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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May 24. 2016

"다시 배는 타고 싶지만, 고기잡이는 싫어."

아버지 인터뷰 _ 돼지국밥 13+ (with. 고구마)

*60명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그 인터뷰가 끝나는 날.

 15년을 달리 살아온 제 아버지에게 찾아가려 합니다. 


[#13번째 대화] 


I:청년시절 별명은 어떻게 되세요? 누구누구의 아버지로 불리기 전에 별명이요.      

H:결혼하기 전에 말하는 건가? 

I:네네

H:별명 없었어. (단호) 옛날에는 상대적으로 서로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었어. 서로 비하시키고 그런 별명은 없었어. 

I:음 그럼 학창 시절 별명이라도... 

H:없었어. (단호)

I:안됩니다. 익명이기 때문에..

H:별명?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흠 보자. 내가 한때. 

내가 입이 좀 무거운 편이었거든. 아니다. 내가 고구마를 좋아해가지고. 고구마란 별명으로 한때 불리긴 불렸어. 초등학교 때, 옛날엔 모두 가난했기 때문에 내가 늘 도시락에 고구마를 싸서 다녔거든. 그래서 고구마로 불리긴 했지.           




I:당신은 약속을 잘 지키는 아버지인가요? 

H:거의 지키려고 하지. 만일 약속했다가 내 근무가 이렇게 되면 미안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80%로 보지. 사실 약속을 잘 안 하는 편이야. 나는 좀 특별한 게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내가 배를 타고 다녔어서.      

I:배요? 예전에 배를 타셨던 거예요?          

H:(웃음) 원양어선을 타고 다녔어. 배를 타서 오랫동안 애들 못 보고 이랬으니까. 얼마나 귀엽고 하겠노. 그래서 애들하고 말한 건 다 지키려고 하고 그랬지.       

I:자제분은 어떻게 되세요?     

H:1남 1녀다.      

I:배는 얼마나 타신 건가요.  

H:21년 탔어.      

I:상선이었던 건가요?

H:상선은 무역이고. 나는 원양어선. 저기 남태평양도 가고. 일본 동쪽 바다. 밑에 남극 가까이도 가고.   

디스이즈 상선

   

디스이즈 원양어선



I:나가면 보통 무엇을 잡으세요?     

H:이것저것 다 잡지. 그때그때 달랐어. 어떻게든 멀리 나가서 어떻게든 고기를 잡아서 우리나라에 팔던 외국에 바로 팔던 할 때였으니까. 그땐 달라를 벌려고 발버둥을 칠 때여서 첨엔 골라서 잡고 그러진 않았어. 우리나라가 못 살 때였으니까.      

I:혹시 참치도 잡고 그러셨나요? 제가 참치를 좋아해서리.   

H:참치도 있고 허허. 많았지. 여러 가지 배를 탔으니까. 트롤선도 탔었고.       

I:트롤선요?

H:내가 선장이었어. 

I:선장도 하셨어요? (충격) 

H:일루와 봐 알려줄게.      

이게 주낙이 있거든. 주낙 위엔 이렇게 부유가 있어. 부유 위엔 깃대가 있고. 빨간 깃대. 노란 깃대. 고기가 잘 다니는 수심을 체크해가지고. 여기서부터 추를 둔다고. 여기서부터 다음 부유까지도 연결하고. 이걸 원 바스케트라고 한다. 이게 보통 백 빠찌~ 이백 빠찌 가고. 트롤선은 주낙이 있으면 이래 간다 아이가. 와이어를 해가지고 이게 와퍼! 핸드 로프!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주셨다. 

큰 대문짝만 한 게 배가 이래 가면 쫘악 펴진다 아이가? 요까지가 핸드 로프거든. 여기서 이래 이렇게 쭉 가면서 그물이 아구리가 이렇게 벌어지거든. 쫘악 벌어지거든. 뒤에 코드라고 자루그물이 있는 거야. 여기 고기가 박히는 거야. 갈치가 이런데 박히는 거야. 갈치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베이면 차악 차악 갈린다. 

니 갈치가 어떻게 헤엄치는지는 아나?    

I:모르겠습니다.      

H:갈치가 이렇게 마! 수직으로 딱 서가꼬 임마! 헤엄친다고.   

갈치는 이렇게 선채로 사냥을 한다고 한다. 

   


I:배하면 나침반을 빼놓을 수 없는데, 아버지로서 자식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H:멘토가 되어주었냐 이 말이지?

