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5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3.6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역시 명불허전, 다카치호 쿄
드뎌 보트를 탔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이유는 타 보면 안다. 한 시간의 제한시간을 주고 넘으면 오버차지를 요구하는데... 오버하기 쉽지 않다. 안 하던 노젖기가 진짜 힘이 들거든^^
아빠가 노를 젖다가 꼬맹이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넘겨 주었다. 주의사항에는 아이에게 노를 넘겨주지 말라고 되어 있긴 하다... 우린 뭐... 그렇게 질서의식에 투철한 그런 여행객은 아니라는...
상류의 보호지역이라 그런지 물이 참 맑았다. 반면에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서 수량이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협곡은 제법 넓고 특히 길었다.
그리고 참 시원했다.
두 녀석이 그렇게 호흡이 잘 맞진 않았지만 배가 산으로 가진 않았다.
그래도 저 뒤로 보이는 협곡들 사이로 빠져나가기 위해선 내가 다시 노를 잡아야 했다.
내게 무슨 지질학적 배경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협곡이 생긴 배경이나 암석의 특징 정도를 그나마 한글로 된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섭취 시도라도 했을텐데...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선경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만으로도 좋다.
한 고비를 지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침에 걸어오면서 배타는 사람을 내려다 봤던 포지션인데, 이제 우리가 그들 밑에 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난데없이 오리 한 마리가 나타나 배와 경주도 좀 했다. 아이들이 그쪽으로 가라지만, 늘 오리가 배보다 빨랐다는...
자, 이제 다시 돌아가자. 아빠 지금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야~
그래도 우린 60분을 거의 꽉꽉 채우고 배에서 내린 편이었다. 아쉬워하는 어린 것들 때문에 정말 사력을 다했다는...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 전체 일정 중에서 오늘이 한 군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날이다.
협곡에서 벗어나서 큰 길로 나와서도, 주차장까지 살랑살랑 걸어 갔다. 누가 등떠미는 사람도 없고... 오늘 도착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도 없다.
난 이런 여행이 너무 좋다. 대책없는 듯 보여서 마눌님은 늘 핀잔이지만... 아주 싫지만은 않은 듯...
어제밤처럼 무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욕심이 나서 빡빡하게 일정을 잡을 때도 없지 않지만, 또 딱 한 가지를 위해서 하루를 과감하게 투자할 수도 있는 여유가 좋다. 정말 한 달씩 여행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고작 열흘로도 이렇게 좋은데...
하루 더 여기서 자는 건 좀 의미가 없을 듯 해서 이동을 결정했다. 목표는 오이타현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벳푸로다가... 며칠 째 한국인을 보질 못했다^^
그래 도회로 좀 나가보자^^
침엽수 가득한 좁은 산 길을 넘어
시간이 꽤 흐른 것도 있지만, 숲이 하도 울창해서 그늘은 어둑어둑했다. 여긴 우리나라보다 남쪽인데... 어째서 이렇게 완전히 곧게 뻗은 침엽수림이 우점종인 걸까?
가도가도 병풍같은 나무들...
마치 대관령 어디쯤을 지나는 것 같다.
더러 활엽수도 보이지만, 산 전체에는 조림을 한 듯 침엽수림이 덮고 있다.
해발 고도도 제법 높은 이런 산에 교행이 될까말까한 절묘한 넓이의 오솔길 도로가 나 있다. 완전히 굽어 있는 길이 나타나도 코너에 그 흔한 볼록 거울 하나 없다. 때마침 마주 오던 차와 찰나의 시간차로 충돌을 면하기도 했다. 사실 그 차 말고는 한 시간 넘게 마주오는 차라고는 없다.
세상에 우리가 지금 어디를 다니고 있는 거야? 여긴 오지라도 너무 오지잖아...
그래도 공기는 너무 좋다. 창문을 활짝 연 채 그렇게 네비게이션만 믿고, "벳푸로 가는 길"을 하염없이 가고 또 갔다.
이번 여행 처음 맛보는 사시미
아까 다카치호 쿄에서 나오는 벳뿌에서 우리가 쉴 숙소를 검색했다.
선택의 여지라곤 없었다. 오늘 밤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은 딱 하나 검색이 되었으니... 중국은 춘절, 일본은 오봉절만 피하면 된다는 여행 고수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피하지 않은 오봉절의 높은 숙박비는 또 어찌 그리 비싼지^^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텐트와 버너가 크게 예산을 절약해 준 바, 오늘 흥청망청의 컨셉도 가능했느니...
숙소는 다다미 방이었다. 어른 네 명이 쓸 수 있도록 된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넓은 방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비싸지^^
각자 두꺼운 요와 이불이 예쁘게 펼쳐진 큰 방은 좀 낡긴 했지만, 미닫이 문부터 화장실이나 벽장까지 료칸 느낌이 살짝 나는 그런 곳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일본 말차를 끓여서 마실 수 있는 다기 세트도 고풍스런 느낌을 주고... 음... 음... 우리하고는 좀 안 어울렸지만 뭐... 하루는 풍찬노숙도 하고 하루는 료칸 같은 느낌의 호텔에서도 자 보고 그러는 거지 뭐^^.
중간 중간에 텐트에서 지내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정확하게는 이틀 연짝으로 노숙이었지만^^) 최상급의 호텔도 아닌데 식구들의 만족도가 정말...ㅎㅎㅎ
굶주린 4명은 대충 짐만 던져 놓고 1층 컨시어지로 내려갔다. 그리고 근처 맛집 추천 요구^^
이쁘장하지만 일어 외에는 전혀 소통이 안되는 아가씨가 다양한 메뉴의 맛집을 얘기하려 노력했지만, 우린 그냥
사시미
라는 한 마디만 했다. 오늘 컨셉은 흥청망청^^
그렇게 일본 와서 벌써 며칠 짼데 첨으로 사시미를 먹게 되었다. 싸고 신선한 회가 풍부했을, 우리가 지나쳐 온 해안 도시나 섬에서가 아니라, 향락의 도시 벳푸에서 말이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선술집 분위기였다. 애들까지 데리고 온 가족 팀은 안 보였다.
사시미부터 스시, 튀김, 우동 등 일본 음식이구나 싶은 것들 위주로 네 명이 배가 꽉 찰 때까지 계속 메뉴를 주문^^. 완전히 예산을 훌쩍 넘어서는 과소비의 난장을 펼치고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나온 아픈 기억이...
내일부터 또 밥해 무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