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3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2.9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야쿠시마 철인 3종 경기
어제 산행으로 피곤해서, 아니지 생각해보면 집을 나서서 어제까지 쉴 새 없는 전진만 있었으니 애들과 애 엄마는 곤히 잤다.
나야 뭐... 이 놈의 아침형 스타일 땜시...
밖으로 나오니 히다카상은 벌써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연세에 비해서 팔뚝 근육이나 반바지 아래로 보이는 장단지는 나보다 훨씬 탄력 있어 보이는 히다카상.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었군.
원래는 식당을 겸하는 미팅룸처럼 된 큰 다다미방이 있는 건물과 나란히 여러 개의 객실로 나뉘어져 있는 객실 건물 하나. 이렇게 있었다, 객실 현관은 땅에서 각각 계단을 몇 칸 올라야 문이었는데...
지금은 두 건물을 연결시켜 놓고 거길 식당 겸용으로 쓰고 있고 독립적으로 있던 각 객실 현관 앞으로도 길고 넓게 마루를 만들고 지붕을 씌워서 밖에서 보면 건물이 두 배로 커진 것 처럼 되어있다.
그곳이 공유 거실 개념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소파나 각종 운동기구 등이 어지럽게... 진짜 좀 어지럽게 널려있다. 대부분 히다카상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아닐까 싶은... 장식도 그렇고 잡동사니들이 엉커있는 느낌이었다. 히다카상이 사용하는 운동기구들도 많이 널려 있었다. 히다카상에게는 소중한 것들일 수 있지만 개인 창고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객실 문을 열면 누구나 바로 마주치게 해 둔 것은 좀...
사실 예전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오래된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기분이랄까...
나야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준비를 하고 온 사람이지만,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듯한데... 그러고보니 우리가 있는 동안 다른 객실에 거의 사람이 들지 않았다.
벽에는 그동안 여길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긴 한데, 어째 좀 낡은 것들 뿐이고 최근 사진들은 안 보이는 듯 했고.
히다카상도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10년 세월을 비켜가진 못해 보이고, 건물도 같이 늙고 있고, 그 전에 계시던 아주머니도 그만두셨다고 하고...
어쩌면 이제 민박업을 접은 건가? 여긴 그냥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인 건가? 가고시마에 나가서 식당에서 일한다는 아들이 곧 들어와서 근처에 식당을 열 계획이라고도 하는 걸 보니, 뭔가 와신상담 중일 수도 있겠다 싶다. 자세한 내막은 일어로 묻기도 어렵고 왠지 물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해서 관두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하는데, 일명 '꺼꾸리'에서 나를 알아보고 내려 온 히다카상이 운동을 권한다. 그런 그와 건물 구조가 달라졌다는 것과 거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한 쪽 벽에 세워진 자전거들을 보게 되었다.
사이즈가 좀 작은 성인용 로드바이크인 걸로 봐서는 히다카상의 것으로 짐작되었다.
하나는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여기저기서 부품을 구해서 조립 중이라고 했고, 하나는 한쪽 브레이크 라인이 없었지만 다른 건 다 작동을 하는 듯 보였다. 심지어 타이어 휠은 내 자전거와 동일한 펄크럼^^
내가 관심을 보이자, 철인3종 경기에 나가기 위한 거란다.
엥? 저 자전거를 가지고 어디까지 가서 철인 경기를 한다는 건지...
놀랍게도 야쿠시마에서 매년 철인대회를 한단다. 7월 개최인데,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다고...
이런 이런... 야쿠시마에 와야할 이유가 또 생긴 거야?^^
나도 1년에 한 두 번은 꼭 안빠지고 철인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하자, 대뜸
"타 볼래요?"
마다할 내가 아니지 않은가^^
클릿슈즈야 당연히 작아서 못 신지만, 대마도도 조리신고 클릿 패달 로드바이크로 일주한 몸인데 뭐...
다음 야쿠시마 여행에 대한 그림 완성^^
파숀관을 나오기까지는 비포장이고 빠방하게 펌핑한 얇은 타이어가 가볍게 통통거렸다.
진입로가 끝나고 섬 일주도로와 만나자마자 안보항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달렸다. 날씨도 끝내주고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아침이라 그닥 덥지도 않고, 섬 바람은 살랑살랑...
런닝, 반바지 차림에 나풀거리는 소리, 라쳇 소리까지 상쾌했다. 가족여행 와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되다니...
