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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일주11_드디어, '야쿠시카'와 사귄 꼬맹이들

2015.8.13

by 조운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2.9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이소노가오리에서 점심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히다카상과 점심을 먹으로 이소노가오리에 왔다. 10년 전 우렁차게 "이랏샤이마세"외치던 덩치 큰 아저씨는 없었지만 가게 분위기는 아담하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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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니 히다카상더러 주문을 부탁했다. 한쪽에 야쿠시마에서 잡히는 바다 물고기의 자세한 묘사화가 책으로 묶여 있었다. 우리가 먹게 될 생선이 뭐냐니까 이 그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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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몇 가지를 주문했는데, 과거에는 없던 자세한 메뉴판이 생겼더라고.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바뀐 변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야쿠스기랜드, "가만이"와의 조우


점심을 먹으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히다카상은 일터로 돌아갔다.
우리는 애들이 그렇게 원하는 동물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야쿠스기랜드로 갔다. 사실 거기 간다고 꼭 사루나 시카를 볼 수 있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10년 전 거기서 때로 몰려다니는 사루와 사람이 근방에 와도 도망가지 않는 시카를 만났으니... 찰라의 경험에만 기대어 애들을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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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우연히 어린 시카를 만났고 조용히 차를 세웠다. 혹시나 또 도망칠까봐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저러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보았다. 사슴의 맑은 눈빛만 봐도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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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스기랜드 입구에 있는 삼나무 공중전화 박스는 여전했다. 짧게는 몇 백년을 살았던 나무의 밑둥일진대 고작 10년 정도 지났다고 뭐 얼마나 변했을까. 마눌님이 저기서 전화 거는 시늉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서 비슷하게 한 장 찍으려니 싫다고 도망가 버렸다. 10년 전과 비교되는 사진을 담기는 싫다는...

실제 야쿠스기랜드로 들어가진 않았다. 기억이 맞다면 시라타니운수계곡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고 이미 어제 하루종일 산행하며 삼나무를 질리도록 보지 않았는가.
여기는 산책을 하면서 가볍게 삼나무 숲을 거닐 수 있는 공원이라 보면 된다. 대단히 넓었고 중간에 계곡을 건너는 아찔한 현수교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오늘 많은 곳을 둘러보기로 해서 패스.

역시나 야쿠스기랜드를 데려오길 잘했다. 스기랜드 입구를 기점으로 180도 꺾인 도로 코너에는 사루가 떼로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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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감치 떨어져서 한참을 눈으로 쫒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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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약간씩 간격을 좁혀도 움직임이 없자, 점점 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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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끼리 털을 고르고 있는 나른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앉았다. 하지만 더 가까이, 가능하면 악수라도 해 보고 싶은 게 이 놈들 마음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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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먹을 걸 꺼낸다. 히다카상이 먹으라고 줬던 패션후르츠. 평화롭던 원숭이 집단에 살짝 긴장이 인다. 쟤네들도 이 과일 맛을 익히 알고 있을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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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깨지고 한 녀석만 빼고 오히려 뒤로 물러서 버렸다. 과일을 꺼내기 전엔 사실 두 꼬맹이의 출연에 관심도 없었는데, 오히려 과일이 등장하자 두 꼬맹이와 그 뒤의 어른까지 경계의 대상이 되어 버린 듯 했다. 그리고 예의 그 덩치 큰 한 놈이 눈싸움을 하면서 다가왔다.
딱 자기 팔을 뻗어서 과일을 집을 수 있는 거리까지만 다가왔고 과일을 집자 쏜살같이 내빼버렸다.

먹을 거로 호감으 표시하고 친구가 되고자 했으나, 어느 집단이고 통과의례라는 게 있을 건데 우린 그걸 알수도 없고, 자연에서 종이 다른 대상에게 호혜적 관용을 베푸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테니...

뭐 저런 긴장된 순간을 가지고 저 만큼이라도 가까이서 그들이 털 고르는 소리, 걷는 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 만족해야지 어쩔 건가.^^

그러고는 우린 건물로 들어와 버렸다. 삼나무로 된 작은 기념품을 꼭 하나 사리라 맘 먹고 있던 터라 전화부스 뒤에 있는 기념품 샵을 둘러보았다. 별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게 없긴 했지만, 고르고 골라 야쿠시마 섬 모양으로 삼나무를 다듬은 냄비 받침을 샀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당연히 애들과 마눌님이 그만 가자고 보챌 줄 알았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나가보니... 아무도 없다. 샵이 있는 건물이 좀 높은 곳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니 건물 아래로 휘어진 도로 한켠에 모여들 있다.

불렀더니 빨리 내려오라고 난리다.

사실 내가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 시각.
우리 아이들은 소원을 풀고 있었다.


야쿠시카의 뿔은 어떤 느낌이야?


내가 도착하고도 한참을 그렇게 보냈고, 우린 둘째의 아이디어로 이 녀석 이름을 우리 맘대로 지어주었다.


가만이라 이름 짓고 헤어짐에 아쉬운 우리 둘째


가만이


다른 녀석들처럼 도망가거나 애태우게 피하지 않는 이 녀석. 가만히 있다고 해서 가만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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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너무 귀찮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잠시지만 우리 애들과 친구도 되어 주고, 평생 너의 털과 뿔의 감촉을 기억하게 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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