내가 정말 서운해 하긴 하는데. (웃음) 그건 아마 엄마의 노력일 거예요. 자기가 '엄마엄마' 이런 말 안 가르치고, '아빠 아빠' 가르쳤겠죠. 그건 난 알아요. (웃음) 


처음으로 아빠 했을 때.. 이건  참... 제가 말을 잘 하지만 이것도 설명할 단어가 없어요... 지금 제가 아는 단어로는 그 감정이 설명이 안돼요.                




I:당신에게 아버지로서의 성공은 무엇이고 또 아버지로서의 실패는 무엇인가요? 

H:꿈이 그거예요. 우리 딸이 엄마 다음으로 아빠를 좋아하긴 하는데, 엄마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이더라고요. (웃음) 


딸이 힘들 때 아빠가 생각이 나고, 힘들 때 아빠 얼굴 보면 힘이 나고. 

그런 존재.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얘가 내를 친구로 안 먹어주면      그땐 실패인 거죠 나는.      


I: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자식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H:친구.. 되고 싶어요 전... 

나중에 나이 들어서 그냥 데이트도 하고 싶고요. 같이 운동도 하러 다니고 싶고 그래요. 

  




OFF THE RECORD



저도 부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던 그 기억 때문에.. 지금도 저는 부모님이 너무 사랑스럽고, 좋거든요..  

그냥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느낌을 많이 주면.. 

지금의 저처럼, 그 느낌을 잘 간직한 채 살아갈 것 같아요. 


아빠는 무조건 니편이야. 무슨 결정을 해도 아빠는 니편이야. 


저는 앞으로 그렇게 할 거고요. 부모님이 저의 말을 다 들어주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할 거예요. 





            



     






이번에도 다른 아들/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받았다.



"자녀는 또 하나의 친구입니다. 평생 함께할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어주세요."




사진출처 -가장 : http://dreamcosmos.tistory.com/5

사진출처 - 연탄 :http://dreamcosmos.tistory.com/5

매거진의 이전글 돼지국밥 5+ (with.이태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