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2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2.9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타카츠카 코야
죠몬스기 옆으로 조금 가다보면, 우리의 정자처럼 보이는 휴식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거기서 도시락도 먹고 쉬기도 했다.
우리도 거기서 먹다가 만 삼각김밥을 마저 먹었던 것 같다.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일대는 비교적 넓고 반듯한 산정 평지를 이루고 있고, 3층 건물이 나타난다.
코야는 일종의 산장이다.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되어 있고, 상주하는 관리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제 시라타니 운수계곡 쪽에서도 코야를 봤었고, 오늘 오르면서도 중간에 코야가 있었지만, 이렇게 통나무로 된 3층 건물은 첨이었다. 그리고 여기가 가장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그만큼 매일매일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따로 기록을 하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하산길에 만난 일본 청년왈, 누구나 선착순으로 와서 사용하면 되는 곳이라 했다.
새 건물은 아니지만 그 깔끔함에 놀랐다. 전체가 마루 바닥으로 되어 있다. 안에서 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걸어다니면 모두를 깨우겠구나 싶을 정도로 삐걱대긴 했지만 아침까지도 누군가 사용하고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각 층은 비슷한 규모다. 작은 집이라는 말 뜻대로 넓이가 방대한 건 아니고...
층마다 계단과 작은 창이 하나 있고,
쓰다가 남겨두고 간 모기향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2층에서 3층으로는 사다리를 통해서 올라야했다.
3층엔 난간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우리 꼬맹이들이 이런 곳을 지나칠리가 있나?^^
3층이니 제법 높다.
일대가 다 보인다. 죠몬스기로 가는 데크 길과 중앙에 헐벗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그 너머에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까지.
데크는 그것 말고도 몇 개 더 있었고, 코야 뒤로 돌아가면 화장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용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자율적으로 모금을 하는 통이 있다.
2013년에 지어졌고, 최대 21명까지 수용가능하단다.
신타로 아카츠라는 1962년 동경 태생의 사람이 기부해서 만들었다는 소리 같은데... 너무 기니까 패스.
가만있어봐라...
여름이니 그렇게 추울 것 같진 않고, 김밥으로 저녁 식사로는 무리지만 내일 오전까지만 참으면 될 것도 같고... 모기향도 있고...
살짝 마눌님한테 물어봤다. "여기서 자고..."
단칼에 안된단다.
그래 아쉬워야 또 온다. 내 기필코 비박 장비를 들고 다시 온다. 정말로...
야쿠시마에서 제일 높다는 미야노우라다케 정상까지는 여기서도 5km 이상을 더 가야했고, 코야는 군데군데 설치가 되어 있어서 혹시나 정원이 넘치면 근방으로 분산이 되도록 해 둔 모양이었다. 하산길에 만난 비박 백패커들은 대부분 텐트 정도는 지고 올라오는 것 같긴 하더라만.
하산의 즐거움
사실 산이 아주 험하거나 산행길이가 너무 길거나 한 건 아니라서 초행자, 연세가 좀 있으신 분, 애들... 누구나 죠몬스기를 만나기엔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여기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평소에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테니, 단단히 각오하고 오는 걸테지만.
우리 애들은 죠몬스기와 그 일대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먹고 100% 완충 상태로 하산길에 들어섰다.
엄마의 야심찬 쇼핑상품, 붙이는 메니큐어를 하나 얻어 붙인 막내의 손가락^^
그러자, 그 전엔 보이지 않던 작은 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도마뱀 한 마리와 딥임팩트 해 주시는 우리 막내이^^
하산시 시간이 촉박하면 전체 산행이 너무 아쉽게 마무리 되곤 한다. 그래서 평소 산행시에도 초반에 힘들더라도 좀 치고 올라가서는 여유있게 하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해가 진다거나 예약한 교통편 시간이 촉박하다거나 해서 급하게 산을 내려오면 오를 때보다야 훨씬 빨리 내려올 수 있다. 이때도 무릎이 아작날 각오는 해야 하지만... (젊어서 해지려는 광주 무등산 정상에서 뛰어서 내려온 적이 있다.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하산시에는 힘도 덜 들고 마음도 훨씬 여유가 생겨서 오를 때보다 훨씬 오픈마인드가 된다. 그리고 내리막 길이 시야도 넓어져서 좋다. 근데 그렇게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하고 건강한 정보들을 흡수하고 되샘질 해 보는 게 산에 오르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이걸 못하는 건 참...
다행히 우린 이날 새벽 일찍 서두른 것도 있고, 방전도 빠르지만 충전도 빠른 꼬맹이들의 체력도 받쳐줘서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하산할 수 있었다.