I:

H:별로였던 거 같아. 우린 학식이 떨어지잖아. 요즘 애들은 많이 배웠고. 난 고등학교까지밖에 못 나왔고, 더구나 난 배를 탔거든. 2년 배 기술 고작 배웠는데 거기선 오직 배기술만 배웠어. 교양 이런 게 아니라. 


잘 못해줬지 


애들한테 아버지로서 못해준 건 사실이야. 그땐 뭐가 그렇게 팍팍했는지.. 삶이 참 팍팍했어. 


  

I:자식이 했던 말 중 잊지 못하는 말이 있나요?           

H:우리 딸애가 나한테 보낸 편지가 있다고. 우리 딸이 옛날에 그 어버이날에 쓴 건데. 그걸 아직까지 가지고 댕겨. 가끔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이란다꼬. 아무도 없는데 가서 혼자 보고. 

우리 아들은 전혀 그런 건 없고, 이따금씩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런 말은 하지. 



"네. 이천 오백원입니다. 키는 두고 가셔야 됩니다. 예예."      


이번 아버지는 공터의 주차관리를 하시는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였다. (참고용 사진)




I:자식에게 상처를 받았던 말이라던가 행동은 있나요?      

H:자식에게 상처를 받아봐야 뭐. 아 그래 그게 있네. 

내가 닭고기를 좋아하거든. 근데 애들이 닭고기를 먹으면 안 치워놓는 거야. 내가 아침에 닭 왔던 박스랑 이런 거 치우면 이놈들이 해도 해도 너무하재 싶은 거지. 아버지 닭고기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안 남겨놓나.


그래도 아버지가 자식에게 섭섭하게 생각하면 쓰나. 별로 안 좋은 거야. 왜냐면 어버이는 자식의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하는 거거든. 그저 고맙단 생각밖에 없지. 안 아프게 잘 크고. 


가난한 우리가 바랄게 뭐 더 있나.     


I:인터뷰하면서 든 생각인데 바다가 그립진 않으신가요?     

H:허허. 십 년 전부터 한 번씩 꿈에 나오더라고. 대어 잡아서 기분 좋다 하는 꿈. 

다시 배는 타고 싶지만은 고기잡이는 싫어. 서로 경쟁해서 더 많이 잡을라고 무리하고. 선원한테 욕하고.



배에선 한 시간 자고 일하는 거 아나?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자고 계속 그 일을 하는 거라. 단순 노동. 

고기를 처리해야 되거든. 배열을 맞추고. 고기를 나란히 상자에 담고. 선원들이 욕 얻어먹으면서 다 줄 세우는 거라. 욕을 안 하면은 능률이 안 나고. 제 때 못하면 마무리해야 돼서 더 잠을 못 자고.      


I:가족이 많이 보고 싶으셨겠어요.       

H:보고 싶지 늘. 배 타면서 죽음이 순간이 다가올 땐 가족의 얼굴부터 지나가.       

이상하게 그러더라고. 






H:근데 니 책 쓰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은데, 내가 옛날이야기 쪼끔 해줄까?       


H:내가 21년간 배 타면서 바다에서 일어난 모든 일 들은 다 못해주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던 거 이야기해줄게. 바다는 뭐랄까. 내 밑에 많은 부하를 데리고 가잖아. 풍랑이라던가. 파도가 팍 치면은 어선들은 좀 작아. 원양 나가는 배가 크다 하지만 그래도 상선보단 작거든. 풍랑 치고 이라면은 내가 죽는 거는 걱정이 안 되는데. 애들 죽일까 봐 걱정이 되지. 



어린애들도 많이 오거든. 어린애들 죽일까 봐 참 걱정이 된다고. 파도가 칠 때는 또 얼마나 치는지. 바로 머리 위 까지 파도가 올라오는 거야. 배는 밑이 무거우면 안전해. 위가 가볍고 밑이 무거우면 다시 올라온다고. 세월호는 위가 무거워서 자빠진 거야. 위에 구조물 안전에 규정된 거 외에 더 많이 짓고 그랬잖아. 거기다가 아래에 기름은 작게 실었고. 바다에 바람이 불 거 같으면 우리 같이 뱃사람은 다 안다고. 오래 탔기 때문에. 


