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6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3.10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점심은 유후인에서 먹기로 했다.
벳푸를 꼼꼼하게 둘러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정신없는 관광지를 돌아다녔으니, 한적한 관광지(?)도 한번 가 보자는 심산.
나는 유후인이 두 번째다. 먹거리며 공방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기도 했고.
벳푸에서 유후인으로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출발.
고속도로로 안내를 해서 과감하게 산길을 선택했다.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날씨도 좋은데 밋밋한 고속도로 달리는 건 좀...
그렇게 산길을 넘어서 가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위스 어디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적당한 구릉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하고 산을 만나서 빙 둘러 가기도 하고.
유후인에 도착하기 직전 마지막 언덕이 압권이다.
젖소가 여기저기서 풀을 뜯는 전원 풍경을 좀 오르다가 정점을 지나면서 내려다보이는 유후인 마을은 하야오 아저씨가 나우시카가 사는 마을과 비슷하구나 싶은 그런 풍경이다. 유후인에 풍차라도 몇 개 돌고 있으면 정말 딱일 듯.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길가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구경하고서야 다시 출발했다.
그날 봤던 멋진 풍경이 혹시 웹에 있지 않을까 찾아봤는데 못 찾겠다. 그냥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도록 내비두련다 ㅜ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식당부터 찾았다. 이때껏 맛집을 검색했던 마눌님은 도대체 모르겠다 하고 해서 현지에서 소바집을 물었더니 바로 앞을 가리킨다.
우리가 진입한 유후인의 거의 입구에 있는 소바집이다. "전통수타소바 이즈미"
유후인은 마눌님이 꼭 가보자고 했던 곳이지만 그렇다고 마눌님이 여행지를 미리 공부하는 스탈이냐면 정반대다.
옆에는 미술관 같은 거도 있고 마을쪽으로는 더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먹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추측만 되지만, 우린 걷기에도 구경하기에도 허기지고 지친 상태라 일단 먹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유휴인의 그 아기자기한 골목 앞에서 인파를 보고 기겁하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는...
소바 종류를 다양하게 주문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인지 별로 유명한 집이 아니라서 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꽃들이 잔뜩 핀 테라스로 가자고 난리였지만 우리 부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너무 더웠거든^^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서도 돌아오지 않는 애들을 데리러 꽃밭으로 가야했는데 가보니 이놈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앞 호수에 깔린 데크로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서 사진도 찍고 하는 곳엔 물고기들이 득시글했다. 소바집에서 남은 소바를 먹이로 주었고, 잉어과 녀석들이 그걸 한창 포식중이었다.
소바집 광고는 결코 아니지만, 맛... 좋았다. 시장이 큰 반찬이 되기도 했지만, 맛있다는 소릴 계속 해대면서 먹었던 것 같다. 가격은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았고 관광지 가격 정도. 풍광과 맛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다.
식사를 마치고나니 후식으로 양갱 같은 것도 나왔던 것 같다.(기억이 정확한지는 자신없다. 혹시 이 글 읽고 여기 간 분들 나중에 후식으로 양갱 안준다고 주인과 맞짱 뜨지 않길...)
식당을 나와서 엄마를 따라 마을 쪽으로 가다가 다시 돌아나와서는 아이들 손에 이끌려 자연스레 호숫가로 갔다.
긴린코호수 (금린호수).
호수처럼 잔잔한 물이 기울어진 황혼을 역광으로 보면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황홀한 자연의 풍관에 "금린"이란 단어의 어감은 참 잘 어울린다. '긴린코'도 일본인들에게 그런 정서를 주려나?
호수는 크다. 한 바퀴 도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울창한 숲과 물위에 난 데크, 멀리 산자락이 어울려서 현지인들의 주말 드라이브 코스로 딱이겠구나 생각되었다.
ㅎㅎㅎ 한국인이 더 많다는 거.
내사진은 다 잃어버리고 다른 분의 사진을...
우리가 느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사진같다. 삼각형의 지붕 바로 옆 산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건물이 우리가 간 소바집이다.
이 사진을 찍은 이가 서 있는 곳에 산림욕장 같은 게 있는데 오래된 나무들이 많았다. 호수 풍경도 좋았지만 거기가 참 편안한 곳이었다. 숙박시설 같은 것도 있는 듯 했으나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혹시나 캠핑이라도 가능하다면 이런 곳에서 며칠 자고나면 땅기운 물기운 다 흠뻑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운 좋게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바로 금린의 추억이 될 텐데...
지난 번에 이어 유후인과는 또 짧은 만남만 가지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우리는 오늘 사가까지 북큐슈를 가로로 횡단해야 했다. 유후인이 가진 수많은 유혹적 요소들보다 우린 사가의 유카상이 더 보고 싶었거든... 아쉬워하는 마눌님에겐 다음에 또 오자는 립서비스를 날리고 냅다 횡단 자가용에 몸을 실었다.