만 이틀을 바라보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나무와 자연이 만들어 내는 풍광들.
돌이켜 사진으로 보니 다시 만져보고 싶다.
다시 윌슨 그루터기까지 왔다.
이때 시간이 오후 2시쯤이었는데, 한 명 아니면 두어 명씩 백패커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느즈막히 출발해서 산해서 1박을 할 심산으로 오르는 젊은 총각들이 마냥 부러웠다. 그 중 한 명에게 말을 붙여보니 도쿄에서 직장 생활하는 솔로란다. 휴가를 내고 여기 죠몬스기 옆에서 자려고 왔단다. 아까 봤던 그 코야에서 말이다.
좋겠다... 여러모로... 솔로라서 부러운 건 절대 아니다이~
시간적 여유도 있고, 윌슨 그루터기 앞이 쉬기에 적당한 장소기도 해서, 여기서 이것 저것 배낭에 남은 먹을 것들 다 꺼내서 먹었다.
대학때 산악회에 있는 선배를 따라 갈 때 평소 즐겨먹는 두유(베지밀 B로 기억한다. A는 덜 달고, B가 달콤했거든) 1리터짜리를 챙겨갔다가 개점과 동시에 완판했던 기억이...
그 뒤로 가능하면 산행시 두유는 꼭 챙겨가려 한다. 나이가 들어 이게 언제 막걸리로 바뀔란가는 몰겠지만^^
일본 두유도 뭐 괜찮은 맛이더라고... 나 들고 보니, 예전처럼 단 음식이 그렇게 땡기지 않게 되어서... 그리고 예전처럼 기호도 뚜렷하지 않고...
먹성이 바뀌는 건 상관없는데, 맛에 대한 호불호가 너그러워지는 건... 늙는다는 건 편안해 지는 건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늙음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건 조금 서글프다.
마침내 도라쿠 철길 종점에 도착.
아침엔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실측이 안되어서 마냥 멀게만 느껴졌는데, 갔던 길을 다시 내려와보니 너무 짧은 듯 아쉬움만 준다.
여기저기 불쑥 나타나는 시카에 빠르게 반응하는 꼬맹이들.
야쿠시마를 가리켜 사람이 2만, 원숭이가 2만, 사슴이 2만이라 한다는데... 천적 없는 사슴의 과도한 번식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10년 전 단깡 서리를 했던 그 농장도 사슴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농장 전체에 철망을 둘렀던 기억이...
골짜기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내를 지나칠 때쯤 만난 사루가 애들을 유인한 덕분에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물가로 들어갔다.
그녀는 물 밖에서
나는 물 안에서... 결국 들어갔다. 금새 발이 시려와서 오래있진 못했지만...
강 상류의 차고 맑은 물빛을 휴대폰으로 담으려한 내 욕심의 산물일 뿐이구나...
버스 시간에 그렇게 늦지 않게, 무사히 도착했다.
산행 내내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젊은 총각 가이드가 사진도 찍어주고.
산행 때는 평소보다 배도 빨리꺼지고 많이 먹게 된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니까.
내려가면 바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우리 부부는 갈 데를 정했어도 혹시나 해서 근처 가이드들에게 맛집 추천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한 집을 추천받았다. 그 집이 바로 우리가 이미 정했던 집이기도 하고^^
야쿠시마 최고의 맛집, 하지만 퇴짜^^
"이소노카오리"
스시집이다. 산행 후 버스가 내려주는 야쿠시마 자연관에서 우리 차로 조금만 되돌아오면 안보항을 지나 바로 길 가게 보인다.
주차하고 내려보니 어느새 풍뎅이 한 마리를 달고 있는 어린 것들.
얘는 날아가지도 않고... 뭐 어리숙허니 외국에서 온 꼬맹이들한테 잡혀서는...
저러고 차를 타고 떠나기 직전까지 있었다는...
아쉽게도 예약이 꽉 차서 식사를 할 순 없었다.
구질구질하게...10년 전 왔던 한국인이네, 우리 부부에게는 여기서 다시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한 일이네 들먹이면서 사정을 했지만 안되는 건 안되더라고^^
예전에 있던 덩치 좋고 목소리 컸던 아저씨는 없었다. 히다카상의 말로는 그 아들이 운영을 하고 있단다. 맛은 그대로라고 하더라만.
그래서 우린 다음날 점심으로 예약을 잡아 두고, 첫째 놈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10년 전 그 자리에서..
참고로 이소노가오리 영업시간을 남긴다.
매주 하루 씩은 쉬니까 미리미리 잘 체크해야 허탕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