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아버지 #당신과내가따뜻했던순간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아홉 번째 대화]
-9번째 아버지-
청년시절의 별명은 '백귀신'
자녀는 1녀. 딸은 이제 미운 일곱 살.
I:별명이 무엇인가요?
H:돌기둥. 옛날에 헤딩이나 박치기를 잘해가꼬.
백귀신은. 갑자기 나타난다고.
I:청년시절엔 어떠셨어요? 아버지가 되기 전에.
H:방탕하게 놀았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놀았지.
I:(웃음) 뭐하고 노셨어요?
H:주로 음주가무. 노래하고, 술 마시고 놀고.
I:그때도 꿈같은 게 있으셨어요?
H:꿈은 별짜달시레 없었어.
그냥 즐겁게 놀았지.
I:아버지가 되는 게 두렵진 않으셨어요?
H:아버지가 된다는 걸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됐기 때문에 (웃음)
생각을 별 안 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이래 돼가지고, 두렵고 자시고 할 시간도 뭐 딱히 없었지.
I:그럼 내가 아버지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도..
H:안 하고 있었지! (웃음) 그러니까 애가 있기 전에는, 결혼을 해도 좀 늦게 하고 애도 안 놓을라 했었거든.
그랬는데 갑자기 아가 생겨뿌니까네. 뭐 그렇게 됐던 거지.
I:그때 그.. 조금 놀라셨을 거 같아요.
H:그렇지. 갑자기 애기가 생겼으니.
I:무서우셨어요?
H:무서울 건 없지. 그때가 나이가 이제 서른 중반 넘어갈 때였으니까.
어쩔 수 없다 했지. 인자 얘는 내 새끼다 했지 뭐.
I:한 딸의 아버지인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인가요?
H:지금 내한테? 행복 이라면은 뭐.. 애 하고 우리 어머니, 모시고 같이 살고 있는 게 행복이지.
I:음주가무는..? (웃음)
H:그거는 이제 잘 안 하지 애 때문에. (웃음) 애 때문에 인자 옛날 같이는 많이 못 해. 내가 봐야 되니까.
애 엄마가 없잖아 지금. 인자 내가 애를 봐야 하니까 음주가무 안 한지는 오래됐지.
I:그럼 지금 행복하신 거 겠네요?
H:뭐 딱히 안 행복할 것도 없고. (웃음)
I:현실적으로 당신이 지금 얼마를 벌면 만족할 거 같으신가요?
H:만족할라면.. 끝이 있겠나.. 벌면 또 그만큼 버는 대로 써질 것 같고.
적당한 거는 한 이삼백 아니겠나 싶은데? 아직까지는 애 밑으로 돈 많이 들어갈 건 없고 하니까.
나중에 애 크면은 좀 달라지겠지.
I: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큰 단점 3가지는 무엇인가요?
H:술. 담배. (고민 없이)
I:크크크크킄ㅋ
H:그리고 음.. 거절을 잘 못하는 거? 전화 와서 이거 좀 도와줄래요 하면 가서 도와주고.
I:그럼 돈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시나요?
H:야! 세상에 누가 내한테 돈 달라고 하겠노
I:크크크킄ㅋ
-
I: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쁜가요? 당신만의 취미가 있나요?
H:노래부를 때.
I:노래방을 좋아하세요?
H:난 노래방 싫어해. 왜 돈 주고 노래방 가노. 연습하러 가면 되지.
I:아 따로 공간이 있으신 거예요?
H:나 밴드 하잖아. 보컬이니까 연습해야지.
I:좋은 아버지란 무엇일까요?
H:그거는 아직 내가 아버지가 된지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는데...
텔레비전 보면 좋은 아빠는 애들 말도 잘 들어주고 해야 되는 거 같은데.
그게 쉽나 어디.
애 키우다 보면 화낸다. 안 낼 수가 있나. 성질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I:당신이 꿈꾸던 가족의 모습이 있었나요?
H:내가 꿈꾸던 가족의 모습 이라면은 엄마 아버지 모시고, 부부가 같이 있고, 자식 하고도 같이 행복하게 지내는 게 꿈이었는데. 내는 그래 몬했고.. 아버지도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고..
그러니까 모두가 있는 가정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지.
근데 내가 뭐 이혼을 했으니까. (웃음)
뭐 나중에 재혼을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난 그런 가정을 꿈꿨었어.
