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청년 인터뷰집] 나. 여기. 있다.
Intro. "요즘 뭐하면서 지내요?"
- 요즘 계속 쭉 백수로 지내다가 이것저것 하고. 정말 이것저것 하며 지냈어요.
(웃음) 이것 저것 뭐했나요?
- 개인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도 있었고. 그 중간중간에 학원도 다녔다가. 아는 분 애기도 보고. 이사도 하고.
그렇게 반 백수처럼 지내다가 (웃음) 최근에 공공기관에 단기계약직에 붙어서, 거기서 일한 지 일주일 됐어요.
#1. "뭐할 때가 가장 즐거운가요?"
- 고양이를 꽉 끌어안고 있을 때나. 그러고 약간 어떤 조증이 왔을 때 즐겁고. (웃음)
그리고 어떤 풍경이 지속될 때가 좋아요. 그러니까 창 밖의 풍경을 보고 있거나,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할 때. 그런 풍경이 지속되면서 내가 이걸 천천히 볼 수 있는 마음이 있고, 내가 이걸 천천히 보면서도 일 생각을 안 할 수가 있고. 그렇게 온전히 멍을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착착 쌓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온전하게 쉬고 있구나- 평화롭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해져요.
내가 지금 온전하게 쉬고 있구나. 평화롭다.
평소에 그렇게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자주 있나요?
- 자주 없죠. 자주 없으니까 그런 시간이 되게 좋아요. 저는 밖에 나가서 뭘 하더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되게 중요하고, 특히 혼자 있으면서 풍경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걷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그래서 지하철도 별로 안 좋아하고, 어딜 가더라도 최대한 버스나 기차로 가려고 해요.
#2. "'나'는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 나는 뭔가 되게 주춤거리면서 아무 데도 못 가고 있는 히키코모리죠.
부산 살고. 이사 자주 다니고. 동물이랑 같이 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히키코모리. 사실 히키코모리까진 또 아닌데.
나한테 아무 자극을 안 주면 집 밖을 절대 안 나갈 것 같긴 해요. (웃음)
#3.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
- 저는 일단 동네 중심으로 뭔가 경험하고 싶고, 반경이 그나마 동네까지는 넓어지는 사람인데.
반여동엔 얼마 전에 이사 왔거든요. 이사온지 이제 두 달 되어가는데. 이곳은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산이었다가, 또 한 순간에 마을이 되었다가, 또 어느 순간엔 다시 산이 되겠지 싶은 동네예요.
그래서인지 이주해 온 청년들이 많고. 돈 벌러 온 청년들도 많고. 그래서 좋은 동네 같아요.
다 어설픈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느낌도 들고. (웃음)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 지금까지 살면서 이사를 스무 번 넘게 한 것 같은데. 어느 곳으로 이사를 가든 동네에서 느껴지는 벽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되게 옅다고 느껴졌어요. 이 동네는.
여기 이사 오기 전에는 범전동이란 곳에 살았는데 거기는 되게 오래된 동네거든요.
그래서인지 서로가 정을 나누는 데에도, 오래된 그 특유의 방식으로 유대감을 표현하긴 했는데.
사실 그게 나는 되게 어색한 거예요. 나는 그런 방식으로 유대감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아직도 그런 강박이 좀 있는데. 사실 요즘은 서로에게 적절한 무관심을 안배하는 게 오히려 나에는 적절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활동을 하면서 내겐 개인의 공간과 시간이 참 중요하구나 하며 자기 확인을 하기도 해요.
지금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나요?
- 아니요. (웃음)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 중에선 제일 있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만, 두 달 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 중에서는 제일 최적이어서 이곳으로 왔거든요. 제일 큰 건 돈이었고. 아마 다음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진다면 거기에 맞춰서 선택할 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고. 이년 계약을 했으니 아마 이년 뒤가 되겠죠?
항상 불안해요. 안정적으로 느껴진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정착이 뭔지도 모르겠고요 사실.
저는 유년기를 거의 할머니와 같이 보냈는데. 할머니가 아직 너무너무 그립고. 할머니와 같이 살던 그 집이 너무 허름하고, 집 구조도 되게 이상했고, 곰팡이가 핀 반지하였는데도 그 집에서 너무 살고 싶은 거예요.
다시 그 동네에서 살고 싶고. 그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드는데 이 마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첫 번째 인터뷰 잘 안 되는 거 같은데. 아 이럼 안되는 거 아닌가요?
(웃음) 괜찮아요. 잘 되고 있어요.
#4. "앞으로 이곳에서 어떻게 "있을" 계획인가요?"
- 내 생존의 문제를 잘 가늠할 수 없지만 여하튼 살아간다면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먹고 싶습니다.
#5.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무엇을 안 하면 가장 즐거울 것 같나요?"
- 기억을 안 하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없대요. 우린 늘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고통이 현재에 있고. 이 고통이 내일도 지속될 걸 알기에 우울해지는데.
고양이는 우울하지 않대요. 맨날 오늘이라서.
그래서
기억을 안 하면 즐거울 것 같아요.
다 모르고 맨날 까먹고 짱 잼 (웃음)
outro. "'나 여기 있다!!'라고 나의 존재함을 소리쳐 알리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 일단 할머니한테 뭐라도 말할 수 있으면 말하고 싶고요. 그리고 음 그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누구한테 나를 알리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인정투쟁은 좀 강한데. 그건 철저히 내 위주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지 세상의 인정을 받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나저나 [부산청년들] 취지에 안 맞는 대답이 많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 인터뷰론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저도 뭐. 첫 인터뷰라 엄청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요. (웃음) 이렇게 청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재밌었어요.
첫 번째 인터뷰
#부산청년 #김현지(지붕_담_마을)
『부산청년들』은 청년이 직접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청년의 삶과 맞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것, 청년이 함께 만나 학습과 만남의 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자발적으로 모인 부산청년네트워크입니다.
바람꽃입니다.
저는 지금 [부산청년들]이란 단체에 속해 함께 활동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부산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담아가는 과정을 가질까 합니다.
한 청년과, 그 청년의 존재함을 중심적인 가치로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나온 인터뷰집의 이름이 [나. 여기. 있다.]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를 하며 질문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고민하며 인터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ps. 다른 인터뷰 작업(이하 돼지국밥) 또한 계속해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