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6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3.8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가마도 > 야마 > 우미 > 오니이시보오즈 > 오니야마 > 시라이이케 > 치노이케 > 다츠마키 지코쿠
총 8군데의 지옥순례를 이런 순서로 돌았다. 아침일찍 시작했는데 점심시간이 약간 넘겨서 끝이 났다.
(불행하게도 이날은 휴대폰으로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찍은 날인 것 같은데 전부 날아가 버려서, 결국 마눌님 폰 사진이 전부라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일본의 벳푸.
우린 아무런 정보도 없다는 거^^
온천으로 유명하다지만, 결국 우리가 몸을 담궈 본 곳은 호텔에 딸린 대욕장이 전부였다. 사실 벳푸에서 어떻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벳푸라는 도시를 좀 둘러보고 다음 일정으로 향하기로 했으니... 사실 일본에서 온천을 제대로 즐기려면 료칸을 잡았어야 한다. 아직 우리는 젊으니까 온천을 위해서 거금(료칸은 모든 숙소 중에서 제일 비싼 걸로 알고 있어서)을 들일 필요는 못 느꼈다. 꼬맹이들도 뜨거운 물 싫어 할테고.
호텔 조식을 먹고 다시 컨시어지부터 방문했다.
카운터엔 어제 그 아가씨와 총각이 하와이안 셔츠를 맞춰 입고 있다. 벳푸에 처음 왔으면, 지코쿠(지옥) 순례를 해 보란다.
건네받은 지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했다. 철로도 하나 지난 것 같다. 지코쿠가 있는 간나와 온천 지역에서 "가마도 지옥" 앞에 주차를 했다.
온천지역 전체가 풍기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지옥이라 불릴만 하지 않을까? 예전에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정말 지옥을 연상하게 했으리라. 건물 지붕 굴뚝들에서는 저런 허연 유황 증기들이 마구 뿜어져 나오니...
가마도(아궁이) 지코쿠
입구에서 순례 통합 티켓을 끊었다. 개별 지옥 코스 요금에 비해 많이 저렴하니까^^
가마도(かまど)는 아궁이를 의미한단다. 여긴 그러니까, 그 신을 모신 곳.
우리 무속으로 치면 조왕신(부엌 살림을 관장하는 신)쯤 해당하는 것 같다.
안으로 들어서면 크고 높은 아궁이를 형상으로 그 위에 가마솥이 있고, 칼과 술을 들고 있는 도깨비가 잡귀 하나를 밟고 있는 거대한 상징물 서 있다.
몇 개의 뜨거운 연못이 있고 그 사이로 길을 따라 쭉 돌 수 있게 해 두었다.
저렇게 부엌처럼 꾸며 놓은 곳이 한 쪽에 있는데 증기만으로 족욕을 할 수 있게 구멍을 내 두었다.
겁 많은 꼬맹이들한테, 너무 뜨거워서 고통스러운 척 장난하는 아빠^^
데일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뜨겁긴 하다.
지옥코스를 다 돌아보니, 가마도 지코쿠가 몇 개의 개성있는 연못에, 다양한 색깔과 분위기를 자아내어 전체 지옥 코스 중에서 엑기스라 할 만 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제일 많다. 중간에 익살스런 말투(우리말을 제법 한다)의 젊은 아저씨가 담배연기를 이용한 쇼도 보여준다.
(사진이 홀라당 ㅜㅜ)
메인 이벤트까지 보고 돌아서면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매점에 붙어 있다. 규모가 좀 된다. 사람들이 널판 위에 걸터 앉아 뜨겁고 푸른 온천수에 발을 담근다. 줄을 서거나 그렇지는 않다. 뜨거워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다들 온천수에서 익힌 달걀 같은 걸 까먹는데, 우리는 조식 빵빵 상태라 패스~
야마(산) 지코쿠
대충 네이게이션이 가리킨 곳에 도착해 차를 세운 게 가마도 앞이었으니, 우린 그냥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언덕쪽으로 이동을 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곳곳에 순례 코스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 들어선 곳이 산지옥이다.
