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제동 토크콘서트 Series A. 일장청춘몽
바람꽃 : 함께해주셔서 모두 감사드리고요 (웃음) 어쨌든 녹음도 시작했는데 긴장안하셔도 돼요. 익명이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을 편하게 나눠주시면 되고, 간단히 시작을 해볼까요?
다들 최근에 이력서는 언제 써보셨어요? 이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남자 A : 저는 마지막으로 이력서 써본 게 2014년이었던 것 같아요. 포차 아르바이트하러 들어갔는데, 그때 이력서를 썼던 기억이 나요.
바람꽃 : 포장마차요?
남자 A : 이름이 포차인 술집이죠. (웃음)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횟집이었어요.
여자 A : (긴장) 저. 는. 올. 해. 1. 월. 맥. 도. 날. 드. 에 온. 라. 인. 이.력.서.를 썼.었.습.니.다.
바람꽃 : 아이고 편하게 말씀하셔도!
남자 D : 얘는 원래 이래요 말투가 (웃음)
남자 C : 저는 특이하게 이력서를 가서 썼어요. 회사 룰이 그렇다는 거 같던데. 저는 면접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썼었어요.
남자 D : 저는 이력서를 공모전 알바 때문에 써본 적이 있어요.
바람꽃 : 요즘 이력서엔 어떤 것들이 들어가나요?
남자 A : 봉사점수도 들어가고요 토익점수. 그러고 뭐 어느 정도의 수상경력과 이제는 SNS도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특히 2016년에는 SNS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적는다고 하더라고요.
바람꽃 : SNS요? 블로그는 들어봤는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같은 개인 계정도요?
남자 A : 네. 그래서 요즘은 페이스북 세탁하는 기업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는 그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니까.
여자 A :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뉴스에서 봤는데, 어떤 분이 기업에 이력서를 넣어서 합격이 됐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면접을 마치고 회사에 대한 조금 안 좋은 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면접 봤던 회사의 인사담당관이 회사 욕이 적혀있는 걸 보고 탈락을 시켜서 논란이 됐었어요. 과연 개인의 sns까지 보는 게 맞느냐는.
저 같은 경우엔 지금 여행 가이드를 준비하는데, 한국사 검정 시험. 토익. 토스. 봉사시간이 거의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또 요즘은 역경 스펙도 중요한 거 같아요.
바람꽃 : 역경 스펙이요?
여자 A : 네. 요즘은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난 내 삶의 이런 역경을 이렇게 해서 극복했고. 또 역경을 통해서 난 무엇을 배웠고. 어쨌든 스토리가 있어야 돼요.
바람꽃 : 2016년에는 역경도 있어야 되네요.
남자 D : 요즘은 슈스케 나가도 역경이 있어야 되잖아요.
일동 웃음
여자 A : 저는 맥도널드 알바 준비하면서 '나는 고졸이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로 제봉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자책감?
게다가 저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했거든요. 검정고시에서 점수를 잘 받았다고 적긴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력서에서 검정고시를 보고, '학교에 무슨 짓을 해서 중학교 때부터 졸업을 안 했는가'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고. 어쨌든 이력서를 적으면서 참 내놓을만한 경력이 없다는 거에 대한 자책감이 들었어요. 검정고시를 친 거에 대한 후회도 있었고. 그동안 뭐했는지 싶고. 자격증도 하나 따놓은 게 없다 싶고.
바람꽃 : 다른 분은 이력서 적으면서 어떠셨어요?
남자 D : 칸이 좁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칸이 너무 작은 거예요. 그리고 대체 그들은 얼마나 사람을 잘 보길래, 이 정형화된 박스 안에 적힌 글만 보고도 날 파악할 수 있다는 거지? 란 생각도 들었었고요.
남자 A : 저도 여자 A분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동감이 가는 게, 저도 고졸이에요. 이력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 검정고시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 안 좋은 거예요. 제가 이력서 학력 밑에 그동안 어떤 경력들이 있었는지 쭉 써 내려가는데, 그 경력들도 다 '고졸이니까', '검정고시를 해서 하게 된 경험'으로 밖에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힘들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했던 동아리 활동이나, 대학생 대상 외부활동 이런 걸 적는데, 저는 어디에서 무슨 아르바이트 했다, 어디에서 무슨 알바를 몇 개월 했다고 적는 게 모두 검정고시와 연결이 돼서 많이 힘들었어요.
