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84

나라 생각

2019년 7월 9일


여행을 하며 우리가 외국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Where are you from"이다. 심지어 이름은 물어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어느나라 사람인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때마다 나는 자부심을 한움큼 담아 "I am from South KOREA" 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 살았거나, 여행을 한 친구들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랬다. 한국사람은 정말 친절했고, 한국음식은 맛있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럴때마다 내가 한 행동도 아닌데 뿌듯하다. 외국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듯 하다. 

    

아비뇽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Eric 아저씨는 학구열이 강한 편이셨다. 하루는 우리를 거실에 앉혀 놓고 음료를 대접한 후 우리나라 국기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셨다. 가운데 태극문양의 의미는 무엇인지, 건곤감리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인터넷을 검색해서야 아저씨에게 제대로 된 의미를 설명드릴 수 있었다. 태극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건 아마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 듯 했다.     


아비뇽 숙소 호스트인 Eric아저씨는 오렌지쥬스를 대접하며 우리에게 태극기의 의미를 물어보셨다.


몽쉘미셸에 방문했을 때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일본국기가 크게 걸려있었다. 프랑스와 일본의 수교 몇주념을 기념하는 듯 했다. 사실 프랑스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나라였다. '빛의 채석장'에서도 반고흐 영상 다음에 10분여 정도 일본 근대 그림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상영되었었고,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에는 일본 그림들이 집안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이 걸려 있었다.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파리 깃발을 든 여성처럼, 파고도 프랑스의 깃발을 잡아 보았다.


최근 '아베정권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수출규제 '에 대한 뉴스를 유튜브를 통해 자주 시청한 상태라 일본국기를 보니 적대감이 들었다. 예능이나 스포츠가 아닌 뉴스를 이렇게 찾아서 본 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여러 뉴스들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던 중 조선일보가 자신의 일본어판 신문에 혐한감정을 부추기게끔 국내기사의 제목을 왜곡해서 일본어판 제목을 붙이고, 중앙일보에서는 우리정부가 아베정권의 경제보복을 자초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베정권은 평화헌법을 고치고 옛 군국주의 나가고자 하는 극우정당이다. 그들은 어떠한 핑계를 대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가능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했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잘못을 해서 경제보복을 자초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애국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보수'언론의 칼럼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계여행을 다니다 한국을 여행했다는 현지인들을 만나면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인들이 정말 친절하고 착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나라에 꼽히고, 사람들은 인심이 좋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외부인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면서 내부에서는 좌우로 갈라져 편가르는 모습이 안타깝다.    

 

밖에 나와 본 한국은 강대국에 둘러 쌓인 섬나라였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너무나 쉽게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을 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쌓을 동안 우리나라는 외부에서는 강대국에 치이고, 내부에서는 편가르기 싸움이 계속되는 듯하다. 하지만 애국에는 좌우가 따로 없고,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한국을 떠나오니 든 나라생각이다.


몽생미셸 성 안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마을을 볼 수 있지만 저녁 9시 넘어 방문한 탓에 많은 가게가 문이 닫혀 있었다.
사진만 보면 오후 3시쯤 되어보이지만 이때가 밤 9시였다.
7월의 몽생미셸은 일몰을 저녁 10시에 볼 수 있다.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투어를 하게 되면 새벽 2시는 되어야 파리에 돌아간다.
우리는 근교에 숙소를 잡은 덕에 여유롭게 이곳의 일몰을 구경할 수 있었다.
노을과 함께하는 몽생미셸은 시시각각 자신의 아름다움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왜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라도 이곳에 오려고 하는지 이 사진을 찍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마흔일곱번째 도시. 프랑스 몽쉘미셀(Mont Saint Michel)


매거진의 이전글 [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8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