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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89

바스티유 데이

2019년 7월 14일


우리가 유럽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며 리스차를 계약한 건 작년 12월 미얀마를 여행할 때였다. 버스를 타고 바간에서 인레로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리는 거금을 들여 4월 중순부터 90일간 차를 빌리기로 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반납일이 어떤 날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리스 시작날을 4월 17일 수요일로 정한 건 수요일이 일주일 중 항공료가 저렴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수요일에 파리로 입국해서 차를 인도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계약기간을 90일로 했던 건 90일 이상 차를 빌려야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차를 인도받기 이틀 전에 파리에 도착해서 지낼 숙소를 알아보며 파리에서 가성비 좋은 숙소를 구하려면 일찍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4월은 여행 비수기인데도 좋은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때 어려움을 느꼈던 터라 차를 반납하기 전 파리의 숙소를 미리 구해야겠다고 생각해뒀다.


파리로 진입하는 도로 위, 90일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도로정체를 이때 처음으로 느꼈다.
에펠탑 하나만으로도 파리 여행을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마침 아내가 알아보니 차를 반납하기 하루 전날이 파리의 공휴일이라 우리는 서둘러 파리 근교의 주차 가능한 숙소를 예약해뒀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7월 14일이 바스티유 데이인지 모르고 있었다.     


7월 14일이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 기념일'임을, 7월 14일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발단이 된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을 기념해 만든 공휴일임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꽃축제가 있다는 사실도, 개선문을 배경으로 군사퍼레이드가 벌어진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예약해두었던 파리의 숙소는 호스트인 미쉘 아주머니의 따뜻한 환대, 귀엽지만 독립적인 고양이 럭키, 메트로에서 가까운 숙소, 안전한 차고지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숙소였다. 특히 혁명기념일을 기념하여 벌어지는 군사퍼레이드와 불꽃축제를 미쉘 아주머니와 함께 집에서 TV로 시청할 수 있어 좋았다.      


파리 시내로 나가는 메트로도 가깝고, 주차공간도 있고 무엇보다 친절한 미쉘 아주머니와 귀여운 고양이 럭키가 있던 에어비앤비 숙소

에펠탑을 배경으로 2시간 동안 펼쳐지는 클래식 공연과 공연이 끝난 후 1시간가량 펼쳐지는 불꽃축제는 아름다움의 절정이었다. 특별한 공휴일에 클래식 공연으로만 무대를 채우는 그들의 문화 수준이 부러웠다. 미쉘 아주머니는 공연을 보는 내내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셨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레이져쇼와 트렌디한 일렉&팝 음악에 리듬을 맞춰 하늘을 수놓는 불꽃축제도 황홀했다.     


차를 예약할 때만 해도 우리는 7월 15일 반납이 갖는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운이 좋게 프랑스의 가장 큰 축제인 '바스티유 데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운이 매우 좋은 여행자였다.


미셸아주머니아와 나란히 거실에 앉아 바스티유데이 군사퍼레이드를 시청중인 파고.
전투기의 에어쇼. 하이라이트는 이 프랑스 국기를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독립적인 럭키였지만 가끔 이렇게 무릎에 와 애교를 피우기도 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클래식 콘서트라니. 넘나 멋진 것.
바스티유 데이 불꿏축제는 음악과 어울어져 그 어떤 쇼보다도 웅장하고 아름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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