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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일주08_죠몬스기, 이제 안녕~

2015.8.12

by 조운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2.9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죠몬스기와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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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외마디 신음을 내 뱉고는 죠몬스기를 보자마자 사진부터 찍어 댔다.
앞 뒤로 작은 길 하나만 있는 비탈이기에 앞사람이 가야 뒤에서도 따를 수가 있다. 그래서 교행도 불가하고,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구분해서 표시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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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계단이 있고, 죠몬스기를 정면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나무데크를 널찍하게 마련해 둔 공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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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저기 사진 찍는 분이 바로 야쿠시마 산행의 가이드들이다. 아주 전문적인 직종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자격을 부여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이 험하고 고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하루 완주를 하고 나면 다음날은 쉰다고 했다. 일어나 영어를 주로 사용하던데, 가이드 없이 올라온 팀은 우리가 거의 유일했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가이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문학적, 생태적, 역사적 맥락들이 눈으로 현장을 보고 걸으면서 파악되면 그게 최고의 학습일진데...


IMG_7965_wide1080mark.jpg?type=w773 다들 죠몬스기만 쳐다보는데 우리 셋은 저러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남자 셋은 왜 저러고 있냐고?
바로 꼬맹이들이 수 시간을 쥐고 왔던 기념품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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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낸 장소는 데크로 올라오는 나무 계단 바로 옆.
표지판이 있어서 다음에도 찾기 쉬운 곳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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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의 나무조각은 저기 흙 경사 밖으로 나온 뿌리 사이에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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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거^^.
니들이 도대체 다음에 언제 다시 오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빨리 다시 찾아야 할텐데... 약한 삼나무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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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생은 바로 저 자리에 차돌맹이를 놓았다. 못 찾을까봐 작은 천조각을 말아서 같이 뒀다.^^
뭐 여튼 미션 성공!
이런 게 애들한테는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어딜 가더라도 한 번 갔던 곳엔 세월을 건너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과거의 내가 있다는 거... 다시 왔을 때 이게 남아 있고 없고는 둘 째 문제다. 애들 마음 속에는 계속 남아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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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되새기기 위해서 사진으로 남겼다. 죠몬스기가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들의 기념물과 함께^^



죠몬스기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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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례가 되었다. 다들 고생해서 이 섬까지 왔고 또 자력으로 걸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세러머니로 사진을 찍는데 한 두장 찍고 지나지 못함을 잘 알고들 있다. 그래서 한 팀이 아주 천천히 정성들여서 많은 사진을 찍어도 그려러니 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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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랄 것도없이 가이드 중에서 한 분이 사진을 찍어주마 했다. 그만큼 포인트를 잘 안다는 뜻일테고, 또 그렇게 빨리 나서야 시간 지체없이 자신들도 더 빨리 일을 마칠 수 있는 것일테고...
근데 정말 촬영 포지션도 좋고 구도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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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년을 한 곳에서 보낸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독사진 한 장 찍었다.
눈 코 입을 가진 험상궂게 생겼지만 성격 좋은 도깨비 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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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 웃고 있는 듯한 느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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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나뭇가지에 누군가 코다마 인형을 올려두었다.
이후 저걸 사 볼꺼라고 야쿠시마를 다 뒤졌는데... 없었다.
신혼여행때 야쿠시마에서 삼나무를 아주 작게 조각해서 코다마 인형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2개 샀었는데 삼나무가 약해서 둘다 조금씩 닳아서 없어져 버렸다. 그 열쇠고리도 없었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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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어떤 여자분이 가방에서 토토로를 꺼내서 올려두고 촬영을 했다. 우리 애들도 끼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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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촬영을 하려고 들고 다녔다는 게 더 대단~..

결국 마눌님이 어떻게 어떻게 인터넷을 뒤져서 결국 저 토토로 인형들은 구했다. 지금 우리집 거실에서 토란잎 우산을 쓰고 있는 녀석을 포함 다양한 크기의 몇 놈이 진열대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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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엄마, 아빠도 담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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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만 몰래 한 장 더 담았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아니지 7,000년 만의 조우 치고는 짧은 시간동안 서로 안부를 묻고 기념촬영을 하고 내려갔다. 우리는 바로 하산하지 않고 약간 평평한 그곳 주위를 좀 돌아다녔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근사한 3층 짜리 코야가 있음도 파악했다.
그렇게 잠시 머물고 내려오는 길에는 이제 사람들이 아까 만큼 많지는 않았다. 다들 올라오는 타이밍이 비슷하니까... 그리고 지금 올라오는 건 하산 시간 맞추기가 힘드니까 사람이 끊기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과 죠몬스기가 독대 할 수 있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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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엔 3,000살 먹은 기겐스기를 젊은 부부 둘이서 닿지도 않으면서 팔로 안아보았는데 죠몬스기는 보호 차원에서 아예 10m 앞에서만 봐야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저렇게 우리 가족이 안아보고 싶어하는 맘만 담기로...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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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들이 둘이서만 안아보고 싶단다. ^^
그렇게 이별의 포응까지 다 하고 다시 산을 내려와야 했다.

한창 사춘기를 겪던 시절, 어쩌다가 불연듯
'아르헨티나에 나와 같은 나이의 어떤 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 사람 좋게 생긴 그 나무 아재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누구와 같이 사진이라도 찍고 있을까? 비 오는 날엔 사람들이 안와서 좋을까 싫을까?
마흔이 넘어서 아주 오랜만에 다시 사춘기 시절의 나와 만났다.
조만간 우리 애들도 죠몬스기를 다시 찾아, 엄마 아빠와 함께 칠랑팔랑 나풀거리며 죠몬스기를 만나러 왔던 어릴 적 자신을 꼭 만나길 바래 본다.


잘 지내.
혹시 말이야. 오늘 왔던 우리 애들이 커서 여자 친구나 아이들을 낳아서 오면 그때도 반갑게 대해주라.
죠몬스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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