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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Apr 24. 2016

돼지국밥 11+ (with.미친돼지)

#바람꽃 #아버지 #당신과 내가 따뜻했던 순간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열한 번째 대화] 


-11번째 아버지- 



I:일단 자제분이 어떻게 되시나요?

H:딸 둘입니다. 사랑하는 딸 둘. 

I:따님분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H:큰딸은 올해 중1 둘째 딸은 초4.

I:사춘기 왔나요? (웃음)

H:네네. 벌~써 왔죠. 큰 딸 벌~써 왔습니다. 5학년 때 왔습니다.(한숨) 

이러다 중2병이 한 4년 가겠는데 (웃음)   5학년, 6학년, 중1, 중2. 

I:총각 시절 별명이 어떻게 되시나요?

H:크게 별명은 없었는데. 스스로가 타인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미친 돼지'라고 말하긴 했지. 그렇게 하면 모두가 기억할 수 있거든 (웃음)


카하하. 네.    


우리는 미친돼지라는 말에 미칠 광. 광어가 땡겨 일단 횟집으로 향했다.  사진 속 회는 광어가 아닌 '돔'이다. 


       



I:첫 번째 질문. 당신에게 직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이 하고 싶던 일이었나요?     

H:네. 지금 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죠. 제게 직업의 의미는 생존인 동시에.. 나의 재미와 창의력을 발동시키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그만큼의 대가가 몸은 고단하다는 거?.. 일을 언제까지 오래 지속할 순 없으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받는 임금이나 혜택은 작죠. 


다만 지금껏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일도 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살아왔다 생각합니다.      



I:원래 하고 싶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H:음. 일차적으로는 거래의 관계가 아니라 좀 나누는 일을 하고 싶었죠. 두 번째로는 '땅을 디디고 손을 쓰는 일은 거짓이 없다.'라는 믿음으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세 번째로는 그 일 속에서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되는 그런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은 가지고 있었어요.   

   


'땅을 디디고 손을 쓰는 일은 거짓이 없다.'





일단 건배


(이후 여기서부터 미친 돼지님의 말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붉어진 얼굴과 함께)




I:스무 살 때의 성공은 무엇이었나요?

H:스무 살 때 성공이라. 일탈! 

물론 나야 고등학교 때부터 했지만은 (웃음) 스물이 되면서부턴 허가받은 일탈이 가능했다는 거지. 



당당하게 전화를 해서 "어머니 제가 이러저러해서 새벽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캬 멋있잖아?


서로 웃음.         


I:그러면 당신의 재능은 무엇인가요?      

H:재능?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 능력 중에 가장 뛰어난 게..

사람 간의 그물망을 형성하는 거? 요즘 말로 하면 네트워크지, 네트워크.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필요한 사람하고 연결하고 또 도와주는 거. 

        



I:두 딸의 아버지로서 보람이 느껴지나요?

H:당연하죠. 우리가 닮아간다 생각이 드는 게 큰 딸은 도시에 살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농촌에 들어갔고, 둘째 딸은 입학하기 전에 농촌에 들어갔어요. 아이들이 마을에서 뛰어놀고 자라면서 점점 생각하는 걸 정확히 표현하고,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모습을 볼 때 참 좋죠.  


아버지로서의 보람은 우리 아이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는 거고, 한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이 나 혼자만의 힘은 물론 아니지만은, 그래도 나의 노력으로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땐 아버지로서 참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껴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거죠. 





저는 지금도 다합니다. 딸들 머리도 직접 말려주고. 


내 딸의 머리를 말려준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일동 우와    


      


I:당신이 지금 부러워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H:솔직하게 이야기하면은 내보다 더 쪼대로 사는 사람!!  (웃음)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부러워하죠. 

물론 가정을 꾸리면서 자유로운 영혼과, 혼자 살면서 자유로운 사람은 달라요. 저는 그중에서도 가정 속에서 부인과 아이들의 인정과 믿음을 받고서, 가정을 꾸리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부러운 거죠.      

I: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가정에서부터 믿음을 받는다는 건.

