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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85

파리에 살고 싶어라

2019년 7월 10일


"다시 대학생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파리에 교환학생을 왔을텐데"  

   

유럽 자동차 여행 마지막 도시인 파리를 여행하며 아내에게 자주 한 말이다. 10년 전 내 머리가 좀 더 말랑말랑하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포용력이 높았을 때 고딕식 건물들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과 도심 곳곳에 있는 푸르른 공원들 그리고 그곳을 가득채운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즐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파리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푸릇푸릇한 야자수와 고풍스러운 건물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거다.

  

파리 뮤지엄 패스를 구매한 덕에 이틀동안은 '본전생각'덕에 열심히 박물관들을 돌아다녔지만 파리에서 가장 좋았던 건 박물관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박물관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 그리고 고풍스러운 대리석 건물들과 초록초록한 야자수들이 좋았다.    

 

미술관 구경은 파리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오르셰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이런 미술관을 가진 그들이 부러웠다.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르누아르를 비롯해 모네와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아 좋았다. 작품을 관람하다 다리가 슬슬 아파올 즈음 옥상 테라스에 나가 센강 맞은편의 파리시내를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오르세미술관을 가진 파리가, 파리시민들이 부러웠던 하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루브루박물관
우리가 사랑했던 화가 르누아르(Day 3 여행기)와 그의 프랑스의 대표 지성인 에밀 졸라


도심 안에 시민들이 쉽게 쉴 수 있는 공원과 잔디밭이 많아 좋았다. 우리는 루브르박물관 옆 잔디 밭에 누워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공원 근처에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볐지만 잔디밭은 훨씬 넓었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개선문 위에 오르면 이렇게 파리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아름답게 찍을 수 있는 일명 '인셉션 다리'. 실제로 우리가 갔을 때 웨딩 스냅을 찍고 있었다.
루브르박물관 옆 공원. 모두들 잔디밭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채 털푸덕 앉았다. 하지만 우리는 휴대용 방석을 챙기는 센스를 발휘했다.

   

대학생 때 이 아름다움을 몰랐던 것이 아쉬웠다. '아! 다시 대학생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무 생각없이 잔디 위에 누워 파리의 파란 하늘을 쳐다보았을텐데, 매달 미술관이 무료로 개방하는 날 방문하여 르누아르의 그림을 마음껏 보았을텐데, 매일 센강에서 런닝을 했을텐데.'     


라고 생각이 미칠때쯤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른 세살의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파리의 거리를 거닐며 르누아르와 모네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하고 잔디 위에 아무런 걱정없이 누워있었다. 10년 전이 아니라 지금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오르세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의 전경. 아! 이 모습을 보면 파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우연히 들어간 서점이었는데 이곳이 파리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English' 코너를 운영한 곳이라고.
바스티유데이(혁명기념일)을 앞두어서 그런지 개선문이 더 웅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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