야쿠시마 정도 섬은 사실 렌트없이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보항이 금방이었다. 발은 패달을 저으면서 눈으로는 각종 원색의 남국 정취를 담으면서도 머리속은 딴 생각 ㅋㅋ
<야쿠시마 3박 or 4박 자전거 캠핑> 계획으로 복잡하게 굴러갔다
부산~가고시마 공항 : 비행기
- 자전거를 싣고, 최근 국내에서 야쿠시마공항까지 바로 가는게 있다는 소문이... 찾아바야겠다)
가고시마 공항~가고시마여객선터미널 : 택시
- 이게 좀 걸린다 버스는 안 태워 줄 거고....달리자니 너무 멀고)
가고시마항~야쿠시마 미야노우라항 : 페리
미야노우라 항~시라타니운수계곡 입구 : 버스
- 자전거는 가능한 곳에 거치)
시라타니~죠몬스기 : 트래킹 및 타카츠카 코야에서 1박
죠몬스기~미야노우라다케 정상~나가타이나카해변 또는 안보항 : 트래킹 (
- 버스로 미야노우라 복귀)
이후 자전거로 시계방향 섬 일주^^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
혹시 7월이면 로드바이크를 가지고 와서 철인대회 참여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거고 말야...
상상으로도 입이 헤벌쭉 한다.
야쿠시마 그린 호텔
안보항으로 가는 길, 절벽 위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호텔 시설을 하나 만났다. 야쿠시마를 삽삽히 조사해 본 건 아니지만, 호텔은 처음 본 거라...
히다카상네 머물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하루 정도는 호텔도 좋지 않을까하고 들어가 봤다.
카운터에서 다짜고짜 객실 요금표를 좀 달라고 했다.
와우~ 가격이 약간 비쌌다. 히다카상네와 비교할 수 없는 요금. 그래봐야 비지니스급이거나 할텐데...
마침 우리가 머문 시간이 오봉절 코앞이라 극성수기에 해당되어서 더욱 그런 듯 했다.
호텔 숙박은 나혼자 고민하다 나혼자 관두는 걸로... 원래 계획한 대로 오늘은 캠핑장에 가는 걸로.
그나저나 이 날씨에 이 전망...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큰 맘 먹고 질렀어야 하나 하는... 마눌님과 애들이 얼마나 좋아라 했을까, 조금 아쉽다.
패션후르츠 따먹기
도착하니 그새 일어난 애들과 히다카상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첫째가 우리 둘과 자전거, 파숀관 이름까지 한 번에 담아 주었다.
남자들만 네 명이서 파숀관 주변을 산책했다. 파숀관 뒤쪽으로 작지만 농장(텃밭이라기엔 좀 컸다)도 있다. 정말 시골 할머니집 같다는...
토토로가 쓰는 우산이라며, 꼭 사진으로 찍어 달라는 둘 째^^
이 일대 흙들은 용암이 굳어서 생긴 것들이라 색이 다 이렇다. 이런 용암바위들도 흔해서 장식용으로 쓰고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히다카상이 잘 대해주는 게 좋은가 보다. 우리 둘째는 금새 친해져서 잘 따라다녔다.
저 나무가 패션후르츠 나무다.
아직 더 익어야 할 것 같은데 하면서 몇 개를 같이 땄다. 애들은 저런 거 무조건 좋아라한다.
히다카상에게도 조금 있다가 떠날 거라고 말씀드렸다. 짧게 재회하고 다시 헤어진다.
이소노가오리에 예약을 했으니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이날 오후에 출근해도 되니 그렇게 하자신다. 좀 짠했다. 세월이 흐르고 사는게 참 녹록치 않고 그래도 이렇게 오랜 친구가 불쑥 찾아오든 만나질 때 할 수 있는 높은 차원의 교감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위로라고 하는지, 공감이라는 지 잘 모르지만... 외국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해 둘걸...
그렇다고 손을 꼭 부여잡거나 울거나 할 수도 없고... 이럴때는 남자라는 게 참...
챙겨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 마자 바로 ^^.
아직 조금 덜 익어서 신맛이 강했다. 우리 첫째는 레몬 등 신과일만 보면 사죽을 못쓰니 전부 지 차지였다.
패션관과의 작별
이제 파숀관을 떠날거라고 씻고 준비하랬더니 사진을 찍고 싶단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포즈를 취하라 하고... 이렇게 남겼다.
이들도 이틀 밖에 있지 않은 이 곳이 정든 모양이다. 아쉬움은 어른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구나.
애들과 애들 엄마가 씻고 챙기는 동안 거실로 나왔다. 히다카상이 낡은 공책을 한 권 내민다.
몇 자 적어 주면 좋겠다고...
이런 게 아직^^... 학교 다닐때 동아리 방이나 학생회실에 굴러다니던 다같이 쓰는 일지(이걸 뭐라고 부르던 말이 있었는데 기억도 안 난다^^)
방문객들이 남긴 글들은 거진 일어고 더러 영어가 있었다.
깨끗한 면을 펼치고 처음으로 한글로 된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