이름이 주는 인상을 유추해 보려 노력했지만, 글쎄...^^
애들이 참 좋아하는 곳이었다. 플라밍고 무리가 있는 곳도 보이고, 하마 한 마리가 노니는(너무 좁아서 맘이 좀...) 못에선 입 벌리고 먹을 걸 달라는 하마가 도 닦는 맘으로 지긋이 눈을 감고 있다.
우리 꼬맹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현장에서 판매하는 당근 한 봉지를 구매해서 적선도 해 보고... ㅎㅎ
야마 지코쿠가 별다른 특색이 없어서 열대에 사는 동물들을 데려다 놓은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다음 장소로 이동~
각 지옥 코스는 거의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걸어서 이동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다만 더운 날씨와 이곳의 유황냄새, 습도가 높은데 고열의 증기가 주는 시각적인 뜨거움까지...
어린 애들 입장에선 얼마나 덥고 짜증스러울까.
볼거리나 신기한 요소가 있긴 해도 덥고 짜증 부릴 나이긴 하니...
이단~. 시~작.
이일은이, 이이사, 이삼은육, 이사팔.
이오십. 이륙십이이칠이십사.
이팔십륙, 이구십팔~
이때 우리 둘째와 지 엄마가 요즘 한 참 외고 있는 구구단 노래를 부른다.
"이단~ 시작~"은 안 외어도 된다고 해도 노래라서 다 불러야 된단다^^. 귀엽다.
비교적 점잖은 첫째와 달리, 둘째 놈은 노래며 춤을 출 때, 정말 진지하다. 전혀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는다. 제대로 즐길 줄 안다고 해야할까.
그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노랠 박자에 맞게 걸음걸이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그럼 지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어느새 다음 코스 입구에 도착할테니... 마치 재밌는 놀이를 같이 하는 듯한 비열한^^ 아빠의 꼼수...
그때부터 전체 코스를 가족이 구구단 노래와 함께 무난하게 순례(?)할 수 있었다.
구구단노래를 부르며 온동네를 돌아다니는 한국인 가족이라. 다른 한국인들한텐 좀 미안했고, 일본인들에겐 더 미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조조의 "망매지갈" 꼼수와 쌍벽을 이룰만 하달까... 음하하하.
힘든 행군이 많은 군에 행진곡이 많은 이유되시겠다.
여러 구구단송 중에 이게 갑!
이오~부터는 박을 쪼개서 뛰다시피 해야하는 것도 재미 포인트^^
우미(바다) 지코쿠
산이 있었으니 바다도 있어야...
우미 지코쿠는 전체 지옥 코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우미 지코쿠는 다른 곳에 비해 경내가 제일 넓었다, 이 날이 일요일이라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많았는데, 이 곳은 다른 곳에 비해 한적한 느낌을 주었다. 넓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넓고 좋다.
전체 코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곳이었는데 마눌님도 사진 한 장 담지 않았다. 좋은 곳을 그냥 잘 즐겼거니...ㅜㅜ)
커다란 가시연이 잔뜩 있는 큰 규모의 연못도 있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말 푸르디 푸른 빛깔의 뜨거운 연못이 있다.
코스 중 가장 온도가 높단다. 90도가 넘는단다. 끓는 점 근처의 물에는 긴 대나무 장대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연신 들어서 꺼내고 다시 넣고... 끝에는 달걀이 든 바구니가 있다. 채 몇 분도 되지 않아서 다 익은 달걀을 꺼내고 다시 넣고는 했다.
어른들 맘에 든다고 애들 맘에도 드는 장소라는 보장은 없다. 애들은 좀 널찍한 곳이라 여기저기 뛰어 다니더니 이내 흐르는 땀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쳐했다.
