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인터뷰 _ 돼지국밥 12+ (with.곰팽이)
*15년을 달리 살아온 내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그 날까지,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열두 번째 대화]
-12번째 아버지-
I: 청년 시절 별명이 어떻게 되시나요?
H: 곰팽이 (웃음) 얼굴이 푸석푸석하다고 친구들이 그래 불렀어.
옛날엔 다 그랬지. 그 시절이 다 그랬지. 아침이고 밤이고 술 마시기도 했고. 잘 못 씻기도 했고.
I:그러면 지금 자제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H:딸만 넷이야. 아까 본 애가 우리 막내.
I:아 (놀람) 딸이 네 분이나 되셨어요?
H:응. 딸만 넷이야. (웃음)
I:당신의 스무 살 때의 성공은 무엇이었나요?
H:성공 이라면은 그 시절에 내가 종교란 걸 잘 몰랐지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속세? 그런 속세를 벗어난 삶을 바랐었지. 금전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산 쪽으로 들어가서, 절을 짓는 건 아니었고. 그저 조용하게. 한적하게.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
I:스무 살 때는 그럼 한적한 곳에서
H:그렇지. 한적하게 사는 거였지. 유년기라고 해야 하나? 어릴 때는 집 뒤에 이렇게 대나무 숲이 있었어. 그땐 농사지을 때니까 집집마다 대나무가 있었는데.
비가 오거나 할 때 대부분 마을이 산비탈 쪽에 있으니까, 안전을 위해서 무너지지마라고 다 심어놨었지. 그만큼 우리 조상들이 아주 지혜로웠다고. 산사태도 막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지금도 드라이브 나가서 대나무만 보면 그렇게 설레
대나무만 보면 그렇게 좋아 (웃음)
I: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쁜가요? 당신만의 취미가 있나요?
H:그냥 직장에서 이렇게 있는 게, 직장에서 인정받는 게 가장 기쁘다고 생각하지. 돈을 버는 것보다도.
사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었는데, 이 업을 떠나서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다가 IMF 만나서 재산을 다 날렸어.
나는 지금도 일을 계속하는 편이거든. 일하고 있으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웃음)
일 안 하면 뭐하겠노. 그냥 친구들하고 술 먹는 거지. 근데 술 먹는 것도 안 좋잖아.
그냥 일하는 거 자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일하는 거 자체를 즐기려고 해.
I:내 자식에게 주고 싶은 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요?
H:넉넉한 정신세계랄까? 넉넉한 세계관. 지금 내 막내딸이 여행을 갔어. 나는 애가 중학교 때부터 여행 간다고 하면 다 보내줬어. 세상을 많이 보고 오라고. 내 주변에 다른 아줌마는 참 아들을 감싸고 살아. 어쨌든 애들은 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그리고 해주고 싶은 말은 '네가 어느 직장을 가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열심히 배우라 이거야'. 일을 해봐야지 어디서 돈이 나오는 지를 알아. 무엇보다도 내가 알아야 돼. 많이 알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아지는 거거든.
그리고 내 스스로의 열정. 애들한테 책 보고 신문을 많이 보라고 한다고. 좀 다양하게.
요즘은 신문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세상의 나쁜 걸 지적하고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 지금은 너무 편협하니까.
한쪽 신문에선 보수라고 하지만 그것은 가짜 보수고, 진보 쪽을 보고 모두 종북이라고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거든.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어찌 됐든 같이 사는 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몰아세운단 말이야.
어떻게 보면 진보 쪽도 사실 말린 거지.
미국이 우방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한국 시장을 말없이 보고 있단 말이야. 중동에서도 그랬잖아.
자기들 석유는 개발 안 하고, 중동 가서 총 쏘고. 저 사람들 그런 게 있다고. 일본을 계속 이용해 가지고.
오늘 아침에도 뉴스에서도 트럼프를 봤는데, 이제 뭐 거의 공화당 대선주자라고 봐야지.
트럼프가 자기들이 우방이지만 돈을 많이 쓴다잖아. 근데 우리도 충분히 돈을 많이 쓰고 있다 이거지.
우리가 미국 무기 수입 1위 국가란 이 말이야. 만약에 우리가 안 싸우면 자기들 무기를 이만큼 살 나라가 없어. 지금도 자기들 살기 위해서 우리를 부추기는 거지. 아주 긴장감을 조성하는 거고.
그리고 참 답답한기 지금 우리 정권이 거기에 따라 놀아준다는 거야. 친미가 종북보다 더 무서운 거야.
경제적으로 수탈당하니까.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한데. 타협도 안 하고 다 내쳐버리고.
지금이 군주시대가 아니잖아. 그런데 하는 행태가 군주야 군주. 그러니까 난 이번에 총선 결과가 아주 당연하다고 보지. 젊은이들이 오갈 데가 없다 이거야.
그리고 나름대로 전부 다 고등교육을 받으니까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노동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해. 부모세대들도 다들 내가 고생을 했으니까 니들은 고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는 거지.
조선소 가면 여성들이 페인트 칠하고 지게차 몰고 참 일 잘하는 분들도 많다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기술직이 일할 수 있게 하고, 여자들도 일할 수 있게 하고 그래야 되는데. 진짜 국민을 위해서 그 생각만 하면은 되는데. 재벌들은 자신들은 수십억씩 받아가제. 그리고 노조 운동하는 사람들도 같아. 진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 안 해주고 그 안에서도 자기들 기득권을 찾으려고 하고. 어디 자리 없나 기웃기웃 정치권이나 바라보고.