바람꽃 : 그럼 선 취업, 후 이력서 제출을 하셨던 남자 C는 어떠셨어요? (웃음)
남자 C : 저는 면접을 보는데 대뜸 그 자리에서 바로 쓰라고 하더라고요. 면접관 앞에서 이력서를 바로 썼었는데, 일단 느낌은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이력서를 썼을 때 한참 했던 고민이 뭘 써야 되나. 자격을 써도 이게 이 기업에 맞는 건가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어쨌든 제 경험으로 보면 이력서는 결국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실 기업들마다 이력서를 똑같이 써도, 읽는 방식, 중요한 부분, 추구하는 항목들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든 생각은 이력서는 사실 아무 데도 쓸데가 없다. 그래서 다들 너무 이력서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자 B : 저는 이력서를 쓰면서 참 영양가 없구나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요즘 자소설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도 이 문구들이 저를 설명하지 못 한다는 걸 제가 제일 잘 알면서도, 이렇게 또 쓰고 있다는 게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요즘 알바를 구하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력서를 써보니 참 경험이 없구나라고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지고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러면서도 이력서라는 게 딱 남들이 나를 보기 위함이지, 이게 결코 나를 표현할 순 없구나 싶었고요. 이력서는 아직도 너무나 부질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 (웃음)
남자 E : 저는 대안교육을 받아서 졸업장이 초등학교 때부터 없는데. 학력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이력서를 써보니까, 확실히 쓸 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일을 구하고 이력서를 쓰면서 거대한 동기 부여 같은 건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저는 특히 공장. 막일. 용접 이런 일도 많이 해봐서 전화로 면접 보는 경우도 많았고, 사실 모든 사람이 다 사무직이 맞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좋은 일이란 것이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기도 해요. 사무직이 맞는 사람도 있고,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사람도 있고. 저는 그래도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저도 이력서를 한번 쭉 써보면서 이게 그렇게 의미가 있나. 이걸로 정말 한 사람이 잘 하는 것들을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여자 B : 저는 자기소개서를 썼던 적이 있어요. 앞으로의 이력서도 그런 방식이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사진이 들어가고, 가족관계를 써야 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외모나 가정환경 이런 걸 보지 않고 뽑으려고 애쓰는데, 저도 그런 방식이 좋은 것 같아요. 스펙이나 학력 부분은 요즘은 모든 청년들이 다 스펙이 좋아서 기업들조차도 싫증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기업도 스펙 높은 사람들로만 뽑으면 모두 특색이 없고 같은 일, 같은 생각만 한다는 걸 알아서, 이젠 독특한 사람들, 자기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해내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것 같고요. 아마 앞으로는 이력서 자체에 쓰는 내용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 D : 저는 사실 운전에 별 관심이 없거든요. 근데 이력서에 운전은 필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면허를 따려고 했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예요. 남자는 운전을 해야지라는 인식이 있어서 '면허증도 없이 왜 왔나. 남자가 운전할 줄 알아야지.'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너무 싫어져서 더 안 따고 있어요(웃음)
남자 C : 근데 그것도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완벽한 이력서를 만드려고 너무 압박감을 갖는 거지, 실제로 이 종이를 보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스펙에 심각하게 생각 안 할 수도 있다는 걸요.
남자 A : 그래도 너무 빈칸으로 낼 순 없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처음 설명하는 게 이력서인데, 그 자리에서 나는 공백입니다라곤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이력서가 빈 게 아니라, 나의 진짜 모습이 이 이력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뿐인데. 우린 너무 쉽게 이 사람이 공백인 것처럼 이해하니까.
저는 이번 토크 주제로 '완벽한 이력서'를 골랐답니다. 여러분의 이력서는 어떤가요?
제가 이번 주제로 '완벽한 이력서'를 정하게 된 데에는 한 사건이 있었답니다.
취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토익을 열심히 공부해서 900대를 찍었고, 이제 토익은 완료했으니, 다른걸 준비하겠다며 토익스피킹도 열심히 공부하고, 기사 자격증도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렇게 자격을 하나씩 갖춰가며,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모두 2차에서 아깝게 떨어졌답니다.
그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면접을 다녔지만 결국 2년이 지나버렸고, 토익 성적은 무효가 되어버렸어요.
이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면접을 잘 보지 못한 제 친구 잘못인가요?
아니면 토익 보장기간을 2년밖에 주지 않는 ETS의 잘못일까요?
정말 제 친구와 토익에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력서엔
증거로 남길 수 있는 경험들,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뀔 수 있는 경험들만
적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장, 자격증, 세계여행도 영상과 사진이 남아야만 적을 수 있겠죠.
그런데 사실 우리에겐
소유하지 못하는 경험이 더 많잖아요.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각자를 변화시킨 경험은
오히려 설명되지 않는 게 더 많고요.
그래서 취업과 커리어를 위해
각자의 경력을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직 대기업에 가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려
너무 애쓰지 않았으면 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경험들만
골라서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