H:믿을 수 있게. 무엇보다도 내가 잘 해야죠. (웃음) 



I:부모님에게 더 잘하시는 것 같나요? 자식에게 더 잘하시는 것 같나요?           

H:아 부모님에게 더 잘합니다. 제 사고방식에는 첫 번째가 나의 부인. 두 번째는 자식이 아니라, 양가 부모님. 세 번째가 나의 자식이지, 절대 자식이 먼저이지 않습니다. 


저는 철저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남편이자 아내고. 두 번째는 나의 부모님이자 양가 부모님. 

이렇게 해야지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기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잘하고 다시 우리에게도 따라 할 수 있다는 거죠. 부모로서 서로 사랑하는 모습과, 부모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I:당신과 자식은 같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나요?     

H:아마.. 다를 겁니다. 저는 늘 가난하게 살고 싶은데.

큰 딸의 표현이 "내가 돈을 더 벌어서 아빠 돈 줄게 엄마 돈줄께"하는 표현이...


제가 이직할 때마다 그랬고. 최근에도 제가 실업자로서 2개월 정도 있었는데 너무 걱정을 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걱정마라. 2개월이니까 엄마랑도 충분히 이야기했고 걱정 말라." 해도..


아빠 그래도라는 말이 참. 큰딸의 성향이기도 하고 맏이로서의 책임감인가 싶기도 하고. 

그게 참 안쓰럽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안아주기도 합니다. 

     



I : 한잔 하시죠. (웃음) 





I:자식도 자식으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H: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이 관계로서의 역할을 하라는 거죠. 가량 전화를 한다던지 찾아간다던지. 

자식이라면 먼저 이런 관계를 형성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란 건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미안한 게 많아지니까요. 그렇게 연락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웃음     


I:그럼 반대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H:참.. 그게 힘든 부분이죠..           

나는 이제 가난하게 살겠다 했는데.. 내가 늘 도전으로 다가오는 건, 우리 애들이 "아빠 나 이거 하고 싶어."라고 할 때. 이럴 때가 참 이게 곤란스럽다는 거죠, 이 나라에서. (웃음) 


우리가 먼저 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걸 부모로서 못 시킬 때. 

참 이게 안타까워요. 최근에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I:일과 가족 당신은 둘 중 어디와 더 가깝게 지내는가요?     

H:저는 가족입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일에 대한 성공을 원했다면 내가 이렇게 결혼생활을 십오 년 할 수가 없었고. 그동안 제가 있었던 자리가 늘 끊잆없이 이동되는 자리였고 그랬는데도. 나를 끝까지 지켜주고 나도 무언가 지켜줄 수 있는 게 있었다는 거. 그래서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정입니다.    






          

I:당신도 자식의 관심이 필요한가요?     

H:네. 정말 필요하죠. 전화 주면 너무 좋아요. 우리 둘째는 매일매일 인터넷 전화로 전화합니다. 

"아빠 어디야?" 전화 오면 기분 좋아요.



아이들의 관심. 큰 딸도 마찬가집니다.


"아빠 몇 시에 와?" 

"아빠, 열한 시." 

"아빠는 맨날 온다는 시간에 안 오고 배신해."라고 하면 


"에이 아빠가 열한 시라고 한 건 출발시간이 열한 시라는 거지." 



에이 뭐야  (일동 웃음)       


  


          


I:오늘은 몇 시에 들어간다고 하셨나요?

H:먼저 말 안 했습니다. 아직 전화가 안 왔으니까 (웃음) 


        

일동 웃음           





사진출처 : 스물 (http://www.hankookilbo.com/v/c885566e1e84455c973221e345a5994c)

사진출처 : 머리말리기(http://www.kreativita.info/vynaliezavy-ocino-dava-dcerke-vlasy-copu-v-priebehu-par-sekund/)

사진출처 : 소주(http://blog.donga.com/sjdhksk/archives/26574)

사진출처 : 아빠-딸 전화(https://ashscrapyard.wordpress.com/2012/02/29/the-call-of-duty-nah-its-the-call-of-d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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