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아버지 #당신과내가따뜻했던순간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여덟 번째 대화]
지금까지 제가 썼던 글과 인터뷰를 보며, 몇몇 분은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을요?
제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요.
특별하게 티를 내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가 쓰는 글과 인터뷰 내용에서 묻어나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신'(God)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는 제 아버지보다, 보이지 않는 신을 향해 더 많이 불렀던 것 같아요.
아버지란 말을요.
어릴 땐 그게 서러웠습니다.
'내 진짜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하는.
그래서 성당도 막 안 나가고 그랬었어요. 가기 싫어하고.
(뒤늦은 변명이자 아무도 믿지 않을 변명)
그런데 뭐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느 쪽을 아버지라 더 많이 불렀든 크게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뭐
둘 다 오진 않았으니까요.
제가 이번에 인터뷰를 한 아버지도, 저와 같은 천주교 신자입니다.
그와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미사'에서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성전에 들어온 그분을 보고, 한달음에 달려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인터뷰의 취지와 내용을 듣더니, 그분은 현장에서 바로 이야기하는 것은 쑥스럽다며
질문을 주면 글로 적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의 질문을 뽑아 문자로 보내드렸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저는 작은 쪽지를 받았습니다.
쑥스러워하시는 표정과 함께 말이죠.
너무 쑥스러워하시며 쪽지를 주시기에 저도 괜히 설렐뻔했답니다.
(학창 시절 이런 쪽지를 한 번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불쌍남)
*전문
I: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에게 바랬던 삶은 어떤 삶이었나요?
H:‘설명하려면 긴데...’ 간략히 말하자면, 제 뜻대로 살도록 하고. 구속하는 것이 없으셨어요.
I: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인가요?
H:행복이라?... 평화 속에서 사는 것. 모두가 행복한 것.
I:혹시 당신의 자식(아들/딸)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로 생각해 두신 건 있으신가요?
H:‘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라’
I:당신이 꿈꿨던 가족의 모습이 있었나요?
H:꿈꿨던? 꿈이 작았어요. 그저 평화 속에 살기.
I:지금과는 어떤가요? 많이 다른가요?
H:지금과? 좀 비슷해요. 아직 더 노력해야죠.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의 것과 다르니까요.
I:자식이 정말 소중한가요?
H:자식이 소중하지요. 하지만 나의 소유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하느님의 자녀로 잘 살아가길 원해요.
I:당신의 아들/딸은 아버지인 당신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H:친구 같은 아빠라고 하는 것 같아요. 아들/딸들의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들었어요.
I:아버지인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H:이런 질문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I:혹시 아버지로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실수도 있나요?
H:많죠.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져요.
I:내 자식이 다 컸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H:아직은 없어요.
I:아버지로서 당신이 했던 선택 중, 가장 최고의 선택이라고 느껴지는 건 무엇인가요?
H:아내와 결혼한 것. 수동적인 자세였긴 하지만 참 잘됐어요. 주님의 선물이라 생각해요.
쪽지를 주시며 인터뷰에 대한 답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며 걱정하셨지만,
사실 내용의 길고 짧음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정말 중요한 건
자식 세대와 한 약속을 잊지 않으셨단 거.
그거면 충분하죠.
기다림이 끝난다는 건 기쁜 일이니까요.
사진출처 - 성전 안 : http://miletos.tistory.com/184
사진출처 - 세월호 미사 : http://tagsecond.com/tag/%EB%B3%84%EC%9D%B4%EB%90%9C%EC%95%84%EC%9D%B4%EB%93%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