I:당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H:우리 아버지는 선비였어.
I:선비요?
H:응. 진짜 선비.
I:락스타인 아들 하곤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웃음)
H:(웃음)우리 아버지는 상투 틀고 진짜 선비였어. 아버지는 양복 이런 거 전혀 안 입으셨거든.
하얀 한복 입고. 상투 탁 틀고. 집에서 시나 책 읽으시고.
언제나 자상하셨어. 혼내는 건 우리 어머니가 혼내셨지. 유학자였어 우리 아버지는.
I:성장과정에서 외롭진 않으셨어요?
H:없었어. 어렸을 때도 바빴어 난. 놀아야 되니까.
(웃음)
I:뭐하고 노셨을지 궁금합니다.
H:온통 운동이었지. 축구하고 뛰어노는 거.
I:아 그럼 방황이 아녔네요?
H:아- 난 방황은 아니고 난 방탕.
I:크크크킄 아 방탕은 방황하고는 다른 건가요?
H:다르지 (미소) 방황은 방향을 모르는 거고. 난 확실하게 방향을 알고 놀았으니까. (음흉)
어른들이 하는걸 조금 일찍 했달까. (음흉)
I:나중에라도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H:지금은 어리니까는 안 아프고 잘 컸으면 좋겠고. 크면은.. 지가 알아서 지가 잘 살면 되겠지.
딴길로만 안 빠지고 정직하게.
I:아버지이길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었나요?
H:잠시는 있었지...
I:언제인가요?
H:애엄마가 떠날 때. 애엄마는 없는데 나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고, 애기 때문에 몬하고 그럴 때.
그땐.. 참... 애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더라고..
그런데 그 생각 한번 하고 말았어. 그래 봤자 바뀔 것도 아이고.
I: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지신 거네요?
H:해야지. 내 새낀데.
I:몇 살이었나요?
H:그때가 딸이.. 네 살이었지.
I:그러면 아버지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으신가요?
H:열심히 살자. 언제나 열심히 살자.
I:버겁고 힘들진 않으신가요?
H:한 번씩 힘들 때도 있지. 안 힘들 수가 있나. 그래도 우얄끼고 살아야지. 힘들다고 포기할 거가. 살아야지.
I:이것만큼은 자식이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게 있으신가요?
H:지가 커서 알런가 모르겠지만. 내가 딸을 언제나 이뻐라 하고. 사랑하고.
그거는 지가 커서도 기억해주면 고맙고. 잊어도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애한테 뭘 바라겠노. 우리 어머니도 자식한테 바라는 건 없더라고. 지 인생 지가 살건대...
내도 내 인생 내가 살았으니까.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고. 사랑한다. 언제나까지 사랑했다.
이걸 기억해주면 고마운 거고. 안 해주면 어쩔 수 없고.
I:그건 너무 슬픈 거 같아요.
H:그건 어쩔 수 없어. 어떤 부모도 마찬가질 걸?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속상해도 술 한잔 묵고 삭히야지.
I:에이..
H:그거는 마음속으로 삭히야 되는 거지. 자식들한테 서운하다 표 내 봤자 돌아오는 소리 좋은 말 없을 거 같아.
알고 있다 그러면 우얄끼고.
I:맞네요.
H:알고 있다고 자식이 소리치면, 그러면..
왠지 난 그게 더 맘 아플 거 같아.
I:빨리 딸이 커서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으신가요?
H:그럼! 아주 좋을 거 같아.
I: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세요?
H:뭐 그냥- 요즘 니 어떤노. 학교 생활은 재밌나.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나.
스트레스는 많이 안 받나. 세상 살기 힘들제.
딴 이야기 할게 뭐 있나. 그냥 그런 이야기 하는 거지.
I:기다리고 계신가요?
H:기다리지! 그때는 딸이 좋다고 할지, 싫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그때를 기다려봐야지...(웃음)
사진출처 : 류승범님 (http://photohistory.tistory.com/10400)
사진출처 : 학원비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315000027)
사진출처 : 아이언메이든 (opiq.egloos.com/m/164338)
사진출처 : 슈퍼맨이돌아왔다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Xy9y&articleno=3038)
사진출처 : 선비(아 이건 원출처를 찾아봐도 아무리 안나와서 패스)
사진출처 : 멋진오중이형 (http://ainenoz.tistory.com/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