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낮과저녁
5일차입니다.
어제 밤은. 강남역 인근에 사는 동네형의 집에서 묵었습니다.
아침에 나와 강남역 8번출구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희생된 삼성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반올림' 농성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갔을땐 반올림 활동가가 아닌 '인권재단 사람'측 활동가 분들이 와계셨습니다. 반올림 분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실 수 있도록 재단사람측에서 48시간 농성장을 맡아주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앉자마자 들어오시는.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님.
어떻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종란 노무사님은 제가 인권재단사람 측 활동가인줄 아셨고. 사람측에선 반올림쪽 활동가인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두 쪽 다 '이 사람은 누구지?'하며 앉아있으셨다는..ㅎ
여기저기 다니는 부산시민이라고 하니. 사람활동가분들이 반갑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습니다.
사진을 찍고 사람분들은 가시고.
저는 계속 농성장에 남아 오후까지 지킴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킴이를 하며 건조해진 식물들에게 물도 주고.
유인물을 들고. 점심선전전도 함께 하였습니다.
제가 나눠주는 유인물 성적이 좋아 활동가분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는.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니. 삼성사옥 뒤편. 모델하우스쪽 관리자 아저씨가 도시락을 가져다주셨습니다.
노무사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게 점심때만 되면. 모델하우스 점심주문때 몇개씩 추가로 주문해서. 가져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모르는 곳에
정말 좋은 분들이
참 많이 계셨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저는 길 반대편 10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오후의 강남역은 공무원 준비하시는 분들. 어학원을 가시는 분들.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습니다.
아 이곳이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곳이구나.
아 여기가 수많은 여성분들이. 두려움을 느꼈던 자신의 체험을 외쳤던 곳이구나.
저는 조용히 길가에 앉아.
희생된 여성분의 영혼과.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보살펴주는 문화가.
이 땅에 가득하길 기원하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다음 전.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청계천을 걷고 싶어.
을지로에 하차해 뚜벅뚜벅 걸어간 광화문.
저는 광화문 광장 끝 쪽.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중인 전국공무원노조 단식장으로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커피와 함께 인사를 드리는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조합원 분들.
어디서 오신 누구냐는 질문에. 평범한 부산시민입니다. 라고 했더니.
너무 반갑다며. 나도 사상구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습니다.
이후 15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위원장님을 뵐 수 있었고. 위원장님은 왜 성과퇴출제가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얼핏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제도같지만. 행정 특성상 다른 부서와의 연계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가 생긴다면.
행정업무의 동료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내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고. 그럼 누가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행정업무를 도와주고 협력하겠냐고. 하셨습니다.
더 많은 설명을 해주셨지만. 다 옮겨적진 못하겠네요. 무더운 날씨속에 15일차의 단식을 이어가고 계셨습니다.
과거 김영삼 총재가 단식을 했을때만해도. 10일이 넘어가는 단식은. 생명을 거는 엄청난 일이였는데. 어느새 세상은 이정도 단식에는 꿈쩍도 안하는 곳으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그리고는 주일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이곳은 대학생 농성이 시작된 지 195일차.
제가 갔을때는 한 기자가 대학생분들을 취재하고 계셨고. 힘들진 않느냐. 참 고맙고 대단하다며 격려의 인사를 건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저 조용히 한켠에 앉아.
소녀상을 바라보며.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님들과.
살아계신 할머님들.
정의로운 문제해결과.
지금도 폭력속에 희생당하는.
세계 곳곳의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후 7시.
광화문에서 시국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주례담당이 청주교구라.
전구사 대표신부님도 뵐 수 있었습니다.
미사를 드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지금.
늘 페이스북. 인터넷으로만 보던 곳들을.
다 거쳤고.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하나.
익숙한 곳이 없었다.
이런 느낌일지 몰랐고.
이런 형태일지도 몰랐다.
내가 보던 것과 다르다 못해. 어색하다 못해.
이건.완전한.
새로움이다.
내가 함께하고 있다고 느꼈던 곳은 어디일까.
정말.
난 이곳과 함께한다고 느껴왔던 걸까.
난 어디에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