아침 먹고 어지간히 시간도 지나고해서 매점으로 들어섰다.
매점과 기념품 샵이 붙어 있고, 기억에는 코스 중에서 기념품샵이 제일 넓고 종류도 많았던 것 같다.
유황온천에서 익힌 달걀 맛이라도 보려고 한 구석에 앉았다.
달걀맛은... 그냥 삶은 달걀이다^^. 매점 가득 유황 냄새가 채워져 있어서, 달걀에서 유황 성분을 따로 느끼기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애들은 역시 달걀과 함께 주문한 아이스크림에 더 좋아라 했다는...
나오면서 한적한 족욕탕이 있어 한참을 퍼질러 앉아 쉬었다. 지옥 순례가 약간 신기한 구경이라는 것 외에 크게 감흥이 있진 않지만, 다음에 와도 우미지코쿠는 한 번 더 방문해도 좋을거라 여겨진다.
오니이시보오즈(괴석중머리) 지코쿠
우미지코쿠 바로 옆이다.
경내가 그렇게 크지 않고 조용하다. 따지자면 지옥 느낌은 아니라는...^^
조용한 이유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석회질로 보이는 청회색 진흙탕이 끓으면서 기화 수증기가 큰 거품이 되어 보글거린다.
그 모습이 스님 머리처럼 보인다는 뜻이리라.
오니야마 지코쿠
여기까지가 가마도 위쪽에 있는 코스라서 우리는 왔던 길을 되밟아 내려왔다.
더울 때 걷는 거 애들이 짜증내지 않을까? ㅋㅋ 우리에겐 "구구단"이 있으니...
가마도를 다시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오니야마(도깨비산) 지코쿠가 나타난다. 말 그대로 도깨비가 컨셉인 곳이다. 입구에는 마치 '금강역사'같은 아재 석상이 떡 하니 있다.
남자 셋은 동행해 주신 여성의 사진 컨셉 주문이 떨어지면 1초의 지체없이 즉각 수행한다는...
크기가 상당한 붉은 도깨비. 적당히 나온 뱃살과 볼록한 노란 배꼽이 제일 마음에 든다.^^
사실 도깨비상 크게 하나 있는 것 외에는 오니야마라는 이름이 좀 무색하긴 하다.
기억이 맞다면, 경내에 있는 전시실 같은 곳엔 어마무시하게 큰 악어 뼈와 박재가 전시되어 있었던 것 같고, 메인 지옥 연못보다 훨씬 큰 규모의 악어 사육장이 여러 개 있다.
꽤 오래전부터 온천수 열기를 이용해서 악어 사육을 했다는데, 악어 정말 많다.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막 조찬회동을 해서인지 눈 뜬 녀석도 별로 없고 다들 늘어져 있었다. 덩치도 다양하고 덩치에 따라 격실로 분리해 두었다.
좀 뜬금없는 지라 나와 마눌님은 시끈둥했지만, 꼬맹이들 떠날 생각을 잊고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시라이이케(흰연못) 지코쿠
일본의 오래된 사찰 경내를 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본식 정원 가운데 큰 연못을 꾸몄는데 마침 그 연못이 뜨겁다는 차이만 있달까.
입구 건물을 통과하는 동안 열대 수족관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구경거리지만, "시라이이케" 컨셉과는 좀...
아이들은 입구에 들어올 때 봤던 아이스크림 가게 생각뿐인지라,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에서 좀 쉬고 싶었던 어른들에게 그런 것 따위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물고 살펴보니 아직 두 군데가 남아있다. 근데 어디로 가야할 지 잘 모르겠다. 아이스크림 점원에게 물어보니 걸으면 많이 멀다고...
우린 뭐 '아쿠아'가 있으니까^^
치노이케(피의연못) 지코쿠
차로 한 5분 거리. 더운 여름날 애들까지 데리고 가기엔 좀 그런 거리긴 했다.