바다에서도 이명이 들려. 바다 울림이 들린다고. 주변 물이 보통 늘 치는데 파도가 갑자기 잔잔해지는 거야. 시멘트 바르는 거처럼 촤악 명량같이 이상하게도 고요해진다고. 



그라면 하루나 이틀 되면 거대한 파도랑 바람이 꼭 온다꼬. 그럼 형편없지. 살라고 발버둥 치고 다 버리고 외판은 푹푹 패여서 들어간다고. 무거운 거 전부 내리고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무거운걸 모두 넘구는거야. 약간 기울게 그럼 안전해. 물이 들어올만한 건 모든 것을 다 밀폐시키고 난 그걸 많이 했기 때문에 괜찮은데. 어설픈 선장이거나 배 탄지 얼마 안 된 사람은 배가 침몰하고 그란다고. 한번 침몰하면 끝이야.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휩쓸리고 저체온증으로 죽고. 물고기처럼 잘해도 간다고. 사람은 더운 피 동물 아이가. 체온이 3도 떨어져서 몇 시간 지나면 죽는다고. 적도 부근으로 가도 23 도거든. 그래도 10도 이상 차이 나는데. 몇 시간 가면 죽는 거야. 저체온증은 얼어 죽는 게 아니고. 내 온도보다 낮은데 장시간 노출되면 죽는기야. 그런 환경이 되면 삶에 대한 욕구가 더 생겨. 가족의 얼굴이 희끗희끗 지나가고. 

     

움직이니까 파도 조심하셔요


나도 한번 오지게 당해 가지고 배가 그냥 옆으로 누웠어. 세월호처럼 누웠었지. 완전 자빠져서. 그때 우리 갑판장이 내가 죽었다 카고 들어가서 모터에 걸린 거 함 짤라볼께요 하는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혼자 죽으면 되나 엄청 말렸었지. 그렇게 한 다섯 시간을 공포에 떨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스크루에 말린 게 갑자기 터지면서 스크루가 돌아가고 배가 서더라고. 그건 기적이지 기적. 

그때가 남위 저 밑에. 쫌만 더 내려가면 남극이야. 얼마나 추운지. 한국사람이 먹고살라고 그까지나 내려가고 그랬다고. 


그런데 너가 바다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이런 이야기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겠네 (웃음)    






이번 아버지는 제가 지나다니는 길에 있는 공터 주차장 관리 아저씨였답니다. 

지나다니다가 제가 본 모습은 늘 혼나던 모습이었어요. 

주차장 주인한테 제대로 관리 안 한다고 혼나시던 모습, 늘 주눅 들어 계시던 모습, 늘 멍하니 부채질하던 모습. 의자에 앉으셔 거리만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께 인터뷰를 요청드리고, 저는 깜짝 놀랐답니다. 


이렇게 정력적으로 말씀하실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주차장 의자 앞에 멍하게 앉아 계시던 분이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남극 주변까지 누비고 다니며, 참치며 고등어며 큼직큼직한 물고기를 잡아 올리셨던 선장님이었다니요. 

바다에 대해 말씀하실 땐 너무 눈이 반짝이셨어요. 

어구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촌놈임에도, 아주 천천히 하나하나 그림까지 그려가시며 설명해주셨답니다. 


할아버지의 오늘 밤 꿈에선

아주 크음~~ 직한 물고기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 제 꿈에선 

할아버지가 멋지게 항해하는 배를 타고 드넓은 바다를 누볐으면 좋겠고요. 








I:마지막인데요. 여기에 아까 말씀해주신 별명이랑, 질문을 남겨준 다른 아들딸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를 적어주시면 되요.

H:그냥 김선장이라고 하면 안되나? 

I:안돼요 안돼요!! 성도 비밀비밀. 

H:그리고 뭐라 했지? 무슨 한 마디?

I:다른 아들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요 :)





     


사진출처 : 상선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4/2016042401331.html)

사진출처 : 원양어선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aramjuo&logNo=220433340708&parentCategoryNo=1&categoryNo=&viewDate=&isShowPopularPosts=true&from=search)

사진출처 : 갈치 (http://ecotopia.hani.co.kr/58417)

사진출처 : 경비아저씨 사진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799)

사진출처 : 고깃배 (http://mmmmmay.tistory.com/entry/%EB%A7%8C%EC%84%A0%EC%9D%98-%EA%BF%88-%EC%B6%94%EC%9E%90%EB%8F%84-%EA%B3%A0%EA%B8%B0%EC%9E%A1%EC%9D%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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