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축복을.

6일차 낮과저녁

by 바람꽃 우동준

6일차입니다.

오늘은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체력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도 늦은 시작에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묵었던 집에서 나와. 서울대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엔 백남기 농민의 회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며 농성을 이어가는 천막이 있습니다.


민중총궐기때 경찰의 살수차는 직사로 물을 쏘아댔고. 그 물에 백남기 농민께선 쓰러져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격리병동으로 옮겨져 계신다고 합니다. 상태가 그리 좋진 않습니다.


이곳은 오늘로서 242일째입니다.

어느 농성장이든. 농성의 일차가 세자리수는 훨씬 넘어갑니다. 뵐때마다. 마음이 힘겨워집니다.


매일 천막에선 오후 4시에 미사가 있습니다만.

저는 일부러 빨리 찾아갔습니다.


종이학으로 마음을 모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재주가 없어 삐뚤빼뚤한 종이학이지만. 하나하나 접어가 12마리 완성!


종이학을 접고는.

천막에서.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미사는 단촐하게 봉헌되었습니다.

강론은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었고.

모두. 이곳에 함께한 서로를 통해. 다시 희망하고. 다시 걸어가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다가와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시는 한 수녀님.

묵주기도를 하며. 이곳저곳을 다닌다고 말씀드리니. 제게 작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713113309_9_filter.jpeg 416 공방에서 어머님들이 만드신 나무 리본

수녀님도 연수를 받으시며. 당신이 선택해. 연대현장 곳곳을 방문한다고 하셨습니다.


반갑다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신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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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따로 안하셨지만.

수녀님은. 저의 여정을. 진심으로.

축복해주셨습니다.

당신의 온맘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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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저는 잠시. 군대후임을 만났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녀석이기도 하고. 보고싶은 녀석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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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과. 지영씨(후임의 연인)를 함께 만나.

우리는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헤어져. 혼자 더 마셨구요.


6일 동안.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거 같습니다.


막연했던 현장이. 구체적인 삶의 체험으로 다가오며. 답답했던 현실이. 조직적인 폭력과 억압의 실체로 다가오며.


마음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참 쉽지 않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