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도. 9일 여행을 마치며
마무리 글이 늦었습니다.
지금은 부산입니다.
7월 7일부터 시작했던 여행은, 지난주 금요일 7월 15일을 마지막으로
그 9일간의 여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7일 차부턴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그냥 편안히 쉬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거든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저는 세상의 아픈 곳. 아팠던 곳. 그런 곳에 함께 있자고 다짐했습니다.
언제나 페이스북으로 좋아요만 눌러왔던 그 현장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고요.
여행을 마치면.
훨씬 마음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완고해져 버렸습니다.
슬픔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요.
참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더운 날씨.
높은 습도.
무거운 가방.
사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연속해서 이어지는 연대 현장 속에서.
제가 점점 희망을 의심하게 되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의 마음이
차가운 냉소로 바뀌어갔던. 제 마음의 변화 때문에 참 힘들었습니다.
쉽지 않고. 힘든 여행이었습니다.
언제나 저는
날 지켜주는 가족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속에 살며.
이벤트처럼.
연대의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시 나의 행복이 있는 곳으로요.
그렇지만 이번엔
현장을 방문하고. 이어 다시 다른 현장을 방문하고.
또 다른 곳에 함께하고.
그렇게 마음의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며
'어떻게 거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계신 걸까, 대체 왜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분들이 많은 걸까.'라는
의문만 가슴에 가득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마음과 몸이 지쳐가.
사실 계획만큼. 연대 현장을 더 방문하진 못했습니다.
너무 힘들었거든요.
내가 노력해도 다 방문할 수 없다는 현실에 나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고.
200일이 넘게 투쟁하는 데도, 왜 이분들에게 기다리는 건 삶의 변화가 아니라
300일인가에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7일 차엔 연극을 보았습니다. 대학로에서요.
백남기 농민을 위한 미사가 이어지는. 그 대학로 맞은편에서요.
제목은 '데빌 인사이드'였습니다.
우리의 내면엔. 모두 악마가 있다는 내용의 연극.
그리고 '홈리스의 도시'란 전시회도 보았습니다.
차갑게 지어진 시멘트 숲 속 안에서.
보금자리가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연극도 보고.
서울 지인들도 만나고.
술도 마셨습니다.
인사동 쌈지길도 가고.
북촌 마을도 가고요.
9일간의 여행을 하며.
저는 9일간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 세월호 묵주와 함께
그 여정간 기도를 바쳤지요.
저는 감히
이번 여정을 순례라고 표현해보려 합니다.
이 길 위에서
길 위에 있는 내 이웃들과
길 위에서 아팠던 내 이웃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길 위에서
내가 얼마나 오만한 사람이었는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작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길 위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길 위에서
저는 제 삶의 다음 여정을 꾸립니다.
Tomorrow is not guaranteed.
내일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내가 살고 싶은 내일을
위해 기도할 것이며
내가 살고 싶은, 바로 그 땅에서
살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