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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일주07_죠몬스기야, 안녕?

2015.8.12

by 조운
거인국에 도착한 가족들


도라쿠 철길이 끝나면 바로 비탈길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삼나무로 만든 낡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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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몸이긴 해도 엄마는 점점 뒤쳐지고 아들들도 하나씩 힘겨워 할 때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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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주위를 둘러보면 마법의 힘으로 그림 속 어딘가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그만큼 사위가 완전히 바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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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갑자기 작아진 느낌이랄까. 거인국에 도착한 걸리버 가족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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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손에는 각자 길쭉한 나무 조각과 돌맹이가 하나씩이 들려 있다. 어디서 주워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념품이란다. 그걸 나중에 죠몬스기한테 두고 올 거란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길 바라면서... 좀 웃기는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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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로 사용하기에는 못생긴, 그래서 살아남은 오래된 거대 생물들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애들은 저 짧은 돌맹이를 들고 마치 자기가 원령공주가 된 것처럼 행동했다.


IMG_1333_wide1080.jpg?type=w773 윌슨 그루터기와 죠몬스기로 가는 길




윌슨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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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뭐라 되어 있긴 한데, 여튼 윌슨이라는 서양인과 관련이 있단다.
일어를 잘 하는 분이면 읽힐 정도로 사진을 담았으니 궁금한 분들은 각자 해결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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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은 바로 저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 이름이다.
우리 애들 어떡할꺼야... 우리 끼리 있을 때는 뭐 괜찮았지만, 그루터기가 유명하고 또 그 앞이 쉬기 좋게 꾸며져 있어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도 두 원령사내(?) 짓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 통에 모르는 애들인 척 하고 싶었지만, 연신 아빠, 엄마를 부르면서 사진을 찍어라고 명령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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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바로 앞에서 찍은 식물이다. 지의류와 함께 무슨 난꽃처럼 보이는 게 피어 있었다. 너무 귀여운 흰 꽃과 신기하게 입이 세 장씩 나는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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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그루터기는 정말 크다. 목재로 베어 내기 전엔 얼마나 큰 나무였을까? 들어가 보면 왠만한 집 침실 정도의 공간이 나오니...
이렇게 거대한 식물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 때문에 사람들한테 인기있는 것도 맞지만, 들어가서 특정한 곳에 저렇게 쪼그리고 앉아 보면 재밌는 모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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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코너 쯤에 앉아서 위쪽을 바라보면 천장에 구멍이 났는데, 뚫린 모양이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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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풍화하면서 나이테의 선을 따라 생긴 구멍이 하필 저런 모양이렷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여기 와서는 저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들도 몰랐는데, 우리 앞에 어떤 가이드가 고객들을 저렇게 세우고 사진을 찍어서 알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며 환호하는 그 분들 때문에...
하산 길에 다시 한 번 더 들렸는데, 그때 막 올라오는 관광객들에게는 우리가 중요 포지션과 카메라 앵글을 알려주었다는...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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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윌슨이라는 그루터기로 남지 않았더라면 저런 하늘은 없었을 거다. 주위에 제법 키가 크긴 해도 여기선 명함도 못내미는 잔챙이 나무들 모두를 그늘속으로 덮어버렸을 거대한 나무때문에 일대는 아주 시커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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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밑둥까지 뎅강 잘려나간 이 친구는 그래도 아직 죽지 않았다. 온 몸에 다른 씨앗들을 품고 다음생과 연결되어 제 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친구 앞에서 원령사내 둘과 그들의 친부, 친모가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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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최종 목적지까지는...
그러니까 윌슨 그루터기가 해발 고도 1,000~1,100m 사이에 있으니까 아직 수직으로 200~300m를 더 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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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카츠카 산행 길에서 누구나 꼭 쉬어가는 페이지, 윌슨에서 충분히 휴식 했으니 또 가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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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월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바위와 뿌리의 소리없는 전쟁의 결과가 바로 이 모습 아닐까?
'어이 아들~. 니 지금 그런 생각하고 있는 거 맞제?'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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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놀라운 모습으로 기다리는 길들을 꾸준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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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지역 입간판

부쩍 쉬는 횟수가 늘었다. 체력이 슬슬 떨어지고 있다. 아마도 저기 쯤에서 도시락(그래봐야 엄마표 삼각김밥)을 꺼내서 먹었던 것 같다.



부부 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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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때문에 꼬맹이들한테 찍어달라고 했다. 근데 왜 하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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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의 허리에 손을 올린 것처럼 보인다고 그렇게 짓지 않았을까?
그래서 우리도 한 번 따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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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맹이들은 초지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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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가까워 지고 있는 듯. 외 줄로 오르는 사람들 간격이 촘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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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숲에서 시카를 만났다. 산 아래에 사는 애들보다 뭔가 더 시크한 느낌? 우리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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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있는 삼나무가 마치 원령공주에 나오는 멧돼지 신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 같다고 들어가 본다. 정말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
미야자키 하야오 아재도 바로 이런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만나면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잡아나가지 않았을까?

엄마는 애들 더러 이런 멧돼지 신 모양처럼 보이는 상상으로 소설을 써 보란다.
여보야... 그냥 단검 들고 뛰어다니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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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팔진 산길을 가자, 갑자기 나무 데크가 나왔고 한쪽 하늘이 환하게 뚫렸다.
어디쯤인가 하고 올려다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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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몬스기가 느닷없이 앞에 와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 친구가 그 친구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안녕?
너하고 나하고 7,000년 만에 만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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