마눌님의 아이폰5로는 전혀 피색깔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벽돌색에 가까운 큰 적색 연못을 따라 길과 계단이 있다. 촬영 포인트는 저기 언덕 위. 언덕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보이지만 사진은 없다는 거...ㅜㅜ
아마 마눌님은 피곤하다고 밑에서만 슬쩍 보고 족욕장으로 진행하더니 그때 찍은 사진인가보다.
원래는 이렇다. 실제보면 더 붉게 보이지만.
다츠마키(용트림?) 지코쿠
지옥 순례의 대단원의 막은 일종의 간헐 용천혈인 다츠마키 지코쿠.
치노이케 지코쿠에서 가깝다.
한자로 "용권"이면 "용 또아리"가 더 적합한 해석이겠지만... 용천혈이 주는 느낌으로는 용트림을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0~40분 간격으로 용천하는 온천 분수(?)쇼를 볼 수 있다. 들어가면 한쪽에 가드를 쳐 둔 곳이 바로 그 현장이다. 그 앞으로 너른 마당이 있고 반대쪽에서는 사람들이 관람하도록 스탠드가 반원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안내 게시판에는 용천 주기와 하루 배출량, 물의 온도 등이 적혀있다.
105도란다. 엥? 기화점 위의 숫자라고?
방금 간헐온천수가 용천했는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대충 스탠드 중앙부에 자리를 하고 앉아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이내 스탠드가 꽉 찼다. 용천 시간은 아주 주기적인 듯 용천 관람 가능 시간이 표시되어있다.
이날만 그런건지, 무슨 특별 주간이라 그런건지, 도깨비와 온천 기호의 탈을 쓴 아재들, 그리고 관리자인 듯한 사람이 나와서 이벤트를 한다. 뭔가 퀴즈를 맞추는 게임이었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간코쿠한테는 불리했다는... 괜힌 이런 거 하면 목숨을 걸게 된다. 나만 그런가?^^
여튼 아빠가 일어 공부 더 열심히 하는 걸로 이벤트 불참의 변명을 가름하고...
인형탈 앞에서 큰 놈 사진만 한 장 박았다. 손에 든 부채는 이 일대 돌아다니면 많이 나눠준다.
시간이 되자 정말 신기하게도 뜨거운 용혈로 온천수가 터져 나온다. 오우~
관람의 편의와 안전상의 이유로 저렇게 돌 지붕을 씌워둔 모양이다. 아마 그냥 내비두면 제법 높이 올라가서 더 장관이길 할 것 같은데...
지표 아래의 뜨거운 용암 근처에서 발생한 수증기의 기압이 한계치가 되면(30분 정도) 덮고 있던 무거운 물체를 비집고 올라오는 현상이 아닐까하는데 분출하면서 함께 올라오는 각종 미네랄 성분때문에 용천혈 주위 돌들은 붉은 색을 띄고 있다.
지금까지의 큐슈일주 중에서 가장 번잡하고 정신없는 일정이었지만, 관광지를 쭉 마스터한 느낌?
중간에 하루쯤 이런 코스가 있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몸으로 즐기는 건 별로 없지만, 한 번은 이렇게 다니는 게 애들도 재미있어 하고.
구구단 송의 결과는?...
2단만 겨우 외던 우리 둘째는 반나절 돌아다니면서 겨우겨우 4단까지는 외우게 되었다. 음... 물론 저녁에 숙소에서 테스트해보니 4단은 거의, 3단도 뒤쪽은 다 까먹은 상태지만... 하루 전 가족이 음악과 함께하는 재미를 준 것만 해도 충분한 위안이니 뭐...
그나저나 그 구구단 송 누가 만들었는지 참...
중간에 '이오십' 부분부터 '이칠십사'까지는 분박이 되면서 발하고 맞추는 재미도 있고...
"이것들아, 아빠하고 다니니까 재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