그러니까 아직까지 나는 한국을 삼류 국가로 보고 있어. 이번에 투표를 통해서 보여준 거지. 이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들이 깨달았겠지. 일본 같은 경우는 세계 불경기라도 인구가 1억 3천이란 말이야. 기술력도 우리보다 훨씬 높고. 그 사람들은 5년을 내수로만도 버틸 수가 있다고.
그런데 우리는 직장만 구하면 최소한 2000cc 차 타고 다녀. 아반떼도 어디 가면 우습다고 산타페 타고. 그 정도는 타야 된다는 자기과시가 많아. 근면한 거 보다 과시욕이 크지. 그건 정치인들이 그러니까 그래.
다들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한다는 거지.
젊은이들도 남들이 우습게 여기는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어떻게든 과시할 수 있는 일만 하려 하고.
우리 시기가 암울하다고 봐야지. 젊은이들이 많이 깨우쳐야 되는데..
(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I:대단하십니다.
H:허허 (웃음)
I: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깊으신 거 같아요. 순간 친구들하고 술자리에 온 줄 알았습니다.
(웃음)
I:만약 당신이 자식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H:그거는 좀 참. 그거는 내가 조금 가장으로서 성실하지 못했다는 거? 내가 자식으로 인해서 받았다기보단 내가 못해줬다는 그거 때문에, 지금도 마음이 편치가 않지. 모든 어버이가 다 그럴 거야. 못해줬다는 마음에.
내가 아이들한테 못해줘 가지고. 어쨌든 고등학교 대학교 때 내가 지원을 많이 못해줬고. 금전적인 것 보다도 환경적으로 더 좋게 조성해줬어야 하는데. 이런 세상에서 그래 줬으면 자기 갈 길을 조금 더 빨리 찾고 하지 않았을까 싶고. 내 인생의 업보라고. 그렇게 안고 가야지 뭐.
I:아버지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H:거울이 돼야 된다고 보지.
좀 에둘러 이야기하자면 자기 자신을 볼 수가 있는 게 가족이거든. 가족은 그렇게 같이 크니까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하는 거. 아버지가 자기 자식한테 하는 거. 그런 것들이 정말로 거울처럼 다 비친다고.
아버지가 거울이 돼야지. 나를 통해 애들이 자기 단점도 볼 수 있어야 되고.
I:따님이 네 분이신데 내 자식의 사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혹시 딸 네 분마다 하나씩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웃음)
H:그거는 (웃음) 그거는 참 내가 (웃음) 못하는 건데..
보통 친구들 보면 자식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잖아. 근데 난 내가 그게 참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음. 애들한테서 늘 잘못된 것만 보이지.
혹시나 애가 밖에 나가서 잘못된 행동을 하진 않을까 싶어서. 성인이 되가지고 집에서 편한 게 하던 습관이 몸에 뵈면 밖에서도. 직장에서도 혹시나 모르게 튀어나올까 봐.
상대가 편하면은 집에서 하던 게 무의식적으로 나올 수도 있단 말이야. 교수님이 편하게 대해주면은 집에서 편하게 하던 그 분위기에 빠져버려서, 몸가짐이나 말씨나 이런 게 나올 수도 있고. 그래서 경계를 많이 했던 편이지. 아까 내가 말한 거울이라는 거. 애들 보고 책 보라 하고 공부하라 그러고 자기는 정작 신문한 쪽 안 보면 그게 안 먹힌다는 거지. 그게 순리가 아닌가?
I:그래도 말씀해주셔야 됩니다. (단호) 첫 째 따님의 사랑스러운 점부터.
H:허허. 그 고운 선이라고 해야 하나? 애가 인물이 이쁜 거 라기보단 딱 보면 자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곱지.
둘째는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씩씩하고 사내아이 같은 놈이고..
셋째는 참 여성스럽고.
넷째는 귀엽고
허허 (쑥스럽다는 듯 웃으셨다)
I: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보통 딸 부모님 보면 걱정 많이 하시잖아요. 밤늦게 다니는 거라던가 이런 세상이 걱정되고 그러진 않으셨어요?
H:사내고 딸이고 왜 걱정 안 되겠어. 그러면서 내가 말하는 게 자기의 정신세계가 넓어야 된다는 거지.
정신이 넓어야 많은 걸 볼 수 있고, 스스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
그래도 불안하지 왜 안 불안하겠어.
왠지 전화도 자주 하고 문자도 자주 하게 되지. 똑같은 마음일 거야. 부모라면.
근데 품고 살수도 없는거잖아. 그건 또 너무 스스로 피곤해지는 거니까.
무관심과 집착 둘 다 병이야. 언제나 내가 데리고 갈 순 없는 인생인데.
나는 나이가 들면 갈 거고 앞으로는 그 애들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내 새끼라고 감쌀게 아니라 세상과 부대끼면서 살게 해야지.
힘낼 수 있게 도와주고.
H: 그나저나 책은 언제 나오노?
I: (당황) 아 그건 아직...ㅋ.....ㅎ.....
사진출처 : 딸부자 http://m.koreatimes.com/article/742766
사진출처 : 대나무 숲 http://whitedwarf.tistory.com/2
사진출처 : 트럼프 http://www.hankookilbo.com/v/add69dc5a81344029a3c578350be866f
사진출처 :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http://www.fmkorea.com/213999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